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지 못한 혹한기 훈련

4. 일병 일기 3

by 리얼숲

2016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그때의 썼던 일기들.

그 일기들의 재구성.


2016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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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고, 사연 없는 사람은 없지만

결국엔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이 끝에는 웃게 되는 거 아닐까?


2016년 1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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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장이 내일 부대 방문함

사단장이고 중대장이고 소대장이고 병사 생각은 하나도 안 하는 모양이다.

대체 뭐가 탄력적인 부대 운영이고, 뭐가 강한 군대인지...


2016년 11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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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하면 23살.

학교에 돌아가면 엔지니어링으로 가야 하나 미디어 크리에이팅으로 가야 하나.


2016년 11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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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연대를 2015호 코란도로 야간 운행했다.


2016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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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당선됐다. 괴짜 재벌이 미국 대통령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역시 선거는 어떻게 될지 전혀 모를 싸움이다.


2016년 1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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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하야 문제로 진짜 전국이 시끄럽다.

수많은 국민들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밝히고 TV 속 정치인들이 그들의 생각을 어필하고 있다.

한 국가의 대통령이 국익이 아닌 측근을 위한 국가운영을 하고, 몇몇의 특혜 수혜자들은 경제적 이익과 사회적 지위를 이어가고 있다. 거리로 뛰쳐나와 시민으로서 생각을 표출하는 것.

이제껏 본 적 없는 진화된 시위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득 드는 의문, 저 많은 사람들 중 정말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번 문제에서 앞으로 우리가 더 나은 국가를 만들기 위해

'정치'라는 돌밭에 제대로 된 연못 하나 만드는 계기를 가졌으면 한다.


양심을 지키고 옳은 가치를 지키는 것


2016년 1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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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대 외출.

아침에 메밀과 돈가스 덮밥을 먹었고, 영화 <럭키>도 가볍게 즐겼다.

카페에 앉아 노닥거리는 것도 괜찮았고 PC방도 나름 좋았다.

앞으로 나가서 무엇을 할지 무심코 생각해봤다.

계속 생각난다면 어떻게든 해 보는 것도 정답이지 않을까.


2016년 1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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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도 경비단과 예하 중대를 다 돌았다.

영종도는 처음이라 길을 도통 몰랐던 게 아쉽다.


2016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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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영균 상병이 보급 중대에서 우리로 전출되어 왔다.

조금 부담스럽다.


2016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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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처로 인욱이 대신 올라왔다.

고첨도까지 갔는데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칙칙한 날씨는 둘째치고

거의 액션 영화 속 조폭들의 본거지 같다.

여기에 용화사까지 가게 되면 미친 듯이 지칠 거 같다.


2016년 11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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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퇴근하자마자 3 경비단으로 갔다.

정보참모는 소주 조금 마셨는지 좌석을 뒤로 젖히고 반 누워서 갔다.

또 상황이 터져 계양을 갔다 사단 복귀했다.


2016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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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물대 정리하기

엑스반도 고치기


2016년 1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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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데이 파티

22호 인수인계, 본부대장은 무슨 동네 아저씨 같았다.

"허허. 이름부터가 진국이니 잘하겠구먼!"


2016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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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돌아가셨다.

무언가를 할 충분한 시간이 있을 것 같았다.

익숙한 사람, 물건, 장소들에게서 내가 떠나는 것인 줄 만 알았다. 그들이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사진 속 웃음을 띈 이모는 우리 동네 길거리, 가게, 근처의 삼겹살집의 흔적들을 떠올리게 한다.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데 어딜 갔는지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우린 항상 더 잘하고, 더 즐겁게 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게 많이 남아있을 것만 같이 행동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이모부가 울지도 웃지도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국아, 앞으로 살아가면서 지금 느끼는 군인정신을 끝까지 붙들고 가라.

이모부도 귀신 잡는 해병대 나왔다 아이가!

근데... 이모는 잡지를 못했다."


2016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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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따뜻한 날씨였다.

평소처럼 구보를 뛰고 밥을 먹고 일과를 시작했다.

