암산으로는 풀 수 없는 인생의 방정식

by 리얼팔

머릿속에만 담긴 인생의 방정식

얼마 전 짧은 영상 하나를 보았습니다. 시작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1 + 1 = ?”

누구나 암산으로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지요.


그다음 문제는 훨씬 복잡했습니다.

“8,796 + 54,278 = ?”

암산으로 풀기에는 무리지만, 종이와 펜을 꺼내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상 제작자는 단 하나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인생”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인생을 암산으로 풀려고 했다.”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인생이란, 단순한 연산이 아니라 고차원적인 방정식입니다. 때로는 미분이나 적분보다 더 복잡한, 해답을 쉽게 찾기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지요. 그런 인생을 암산하듯, 머릿속으로만 풀려고 했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써 보면 달라지는 것들

그 영상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명확했습니다.

“인생이 어렵고 풀리지 않을 때는, 일단 써 봐라.”


글로 적어본다는 행위는 단순한 기록이 아닙니다. 복잡한 감정과 엉킨 생각들을 눈앞에 꺼내어 놓는 작업입니다. 머릿속에만 있던 혼란이 종이 위에 펼쳐질 때, 문제와 자신 사이에 일정한 거리가 생깁니다. 그 거리 덕분에 조금은 객관적으로, 조금은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 간격 속에서 실마리가 피어오르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문제가 글로 적는다고 풀리는 것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적어보지 않았을 때보다는 한두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답이 없어 보이던 문제도, 시간이 지난 뒤 적어둔 기록을 다시 펼쳐 보면 어느 순간 해답의 흔적이 보이기 시작하지요.


그렇게 남겨진 기록들은 언젠가 삶을 비추는 등불이 되기도 합니다. 등불은 항상 정답을 주지는 않지만, 방향을 밝히는 데는 충분합니다.


기도도 암산하듯(?)


이 생각은 자연스럽게 기도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기도 제목을 글로 적은 적이 없었습니다. 새벽 기도를 드릴 때에도, 그날그날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을 조용히 올리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기도도 암산하듯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암산이 나쁘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기도 제목들은 써 보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글로 적는 순간, 내가 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지고, 내 삶에서 지금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지도 알 수 있게 됩니다. 기도의 균형이 있는지도, 놓치고 있는 기도가 무엇인지도 보이게 되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응답해 오셨는지를 돌아볼 수 있게 됩니다.


성경 여백의 메모들

제가 다니는 교회에 한 장로님이 계십니다. 그분은 성경을 묵상할 때, 떠오른 기도 제목들을 성경 여백에 아주 작게 적어두십니다. 해가 바뀌고, 같은 본문을 다시 읽을 때면 그때 그 작은 메모들이 다시 눈에 들어옵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기도 제목들이 이미 응답되었다고 하십니다.


그 당시에는 막연했던 기도들이 시간이 지나며

더 풍성하게,

더 구체적으로,

더 입체적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작은 메모들은 하나님의 응답을 다시금 실감하게 해 주는 증거가 됩니다. 기록이 있었기에, 그분은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놓치지 않고 바라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기록된 질문, 기록된 기도

우리는 흔히 인생의 고민을 마음속으로만 되뇌고, 기도를 소리로만 올립니다. 그러나 인생의 문제와 기도를 ‘기록’해 두면, 그것은 다시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이 됩니다.


“나의 인생 문제는 어디서 비롯되었는가?”

“내가 간절히 구했던 기도는 정말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위한 것이었는가?”


이런 질문 앞에 서게 될 때, 우리는 더 솔직해지고, 더 겸손해집니다.


인생의 고민과 기도 제목은, 어쩌면 같은 몸을 가진 서로 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둘 다 적어 놓고, 바라보고,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응답이 보다 분명히 다가오고, 그 응답이 우리 안에 더 깊이 머무르게 됩니다.


적는다는 것

기록한다는 건,

기억을 꺼내는 일이고,

소망을 다시 살리는 일이며,

응답을 발견하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인생이 복잡할수록,

기도 제목이 클수록,

우리는 더 많이 적어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더 이상 혼자 암산하듯 살아가지 않게 됩니다.


하나님과 함께,

인생의 해답을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써 내려가는 사람이 됩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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