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과 조리원에서 모유 수유하는 방법을 익혀 집으로 무사 귀환했다. '참, 이제부터 시작이지...' 실전의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지금부터는 그 누구의 도움 없이 3시간 간격으로 아기에게 모유 수유를 해 주어야 했다. 수유 콜이 아닌 시간을 직접 체크하며 수유 시간 간격에 맞추거나 아기의 배고프다는 울음에 맞춰 능동적으로 수유를 해야 하는데, 오로지 혼자 해야 하는 일이라 걱정부터 앞섰다. 다행인 것은 집에 돌아온 후로부터 3주 동안은 산후도우미 이모님의 서포터가 있다는 것! 이 3주의 기간이 모유수유가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쓰이게 된 터닝포인트가 될 줄이야. 돌이켜보니 산후도우미 이모님과 함께한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간이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
사실 병원과 조리원에서 익혀 온 모유 수유하는 방법이나 자세들은 완벽하지 못했다. 짧은 시간이기도 했고, 누군가가 내 옆에서 1대 1 코칭으로 자세하게 알려준 것들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아직 아기 안는 법도 서투른 엄마였기에 혼자서 어깨너머로 익힌 수유 자세와 방법들이 완벽할 리가 없었다.
집에 오고 나서도 한동안 쭈니는 모유를 잘 먹지 못했다. 생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수유하는 동안 계속 잠들기도 했고, 젖을 잘 물지도 못했기에 모유수유 후에는 항상 보충 수유가 뒤따랐다. 보충 수유로는 젖병을 이용하여 유축해놓은 모유를 먹이기도 했고, 유축한 모유가 부족하다면 분유를 타서 먹이기도 했다.
쭈니가 왜 젖을 잘 못 무는 걸까?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원인은 크게 두 가지였다. 내 어설픈 수유자세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또 다른 이유는 젖을 물리는 방법이었다. 나의 엉거주춤한 수유자세, 그리고 쭈니에게 젖을 물리는 어설픈 방법까지. 그때를 떠올려보면 내가 쭈니였어도 안 물었겠다 싶다.
나는 힘든 일을 겪을 때마다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위기를 타계하려는 습관이 있다. 모유수유도 마찬가지 었다. 조리원에서 돌아오고 난 직후, 쭈니가 젖을 잘 물지 못하는 엄청난 위기상황에 봉착했다. 어떻게든 노력해서 젖 물리 기를 시도하면 젖을 잘 물어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 하나로 매 수유시간마다 쭈니와 총 없는 전쟁을 치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나만 노력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엄마도 잘 수유하기 위해 노력, 아기도 잘 받아먹기 위해 노력, 그리고 아기와 엄마가 합을 잘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 삼박자가 잘 맞아야만 아기와 엄마가 행복한 수유시간이 형성되는데, 나와 쭈니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떨 때는 정상적인 수유 텀보다 더 빨리 젖을 찾기도 했고, '젖을 잘 못 먹어서 자꾸 잠에서 깨는 걸까?'라고 생각이 들 만큼 새벽에 자주 깨서 울었다. 나는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 수유를 할 때마다 쭈니를 안고 울었다. 이때 나에게 찾아온 구세주가 있었으니 바로 산후도우미 이모님과 모유수유 클리닉이었다.
우리 쭈니를 안고 트림시키고 계시는 이모님, 하품을 하고 있는 우리 쭈니
앞보기로 쭈니를 안고 계신 이모님, 우리 쭈니의 발이 따뜻하도록 자주 꼭 쥐고 계셨다.
산후도우미 이모님은 나에게는 한줄기 빛이었다.
첫 번째로 이모님은 나에게 모유수유에 대한 장점을 계속 알려주시며 모유수유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나를 항상 칭찬해주셨다. 요즘은 다들 조리원에서 단유를 하고 집으로 오는 산모들이 많은데, 모유수유를 잘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이쁘다고, 잘하고 있다고, 당연한 과정이니 조금만 이겨내라고 내가 힘들어할 때마다 다독여주셨다.
