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일병 일기 2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그때의 썼던 일기들.
그 일기들의 재구성.
2016년 9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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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호차에 박대현 대위를 태우고 507로 향했다.
운행은 설레는 일이고 재밌다.
하지만 오늘 역시, 검차부터 운행까지 다시 한번 생각해봤다.
아, 주말에는 지도와 지리를 숙지해야 한다.
2016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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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규율이 있는 집단에 머무르다 보니 자유를 잊고 산 것 같다.
나이와 지위 때문에 보게 되는 수많은 눈치, 그러는 사이 묻히게 되는 수많은 의견들.
부당한 권위주의와 얽매인 규칙과 의무에 빠져들지 말자.
2016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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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용 상사와 함께 305, 307 포대를 다녔다.
무려 7시간에 걸쳐 운행을 했다.
외모와는 달리 친근하게 이곳저곳을 가르쳐주셨다.
2016년 9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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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차 운행을 나갔다. 정보참모님이 새로 오셨다.
나인뮤지스가 위문공연 왔는데... 나만 못 봤다.
경주에서 5.8 강도의 지진이 일어났다.
피해는 없겠지만 내일 꼭 집에 전화해야겠다.
2016년 9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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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 바구니 받침대를 제작했다. 2시간에 걸쳐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었다.ㅋㅋㅋ
2016년 9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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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집 가고 싶다.
2016년 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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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정보참모는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간다.
왠지 스페어 운행을 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딜 가나 좋은 사람만 있는 게 아닌 것처럼, 스페어도 좋은 간부만 있는 건 아닐 테다.
딱 8개월만 하고 포상을 받아야겠다.
2016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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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규와 민복기 상병과 함께 일일 취사를 했다.
역시 파트너가 좋으면 어떤 일도 즐거운 것 같다.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지만, 이렇게 늘 즐거움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일일 취사 끝나자마자 동막으로 야간 해강 안 경계 운행을 갔다.
2016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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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도평에서 목함지뢰 뚜껑이 발견됐다는 신고에 출동했다.
2016년 10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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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3일 차. 대전으로 올라왔다.
경환이, 승현이랑 넷이서 술을 마셨는데 어쩌다 생전 처음으로 헌팅이라는 것도 해봤다.
2016년 10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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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엔 부대개방행사를 대비해 잡초를 뽑았고
오후엔 불로지구를 다녀왔다. 중대에서 나 혼자 아는 길이다.
개발될 지역이라는데 이런 곳도 군사지역이 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랍다.
2016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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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개방 행사를 했다.
우리 부모님은 오시지 못했지만, 생각보다 꽤 많은 가족들이 찾았다.
막상 다른 사람들의 가족을 보니 괜히 우리 가족도 보고 싶었다.
진심 부럽고 질투 났던 건 부모님 안 온 병사들은 무슨 행사를 하든 포상 휴가를 주지 않았다.
상점, 외출, 외박 모두 부모님이 오신 병사들에게만 몰빵이었다.
빨리 전역하는 게 답이다.
2016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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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침투 종합훈련 1일 차.
나는 꿀이었다. 위장도 안 하고, 단독군장도 안 하고, 대기만 타다 101 연대만 갔다 왔다.
정비관이 괜한 꼰티로 나를 털었다.
그리고 훈련기간임에도 우리 분대로 신병이 왔다.
이름은 이상필, 벌써 7월 군번이 자대로 왔다.
2016년 10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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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침투 종합훈련 2일 차.
말이 훈련이지, 사실상 작업이 극도로 늘었다. 방독면 닦고 총 닦고.
시설물 분해작업은 진심 헬이었다.
오늘 상황은 일찍 끝났는데 내일은 '철야'훈련이란다...
2016년 10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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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침투 종합훈련 3일 차.
오전 6시, 상필이와 정문 초소 초번초로 투입됐다.
오전 10시 30분부터는 6시간 동안 시설 관리관 아저씨와 검차대에서 작업을 했다.
야간에는 당직 대기로 사단 지통실로 올라갔다.
ㅅㅂ... 괴롭다. 잠이 온다. 씻지도 못하고. 그냥 이 시간이 어서 흘렀으면.
2016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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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라면은 맛있는 걸까?
쓸데없는 과소비로 3개나 한 번에 먹었다. 내장에 나트륨으로 범벅이 됐을 테다.
2016년 10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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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복무제가 9시 뉴스 헤드라인으로 떴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뭔지 잘 몰랐는데 현재 군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은 '어이가 없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어쩌면 타당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군이 수많은 청년들을 모아놓고 21개월 동안 병역을 지키게 하는 건 요즘 시대의 개인의 삶에
큰 아까움이다. 군대의 필요성과는 별개로 복무개월과 군의 현대화는 꼭 이뤄져야 한다.
2016년 10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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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호차로 수도군단을 다녀왔다.
길도 쉽고 멀지도 않았다. 군단 근처의 거리가 괜히 내가 원래 있던 공간 같았다.
2016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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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제공하는 국가에 대한 소식들이 국가 그 자체는 아니다."
알랭 드 보통
오늘 하루 중에 제일 잘한 일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꺼내 읽은 것이다.
2016년 10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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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이 바뀌었는데 하필 천주교라서 성당으로 가는 길을 우리 중대가 청소했다.
아니 암만 그래도, 2시간 30분 동안 100m 남짓을 청소하는 건 너무 심하지 않나?
2016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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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줄기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소형 운전병끼리 작업하는 드문 작업이었다.
2016년 10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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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어려운 게 후임을 대하는 방식이다.
후임은 좀 어렵다. 내가 아는걸 끊임없이 알려주고, '군대'라는 공간에서 뭐가 옳고 그른지
알려준다는 건 어려운 것 같다.
결론은 어떤 방식으로 잘못을 지적하냐는 것이다.
충격이 있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이유로 말을 잘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