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린다

-요쉬카 피셔

by 조현수

커버 이미지 -나는 달린다, 요쉬카 피셔, 궁리 출판(2001년)


결혼과 육아 10여 년의 직장 생활로 외형상 생활이 안정되면서 급속도로 살이 찌기 시작할 무렵, 서점에서 요쉬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이 책을 발견했다.

어리석게 젊은 날엔 살이 찔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몸에 대한 나의 무지함에 괜히 화가 나고 속상할 때 이 책이 돌파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읽기 시작했다.

20년 전, 그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다이어트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어진 과제였다.

연예인 다이어트가 유행했고 식초 콩 다이어트, 마사지 벨트 다이어트, 각종 마시는 차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듣고만 있어도 살이 빠진다는 음악 CD......

몇 번의 다이어트 실패 경험이 있는 나는 몸만 가꾸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삶의 철학을 동반한 다이어트가 절실했다.


「택시 운전사에서 독일 외무장관까지, 112Kg 뚱보에서 75Kg 날씬이로, 육체와 정신이 하나 되는 자아 여행 42.195킬로미터」라는 책 뒷면의 광고가 호기심을 자극했다.

저자는 독자에게 두 가지를 분명히 해두고 싶어 했다.

첫째는 추상적인 궤변을 쓴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체험과 실천적인 경험에 의해 쓴 것이라는 점.

둘째는 뚱뚱해져서 오랫동안 겪어왔던 개인적인 체험을 통해 비만과 살 빼기라는 주제에 관해 무엇을 써야 하는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181센티미터 키에 112킬로그램 나가는 거대한 몸을 이끌고 숨이 차게 살았는데 일 년이 지난 후 75킬로그램으로 감량했으며 어떤 약물도 복용하지 않고 특별한 식이요법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 년 사이에 40킬로그램을 줄여 48 사이즈가 28 사이즈가 되었다고 하는 구절에서 신뢰가 가면서 나에게도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게 되었다.

요쉬카 피셔는 1983년 35살의 나이에 연방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다. 그 당시엔 운동을 많이 해서 군더더기 살이 없었으며 몸도 제대로 단련되어 있었다고 한다.

1970년대 프랑크푸르트 급진적인 좌익에 몸담고 있을 때는 물질적으로 아주 궁핍했으나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고, 육체적 건강도 엄격하게 요구되어 관리를 잘한 것 같다.

그 시절 요쉬카 피셔는 스포츠를 무척 좋아해서 핸드볼, 사이클, 자전거, 축구 모든 스포츠를 섭렵하고 능력도 뛰어났지만, 달리기는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다고 했다. 특히 소모적이고 지루하고 사람을 그는 매력이 없는 장거리 달리기는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연방 의원이 되어 당시 서독의 수도였던 본으로 가게 된 것이 요쉬카 피셔의 인생의 분기점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1985년 헤센주의 환경부 장관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상당히 사명감 있게 일했으나 개인적으로는 가장 혹독하고 안 좋은 시기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에서 핵 누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연립 정권이 심하게 의견 충돌을 일으켰으며 요쉬카 피셔는 그 당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녹색당 출신 환경부 장관이었다.

녹색당은 반핵 정당인데 사민당의 사회부 장관 소관이었기에 방사능 보호에 관한 권한도 없고 핵 감시와 에너지 정책에 대한 권한도 없었다고 한다.

독일의 정치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 당시의 상황이 요쉬카 피셔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휴식을 취할 수도 없고 위기의 순간이 끊이지 않고 책임감이 억누르는 상황.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스트레스는 끊임없이 쌓여 닥치는 대로 먹기 시작했다고 한다. 환경부 장관으로 담배를 끊어야만 해서 불룩해진 배를 지닌 철갑 옷을 입게 되었다고 회상하는 요쉬카 피셔.

계속 뚱뚱해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비만을 미화하여 말하기도 했다는 저자의 정치 생활에 공감하기도 했다.

나도 스스로 예전 모습과 비교하며 한숨을 짓다가도 잔병치레가 없어지고 자주 아프던 위병이 없어지면서 살이 찌는 현상을 미화한 적이 있다.

