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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장장이 휴 May 20. 2021

글쓰기와 곡쓰기의 공통점

내가 사랑하는 두 가지 일은 서로 닮아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두 가지 즐거움, 글쓰기와 쓰기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1.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눈에 보일 수 있게 그려내는 작업이다.


  글쓰기는, 항상 다 안다고 착각하지만 정작 하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하얀 종이 위에 꺼내는 작업이다. 작곡은, 말로 형언하기도 어렵고 그림으로 보여주기도 어려운 미묘하고 섬세한 내 마음 속 무언가를 선율로 그려내는 작업이다.


2. 마음을 훨씬 명료해지게 만든다.


  글쓰기는 애당초에 내 마음과 생각, 감정을 언어로 풀어내는 작업이다. 글쓰기는 그 자체로 내 내면의 많은 것을 명료하게 만든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언어로 풀어낼 때, 그것은 점점 명료하게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작곡도 비슷하다. 내 감정이나 느낌을 말로 표현해보는 것, 혹은 특정 음악의 어떤 점이 어떻게 내 감정을 끌어내고 마음을 움직이는지 언어화하는 것은 분명히 작곡에서 필요한 많은 것을 명료하게 만든다. 여기서 많은 것이란, 내가 감동적이라고 느끼는 멜로디에 대한 구체적 요소들, 내 어떤 감정이 어떤 악기소리와 어떤 멜로디에서 가장 잘 담기는지 따위에 대한 것이다.


3. 영감이 가득 찬 상태를 나중으로 미루고 나면, 그 영감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내 감정이 요동칠 때가 있다. 이 마음을 글로 풀어 쓰거나 음악으로 구현하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이 때 이 영감과 감정을 살아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메모나 녹음 따위로 어딘가에 쟁여두고 나중에 꺼내볼 때가 있다. 그럴때면 항상 느끼는 점인데, 그 메모 속 내 마음은 절대 생동감 넘치던 그 당시의 생생한 감정과 영감은 아니다. 안타깝지만 분명히 그렇다.


4. 어깨에 긴장을 풀수록, 좀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


  글을 쓰거나 곡을 쓸 때, 잔뜩 힘을 주고 마치 군인처럼 무장해서 투철한 목표지점을 설정한 후 있는 힘껏 달리는 방식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힘을 빼야 물에 떠서 유유히 헤엄칠 수 있듯이, 잘쓰고 말겠다는 각오와 멋진 것을 현출해내겠다는 강한 욕심을 버릴 때 오히려 진솔하고 유려한 작품이 내 눈 앞에 나타날지도 모른다.


5. 지고의 즐거움과 몰입감을 느낄 수 있다.


  세상 속에 나와 글, 혹은 나와 그 음악만이 존재하는 듯한 느낌. 시간이 멎어버린 듯한 느낌. 내가 애쓰지 않아도 손가락이 저절로 움직여서 글자를 쓰고 멜로디를 찍는 것 같은 느낌. 너무나 행복하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느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남김없이 발휘해내고 있는 것 같은 고양된 느낌. 이런 느낌을 가지게 해준다.


6. 무얼 표현할 것인지 명료하게 잡아두지 않으면 어느새 딴 길로 샌다.


  잔뜩 힘을 주고 긴장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흐리멍텅하게 앉아서 타이핑만 하거나 건반만 누른다고 글쓰기나 곡쓰기가 되지는 않는다. 의자에 앉기 전에, 내가 무엇을 세상에 써내고 싶은지 마음에 담은 후에 편안하게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마음 속에 빛나는 그 온기를, 지그시 눈을 감고 끊임없이 섬세하게 느끼면서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으로서의 글쓰기, 곡쓰기를 한다. 그러다가도, 어느샌가 한 눈 팔고 나면 엄한 길에 들어서 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7. 그렇다고 또 너무 창작주제에만 집착하면, 지금 내 내면에서 올라오는 '진짜' 영감을 놓치게 된다.


  너무 내가 정한 창작목에만 온 정신을 쏟으면 곤란하다. 목표와 무관하게 내면에서 올라오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놓치게 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내 내면의 변화에 날카롭게 깨어있되, 항상 마음 속에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아두고 작업을 한다. 언뜻보면 굉장히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이 대목을 보면, 글을 쓰고 곡을 쓰는 일은 오묘하고 꽤 어려운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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