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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언 김 Jan 18. 2018

CES 2018 참관기

핵심 키워드는 "연결성(Connectivity)"

1월9일 오전부터 12일까지 전세계 첨단기술을 한자리에 모아 놓은 CES 2018을 참관했다. 지인 및 업계, 기업관계자와의 대화를 통해 인사이트를 가다듬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4일간 펼쳐진 기술의 대향연을 한 단어로 뽑아보라면 “연결성(connectivity)”이라 하겠다. 행사를 마친 후의 내 생각과 기술 트렌드를 간단히 정리해 본다.


자율주행자동차

o  자동차는 “특징 없이 가격으로만 차별이 되는 단순상품(commodity)”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존재. 닛산자동차의 수석부사장 대니얼 쉴라치는 자동차OEM마다의 특징이 없어질 수 있다고 언급. 대신 각 자동차 브랜드에 느끼는 소비자의 감성(emotion)이 쉽사리 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아마 자기 위안을 삼으려 했던 말이 아닐까 싶음.


o  자율주행 스프트웨어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스프트웨어의 차이 = 자동차 브랜드간의 차이” 공식이 점점 현실화. 자동차 업계에 뛰어드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많아짐. 아폴로(Apollo)라는 자율자동차 플랫폼을 내놓은 중국의 바이두(Baidu) 뿐만 아니라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트업도 상당수.


o  도심 내 자율주행에 비해 비교적 쉬운 고속도로 주행을 겨냥, 대형 트레일러 회사와 파트너쉽을 맺고 사업하고 있는 회사도 있었음. 중국에 대부분의 R&D 인력이 있고 캘리포니아에 소규모 팀을 운영하는 투심플(TuSimple)이란 회사는 미국 제2의 트럭메이커 피터빌트(PeterBilt)와 협업 중. 그 트럭 창문에 “Powered by NVIDIA” 사인을 크게 붙여 놓음. 역시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분야의 슈퍼갑.


o  유명 자동차메이커는 물론 자동차 부품제조사도 자율주행관련 소프트웨어 회사 인수를 적극 물색 중.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assistance systems, ADAS)을 개발하는 어느 스타트업이 몇 년 전 국내의 어느 대기업을 찾아와 투자 요청했었다고 함. "얘네 기술 별 거 아냐. 우리도 할 수 있어."라는 회사 내부 평가에 없던 일로 끝났다고 함. 그 스타트업이 바로 작년 3월, 153억 달러(한화 약 17조5천억원)에 인수된 이스라엘의 모빌아이(Mobileye). 인수자는 인텔(Intel)로 모빌아이는 도래하는 자율주행시대를 준비하는 인텔의 큰 자산. 여러 대기업들이 이제는 기술 기반 해외 스타트업 동향과 기술 발전 소식에 너나 없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 중 하나.   


o  자율자동차가 신호를 어겼을 때 벌금은 누가 납부? 게다가 차 안을 보니 운전자가 없으면 경찰은 누구한테 티켓을 주나? 사고가 났을 때는 누구 책임? 보험료책정은 어떻게? 운전자의 실수가 사고 원인의 대부분인데 자율자동차는 상대 인간운전자의 실수를 피할 수 있을까? 등이 풀어야 할 숙제. 각 지방정부, 사법당국 및 보험사에서 열심히 고민 중. 미시건 주지사 릭 스나이더, 대형 보험사 올스테이트의 CEO 톰 윌슨 등이 패널로 참여한 세션에서 이 산업계 앞에 놓여 있는 이슈를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었음. 최소한 보험, 도로 법규, 사라질 직업과 새로 생길 직업군 등에 관련된 문제와 해결방법에 대한 결론은 "자율자동차 대중화까진 시간 남았으니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모두 내놓아 보고 답을 찾아가자."


무서운 회사 인텔

o  CPU 시장 지배자이던 인텔은 IoT, 인공지능(AI), 통신, 자율주행, 드론, 영상, 통신에 이르기까지 손이 안 닿는데가 없음. 스마트시티도 준비 중. 핵심 분야에서 깊은 내공을 쌓은 조직은 어떠한 형태의 새로운 세상도 주도할 수 있다는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한 회사.


Future of personal transportation

o  자동차 구매로 자기신분 및 정체성(identity)을 드러내는 시대는 저물고 있음. 목적지로 이동시켜주는 도구이자 엔터테인먼트의 공간으로 변화. 탑승자의 자리 배치도 승객간 얼굴을 마주하게 하거나 천장에도 스크린을 놓는 등 소비자 경험이 즐겁도록 하는게 추세. 파나소닉, 도요타 전시관에서 체험.


o  미국 밀레니얼세대는 타 연령층에 비해 운전면허증 신규취득자가감소세. 자동차 소유 필요성도 마찬가지로 약해짐.