월미 소초와 삼미 기지를 방문했다.

여전히 가슴 깊숙한 곳에서 한숨이 나온다.

허무한 감정이 가시지 않는다.


2016년 12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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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연대 2대대 두돈반이 북진 사격장을 가는 중에 전복됐다고 한다.

아침에 눈이 와 있더니...

나도 안전 운전해야겠다.


2016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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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다.

과연 내 군생활 중 대통령이 물러나게 될까?


2016년 12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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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염에 걸렸다.

꼭 노로바이러스 같았다.

복통에 발열에 구토에. 결국 입실했다.


2016년 1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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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역할은 무엇일까?

군대에 온 '나'는 생각했다.

국민들은 행복하기 위해 살고, 발버둥 치지만 결코 그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소용돌이 속에서 노를 저어봐야 배는 그 중심을 맴돌 뿐,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정치와 경제에 관심을 가지라는 목소리가 웅성대지만, 사실 그만큼 관심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20대의 젊은 미혼모의 치열한 삶, 하루 온종일 폐지를 줍는 할아버지.

이들이 과연 바뀔지도 모를 저 먼 정치판에 눈길을 줄 수 있을까?

행복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어디에도 없다.

어디에 있는지 찾기 위해 개인은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하지만

사실 그 의지와 노력은 국가의 헤아림이 필수적이다.

결국 그 종착점에서 국민들이 슬픔으로 살지 않고 행복으로 살아가지 않을까.


2016년 1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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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 소초에 화재가 났다고 해서 출동했다.


2016년 12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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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으로 지리숙지를 갔다 왔다.

자유로를 지나 파주까지. 재하형이 곧 전역이라 이야기할 누군가가 필요해 보이기도 하고...


2016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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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 대리.

아침부터 운전 못 한다, 핑계 댄다... 이거 안 잡길 잘한 것 같다.

본부대장은 정보참모보다 더 재수가 없다. 사람 기분을 더럽게 만든다.


2016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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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보관님이 분대당 피자 3판을 주셨다.

즐겁게 끝낼 수 있어 좋았다. 올 것 같지 않는 2017년이 다가오다니...


2017년 1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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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대 분위기가 안 좋다.

의문이 들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벌을 준다.


2017년 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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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연대 2대대, LNG 기지.

혹한기 배차가 떴다.


2017년 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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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자주 보다 보니까 연애하고 싶다...


2017년 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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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알통 구보... 온몸이 따갑고 추웠다. 내일도 해야 하다니.

오후엔 텐트 치기 연습을 했다.

먼지 먹고 망치질하고 땡기고 천막 올리고.

용마루 위로 올리는 거 진짜 힘들다.


2017년 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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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훈련 1일 차

전면전 상황 부여. 군장과 의류대 사고 치장물자 옮기고 분주히 움직였다.

61사단으로 갔다.

24인용 텐트 치기, 우리는 '텐트 특공대'라 부르기로 했다.

숙영 하는데 핫팩 고작 4개 들고 갔다.

진짜 입이 돌아갈 수 있다는 걸 느꼈다.


2017년 1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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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기 훈련 2일 차

새벽이었다. 오늘은 화생방 상황.

우려하던 방독면을 쓰진 않았지만 판초우의를 뒤집어썼다.

3생활관 대기 끝내고 다시 또 텐트로 갔다.

그래도 우린 버스가 있어서 너무 추우면 버스에서 대기했다.


2017년 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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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설, 모두 중대 복귀.

생활관에서 다 흩어져 있다 상황 종료되고 모두 정리했다.

하지만 혹한기 훈련의 대미를 제설로 장식했다.


2017년 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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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적으로 7호차 운행 배차가 떴다.

행군 열외... 안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어쩌다 걸린 행운이다.


2017년 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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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 당직사령이 벌인 일이다.

새벽 제설... 23시부터 0시 40분까지.

오밤중에 사람들이 모여 눈을 없애는데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해야 하는 일이지만, 굳이 이 밤에 깨울 필요가 있었나...


2017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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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끝. 상병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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