예전의 나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놀라는 모습에서 상처를 받고, 백화점에서 원하는 이쁜 옷을 사기 위해서는 숨을 쉬지 않고 배를 쏙 집어넣어야 하는 상황이 싫었지만 ‘괜찮아, 건강해 보이고 위병도 없어졌잖아’‘아이를 둘이나 키우면서 씩씩하게 직장생활도 잘하고 있잖아’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미화했었다.

나의 자기 합리화는 절대 살이 빠지지 않고 요요현상을 되풀이하는 악순환을 겪을 뿐이었다.

요쉬카 피셔는 결혼 생활 13년 만에 아내와의 결별 위기에 처하면서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파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바로 완전히 변해야 함을 절실히 깨닫고, 지금까지 누리던 맛있는 음식, 안락한 생활, 포도주에 대한 탐닉에서 탈출하게 된다.

아내가 떠난 정신적인 위기감이 계획을 밀고 나가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아내가 떠난 스트레스로 식욕을 완전히 잃고 술을 거의 마시지 않고 적게 자다 보니 체중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매일의 식단에서 동물성 지방을 줄이고 파스타와 채소가 주된 메뉴가 되었으며 제철 과일을 먹고 저지방 우유에 시리얼을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운동을 살 빼기 관점에 올려두고 분석한 결과 달리기가 선택된 것이다.

기술적인 어려움이 거의 없고 운동화와 운동복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운동.

이때부터 요쉬카 피셔의 달리기는 시작된다.

「첫걸음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나는 너무나 많은 비곗덩어리를 매달고 있었기 때문에 슬금슬금 기다시피 뛰었다. 나의 몸은 조금 긴 거리를 달리는 데 익숙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더욱 고통스러웠다. 나는 아주 천천히 시작했다. 」 p.81~83

저자는 어떤 예외를 두지 않고 항상 새벽에 일어나 뛰러 나갔다.

어중간한 것은 없다고 한다. 어느 날 그렇게 멀리만 보이던 본의 남쪽 다리에 처음으로 도달해서 감격을 맛보게 된다.

다달이 육체적으로 좋아지고 외모도 보기에 좋아졌으나 정신적으로는 힘들었으나 클래식 음악을 통해서 치유하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정치적인 일정으로 매일 쫓기듯 살아도 달리는 시간은 꼭 확보했다고 한다. 밤 10시쯤 일정이 끝나고 다른 사람들이 포도주를 마시는 시간 혼자 밖으로 나가 달리기를 하는 요쉬카 피셔.

요즘 걷기 마니아로 알려진 배우 하정우의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걷기와 달리기는 다른 듯하면서도 공통점이 많다. 어떤 사람에게는 걷기가 어떤 사람에게는 달리기가 더 좋을 것이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는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장거리와 마라톤에서 우승한 프라하의 인간 기관차 에밀 자토펙이 한 유명한 말이라고 한다.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걷는다.”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요쉬카 피셔는 결국 마라톤까지 해낸다. 살 빼기에서 마라톤 완주까지~그의 고통을 극복한 인간 승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마라톤에 빠져들고 참가하는 요쉬카의 도전을 만날 수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근성이 있는 만큼 달리기에도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 요쉬카 피셔.

어떤 물리적인 현상의 도움 없이 식단을 조절하고 달리기에 올인하면서 75킬로그램을 감량한 사람.

감량의 숫자보다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인 스스로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그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내가 대학시절 친구들과 술도 자주 마시고 음식도 맛있게 먹었지만 살이 찌지 않았던 건 많이 걷고 달리고 활동량이 많았기 때문일까? 그 당시엔 승용차가 있는 집이 드물어 버스나 걷기가 이동 수단이었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바쁠 때는 무조건 뛰어다녔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그 시절 하프마라톤을 뛴 기억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요즈음은 예전에 읽은 책들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을 정독하는 취미가 생겼다.

요쉬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의 책장을 덮으면서 오랜만에 설레기 시작한다.

나의 다이어트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인간은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