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를 하는 과정은 엄마의 상반신이 드러나기 때문에 남편이 아니라면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나 역시 여성이 아기에게 모유 수유하는 모습을 출산 후 병원에서 처음 보았다. 출산 전에는 모유수유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찾아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유수유 자세? 뭐 별거 있나?'
'그냥 아기 안고 젖 물리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만만하게(?)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13개월 모유수유를 해 본 결과 아니, 모유수유를 한 달도 채 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나는 깨달았었다.
나는 모유수유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유수유 자세'라고 생각한다.
조리원 수유실에서 수유 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잠이 든 신생아 시절의 우리 쭈니
모우 슈유를 하는 시간을 계산해보자.
한 번 수유를 할 때 한쪽 가슴 당 10분씩, 양쪽 20분이라고 잡았을 때 하루 6번 수유를 할 경우 120분, 즉 2시간이 소요된다. 엄마는 2시간 동안 아기와 씨름해야 하는데, 수유 자세가 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개발된 것이 '수유쿠션'이다.
목을 가누지 못하는 아기를 눕혀 놓고 수유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쿠션인데 C자형, D자형 등 모양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비슷하게 생겼다. 엄마 배 앞으로 쿠션을 안정적으로 끼운 뒤, 그 위에 아기를 눕혀서 젖을 물리면 된다.
수유쿠션 이야기
수유쿠션은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들에게는 필수템이다. 만약 수유쿠션 없이 목도 못 가누는 아기를 그냥 안고 수유한다고 생각하면 엄마의 손목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내 손목이 다 시큰거린다. 수유쿠션을 사용하게 되면 수유가 한결 편해진다.
출산 전부터 수유쿠션을 미리 사둘 필요는 없다. 출산 후 모유수유를 할지 분유 수유를 할지 결정한 후 병원에서든 조리원에서든 구매해도 늦지 않는다.
나는 수유쿠션을 구매하기 위해서 조리원에서 쉬지 않고 서칭을 했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맘스 리베 수유쿠션'이다. 서칭 해보니 등받이를 할 수 있는 작은 쿠션이 같이 포함되어 있고, 수유쿠션의 높이가 높다고 해서 그걸로 선택했다. 오케타니 수유쿠션, 아이통곡 수유쿠션 등등 여러 가지 유명 제품들도 많으니 후기를 꼼꼼히 비교해보고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면 되고, 중고거래나 물려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여기에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쿠션들까지 구비되어 있으면 금상첨화다.
나의 경우, 상체가 긴 체형이라 무릎 위에 수유쿠션을 놓고 쭈니를 눕혔을 때 허리를 꼿꼿이 펴니, 쭈니의 입이 내 가슴까지 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쿠션을 밑에 받치고 수유를 했었다. 최적의 수유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 수유쿠션 하나만으로는 부족했다.
거기다 허리를 펴고 수유를 하거나 반대로 등을 굽히고 수유를 하게 되면 내가 너무 힘들고 불편했기 때문에 의자에 기대어 편하게 수유를 하는 것이 좋았는데, 그때 등을 받쳐줄 쿠션이 있다면 자세가 훨씬 편해진다.
내가 수유 자세를 너무 불편해하니까 집에서 나를 도와주시던 산후도우미 이모님께서 이 방법을 알려주셨다. 수유를 할 때면 항상 수건이나 쿠션을 내 몸 여기저기에 끼워주시며 최대한 내가 불편하지 않게 어딘가 기대어 수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수유 시 꿀팁이 되겠다.(당시 산후 도우미 이모님께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었다. 물론 이모님을 잘 만나야 하겠지만 출산 후 산후 도우미의 도움을 받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수유자세 이야기
아기가 많은 양을 잘 먹기 위해서, 그리고 엄마의 가슴이 편해지기 위해서는 수유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수유자세는 크게 요람 자세와 풋볼 자세로 나눌 수 있다. 출산을 하고 나면 병원 수유실과 조리원 수유실에서 이 자세들을 간단히 배우게 되는데, 이때 수유자세를 잘 듣고 잘 익혀 놓는 것이 매우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이 왜 중요한지는 모유수유를 해 보면 알게 된다. 나 역시 그랬다.
'유선'이란, 유즙을 분비하는 샘으로 사람에게는 좌우의 유방에 각각 15~25개의 유선이 있다. 가슴에서 유선은 유륜 모양을 따라 방사형으로 퍼져있는데, 가늘고 굻은 각각의 유관을 통해서 모유가 나오게 된다.
