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직접적인 타격이 있는 일들도 아닌데 마음이 복잡해진다. 나는 방관자도 되었다가, 피해자도 되었다가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은 언제까지고 갑일 줄 알았지만 어느새 슈퍼 을이 되기도 하고. 내게 지지를 보냈던 사람은 누군가를 못견딜만큼 괴롭힌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 행동에 다분한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말이다.
항상 내가 제일 불행해의 메인포지션을 맡을 줄만 알았는데 또 종종 이렇게 숨 트이는 날들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이미 불안과 불신으로 가득차 이런 날들도 마음 놓고 누릴 수가 없지만) 항상 운이 좋아보였던 사람도 여러 불운들이 겹쳐 갑자기 주저앉기도 한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내가 일방적으로 위로받았던 입장이였는데 말이다.
사람은 너무 다면적이고 상황도 수 많은 인과관계가 켜켜이 겹쳐 일어난다. 누적밀도함수 같은 시공간의 흐름을 두께가 무한분의 1인 극소한 차원으로 미분해 보는것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사람과 상황에 대한 판단이 좀 두려워지기도 한다. 절대적인 선과 악이 있을까? 절대적으로 명확한 인과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상황이 있을까? 그렇다고 모든 사건에 모호함으로 얼버무리면 사회는 결국 아무도 정의하고 싶지 않은 무책임의 지대로 남아 독재가 자리잡기 좋은 불모지가 되겠지.
나의 가해자가 누군가의 피해자가 되면, 그 피해 양상은 나를 비롯한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과거에 겪었던 걸 떠오르게 한다. 그저 단순하게 고소하다하고 넘어가면 될 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일이 불연속적인 사건으로 계속 여겨진다. 근데 또 동시에 그 사람은 과거와 지금 모두 연속성을 띤 한 사람이므로, 동정심과 안타까움을 갖는게 그 사람의 다른 치부를 인정하고 감정에 휩쓸리는 것일까 우려스럽다. 우리는 한 사람과 상황의 흐름을 판단할 때 어디즈음에서 경계를 그어야할까. 어느 부분부터는 독립사건이라 판단할 수 있을까. 그게 명확했다면 상식선이라는 단어도 쓰기 수월했을텐데.
안타깝지만 나는 아직도 그 경계를 잘 못 긋는다. 연속과 불연속이 나는 항상 어려웠다. 이런 나를 누군가는 순진하다거나 차캐핑이라고 일컫곤 한다. 그냥 나는 판단을, 결국엔 책임을 유보하는것 뿐인데. “그럴수도 있지”만큼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말이 없거든. 하지만 이런 내 성향은 과거와 현재의 내가 모순될 때, 특정 방향으로 결론을 내려야 할 때 나와 나 사이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이건 이래서 맞고 저건 저래서 맞고 하는 입장 대변만 장황하게 늘어놓다가 결국 정리 못하고 꼬여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러다보면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있는 일에 대해서만 기술하고 내 생각은 소거하기” 라는 챗지피티 같은 패턴에 빠진다. 근데 이게 맞나? 나는 생각이 많았으면 많은 사람인데 되려 그래서 생각들을 지우는 이 상황이 맞나? 일차원적으로 상황을 먹고 싸는 이런 유인원스러운 사고회로가 맞나?
오늘도 그렇게 원숭이1로 에라 모르겠다 단순하게 받아들이자하고 잠을 청하려다가 답답한 마음에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