두 번째로는 모유수유 자세가 최대한 편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이다. 모유 수유하는 방법과 자세만 배워서 나왔지 엄마의 모유수유 자세가 편해야 한다는 사실은 어느 곳에서도 배우지 못했다. 사실은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말이다.(별표 다섯 개!) 상체가 길어 수유시간 내내 허리를 숙이고 수유하던 나를 위해 수유쿠션 밑에 다른 쿠션을 하나 더 까는 게 좋겠다고 말씀해주셨고, 소파에 기대어 소파와 내가 한 몸이 되어 힘을 빼고도 수유할 수 있도록 수유시간마다 내 옆으로 오셔서 각종 쿠션과 수건을 나와 소파 사이에 끼워주셨다.
세 번째로는 수유 외에는 아무런 걱정이 없도록 만들어 주신 것이다. 산모가 산욕기 동안 잘 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산후도우미의 일인 것이 당연하지만 나는 이 부분도 너무 좋았다. 오전에 집으로 출근하시면 새벽에 쭈니와 씨름하느라 잠을 설쳤을 나를 위해 얼른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말씀해 주셨고, 삼시세끼 밥 걱정할 필요 없도록 항상 맛있는 식사를 차려 주셨다. 이 밖에 빨래도 해주시고 간단한 청소도 해주셨다. 어찌 이 3주가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 부분도 모유수유에만 집중할 수 있는 큰 힘이 되었다. 도우미 이모님을 잘 만나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도 있던데, 내 기준에서 완벽했던 이모님이었다. 둘째를 낳는다면 다시 그 이모님께 연락드릴 예정이다.
이모님이 차려주셨던 다양한 음식들... 항상 맛있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들을 뚝딱뚝딱 만들어 주셨다. 그때가 그립다.
이모님과 더불어 모유수유 클리닉도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병원과 조리원에서 요람 자세니, 풋볼 자세니, 수유자세들은 잘 배우고 왔는데 이는 아기가 젖을 '앙'하고 물어 주어야 의미가 있는 것들이다. 젖을 아기 입 앞에 갖다 댄다고 해서 아기가 잘 무는 게 결코 아니다. 문어 빨판처럼 젖이 아기 입으로 '쏙' 들어갈 수 있도록 잘 물리는 것도 엄마의 일이었다. 이 부분은 집 근처 모유수유 상담실을 방문해 배우게 되었다. 엄청 간단하다. 아기가 젖을 잘 물려면 유두만 무는 것이 아니라 유륜도 한꺼번에 물어야 하는데, 젖 물기를 위해 아기가 입을 '아'하고 벌렸을 때, 아랫입술 쪽의 유륜을 입속으로 넣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갖다 대주면 아기가 알아서 물고 혀로 젖을 빨게 된다.
* 내가 터득한 젖 쉽게 물리는 방법
아기에게 젖 물리는 방법
1. 아기 입 모양을 기준으로 윗입술 쪽의 유륜을 잡거나 눌려 유두가 아기의 코로 향하게 한다.
2. 아기가 입을 크게 앙 벌리면 아래턱 쪽의 유륜을 아기 입으로 넣어준다.
3. 윗 유륜을 잡았던 손을 자연스럽게 떼면 아기가 자연스럽게 젖을 물게 된다.
모유수유 클리닉이라는 곳은 젖 울혈이 생겼거나 단유를 할 때 가슴 마사지만 해주는 곳인 줄 알았는데, 전반적인 가슴 상태 체크와 더불어 모유수유 방법과 자세도 알려주었다. 1회 당 가격이 사악하다는 것이 단점이긴 했지만 그만큼의 값어치는 하는 곳인 것 같다.
모유수유라는 늪에서 빠져나갈 감조차 잡지 못한 채 허우적거리고 있을 때 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금 동아줄이 되어준 산후도우미 이모님과 모유수유 클리닉 선생님께 이 글을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 두 분 덕분에 1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모유수유를 할 수 있었고, 쭈니도 긴 기간 동안 모유를 먹을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