아기가 먹는 방향에 따라 아래턱에 위치한 유관 쪽에서 모유가 나오게 된다. 계속 같은 자세로만 수유를 하게 될 경우, 한쪽의 유관에서는 모유가 계속 나와 순환이 잘되고 반대쪽의 유관에서는 모유가 잘 나오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계속 아기의 입 모양과 입 위치를 바꿔가면서 젖을 물려줘야 하는데, 이를 도와주는 것이 바로 수유 자세이다. 아기가 스스로 입을 360도로 돌릴 수 없기 때문에 수유자세를 이용해서 아기 입의 위치를 적절하게 바꿔주기 위함이다.
수유자세 (왼쪽부터 순서대로 요람자세/교차요람자세/풋볼자세/눕수자세)
'요람 자세'란 아기를 엄마 앞에 눕혀서 머리가 향해있는 방향의 가슴으로 수유를 하는 자세이다. 아기가 코를 박고 수유하는 자세라서 엄마의 유두가 짧거나 유륜이 작아 아기가 젖을 잘 물지 못하는 경우라면 처음에는 이 자세에서 젖 먹기를 조금 힘들어 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 수유를 시도할 때 산모들은 대부분 요람 자세로 수유를 시도하고 연습을 한다.
'풋볼 자세'는 풋볼선수가 공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우고 달리는 모습을 떠올리면 쉽다. 아기를 겨드랑이 밑에 끼우고 머리가 위치한 쪽의 가슴으로 수유를 하면 되는데, 열린 자세라서 아기가 젖을 물기 쉽고, 젖 물기가 쉬우니 젖을 더 잘 먹을 수 있다.
나는 풋볼 자세를 빨리 익히게 되어서 조리원 수유실에서 다들 요람 자세로 수유를 할 때 나는 풋볼 자세도 섞어서 수유를 했었는데, 쭈니가 젖을 잘 먹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풋볼 자세로 수유를 하고 나면 가슴이 한결 편했다. 이 자세로 인해 수유를 더 오래 지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다른 엄마들도 풋볼 자세를 잘 이용했으면 좋겠다.
쭈니에게 수유를 할 때 왼쪽을 요람 자세로 먹였으면 오른쪽은 풋볼 자세로 먹였고, 또 그다음 텀에서는 반대로 오른쪽을 요람 자세로 먹이고 왼쪽을 풋볼 자세로 먹였었다. 그렇게 하면 아기도 더 잘 빨 수 있고, 엄마의 가슴도 시원하고 가벼워진다. 또 아기를 들어 올릴 필요 없이 수유 쿠션만 오른쪽 왼쪽으로 이동하면 되어 수유가 한결 편해지니, 일석삼조다.
요람 자세, 풋볼 자세와 더불어 '눕수 자세'라는 것도 있다. 누워서 수유하는 자세라 이름이 눕수 자세로 붙여졌는데, 사실 이 자세는 잘 추천하지 않는다. 보통 아기들이 젖을 먹다가 그대로 자는 경우가 많은데 눕수 자세로 수유를 하면 아기가 더 쉽게 잠들게 되고, 이를 이용해 수유를 하면서 아기를 재우는 엄마들도 있다. 그래서 밤중 수유를 할 때 많은 엄마들이 눕수 자세를 이용한다.
하지만 눕수 자세로 수유를 하게 되면 아기에게 젖을 물고 자는 습관이 생기게 되어 나중에는 젖을 물지 않으면 잠을 못 자는 아기, 즉 '젖물잠'을 하는 아기가 될 수 있다. 젖을 물고 자면 이가 난 아기의 경우에 치아우식증을 유발할 수 있고, 잠자는 습관이 나쁘게 들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또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누워서 젖을 먹다 보면 간혹 모유가 아기의 귀 쪽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귀의 염증(중이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밤에 제대로 잘 수 없는 초반의 육아가 너무 힘들다. 너무 힘들어 몸을 가눌 수 없고, 피곤할 때는 가끔 눕수를 이용하는 건 괜찮은 것 같다. 실제로 누워서 수유하는 게 가장 편하다는 것이 함정이다. 누워서 수유하다 아기도 자고 엄마도 잔다.
나중에 아기가 목에 힘이 생기는 시기가 와서 목을 잘 가누게 되고 잘 앉아 있게 됐을 때는 아기를 앉혀서도 수유가 가능해진다. 이때는 수유쿠션이 필요 없어 질지도 모른다. 내 경우에는 10개월 까지도 계속 수유쿠션을 썼었다. 모유수유를 한다면 수유쿠션은 정말 꿀템이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결론은, 수유 자세를 잘 잡으면 여러모로 엄마가 편해지고, 행복해진다는 것. 엄마가 행복해야 아기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