o  지난해 제네바모터쇼에서 폭스바겐이 공개한 신차모델 세드릭(Sedric)은 아예 공유차량용. 아예 운전석도 없고 자동차를 완전 달리 해석했는데 이번에 자동차에 대한 패러다임은 아주 바뀌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됨. 마을버스와 우버(Uber) 같은 ride hailing 서비스의 중간정도인 Via는 벤츠와 협력관계를 맺고 메트리스(Metris)라는 모델을 사용하는데 데이터분석 결과 승객의 승하차 시간이 10% 가까이 줄어들어 회사 이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 공유차량회사에 맞는 자동차 모델이 더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


o  공상영화에서나 보던 에어택시가 10년 안에는 흔해질 것으로 전망. 강화섬유 재질을 사용, 2인승은 무게가 280kg 정도에 불과. 개발 중인 회사가 여럿으로 엔지니어들 채용 중. 자율주행자동차보다 더 까다로운 테스트 및 안정성 검사가 요구되나 인류 이동방식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찍을 것으로 믿고 있음.


움직이는 소매공간

o  놀라운 도요타의 e-Palette. Use case 하나는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실은 자율자동차가 가고, 소비자는 차에서 입어보고 신어본 후 구매. 인도에서 온 스타트업 하나도 자율차량이 돌아다니며 과일을 판매하는, 조금 비슷한 컨셉의 차량을 내놨음.

e-Palette 소개 동영상


생각의 차이

o  샌즈엑스포 내 유레카(Eureka)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가진 전세계 스타트업의 전시공간. 프랑스 회사 LoveBox방문은 왜 해외로의 진출이 어려운가에 대해 자문해보는 계기. 문화와 소비 결정시 판단 기준이 국가마다 다르다!


o  제품은 깔끔하게 디자인한 나무상자.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문자를 보내면 상자 밖의 마스코트가 빙그르 돌고, 뚜껑을 열면 작은 화면에 그 문자와 귀엽고 단순한 이미지가 뜸.


o  제품 스토리는 “문자나 이메일로 메시지 전달이 쉬워져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들로부터의 소식도 특별함이 전혀 없는 시대, 그들로부터의 소식을 반갑고 기다리게 만들고 싶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설명해 주는 스태프에게 “판매량이 어때요?”하고 묻자 “킥스타터에서의 매출 좋았고, 투자도 받았어요. 본사는 프랑스에 있고 샌프란시스코 법인에서 미국사업을 하고 있어요”라는 답이 돌아옴.


o  최소한 LoveBox는 현재 순항 중. 나도 모르게 “가성비” (가격 약 100달러)의 잣대로 “안 팔리겠네” 짐작을 했던 거였음. 다른 한국분들에게 설명했더니 “나 같으면 안 사겠어”가 100%. 미국 소비자도 가격에 민감한 것은 사실이나 매출이 일어나고 있음. "프랑스에서 보내드려요"라는 것도 어필하는 요소 중 하나일 듯.


o  “가성비(Cost-benefit analysis)”를 식당 고를 때에도 스스럼없이 입에 올리는 우리는 그래서 “우리 제품 기능도 많고 가격이 적당하니 잘 팔릴거야”라는 함정에 자주 빠짐. 애플과 삼성의 비교에서 알 수 있듯, 소비자의 경험이나 가치가 제품 성능과 절대상관관계에 있지는 않음. 역시 스토리와 디자인 중요.


o  어느 해외 스타트업의 미주책임자가 미국 시장을 본국의 시각에서만 이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 본사와 미국법인 팀 사이의 문화차이로 인한 좌절감 등을 토로함. 물리적 거리 및 문화의 차이가 빚어내는 트러블을 극복하고 해당 국가의 눈으로 그 시장을 볼 수 있어야만 타국에서의 성공을 조금이나마 담보할 수 있음.


전시장 위치

o  최소한 몇 년간은 South Plaza에서의 전시 피해야 함. 올해 새로운 전시 공간으로 꾸며졌으나 이곳에 참석한 업체들의 투자회수율(ROI)은 무척 낮을것.


o  참가업체 거의가 특색없는 제품의 제조사. 대체로 한국 및 중국의 지방정부나 기관에서 꾸민 국가관 형태인데 부스디자인은 최악. 관람객이 가장 많이 모이는 라스베가스컨벤션센터(LVCC)의 북관(North Hall)에서도 멀며 관람객 유인 동기가 거의 전무. 혁신과는 거리가 꽤 멀어보이는 제품들이 다수.


CES는 돈덩어리?

o  독일에 본사를 둔 HERE Technologies는 이번 전시회 참가를 위해 무려 천만 불이상을 지출. 독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미국 등지에서 인력을 투입.투자회수율(ROI) 계산을 위해 전문컨설팅 회사까지 고용.


o  미디어 노출과 기술 전시, 바이어와의 상담 및 업계 트렌드를 본다는 관점에서 CES참가는 투자 효용 높다는 판단. 비용부담이 있더라도 여러 해 꾸준히 참가할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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