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주인공들이걱정돼죽겠는 꼰대 삼촌이 쓴 글
요즘은 꿈이 뭐냐 물으면 꼰대라더군요. "꿈이 꼭 있어야 되는 거냐?", "내가 초딩이냐 꿈을 물어보게." 이런 면박들이 YOLO 열풍을 등에 업고 날아온다네요. 막상 본인들은 지금 삶이 즐겁다는데, 그냥 즐기면서 살겠다는데, 꼰대 소리를 들을 각오까지 하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걸 보니, 어쩌면 전 진짜 꼰대인가 봅니다.
얼마 전, 쿠팡 물류센터와 관련된 보도 프로그램을 봤습니다. (뭐 그 프로 보면 왼쪽이라고 하던데, 쿠팡 물류센터의 열악한 환경과 왼쪽 오른쪽이 뭔 상관이 있겠습니까?) 한 청년이 15kg가 빠지도록 본인을 혹사시키다가 돌연사한 것도 가슴이 아프고, 수 천명의 사람들이 조지 오스웰의 동물농장처럼 대우받으면서 택배 하나 빨리 보내보겠다고 고생하고 있는 것도 속상하고, 얼마 전까지 그들 중 하나였을 사람들이 완장을 찼다고 사무적이고 어찌 들으면 못되게 들리기까지 하는 목소리로 사람들을 몰아치는 것도 보기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것 보다 더 속상한 건, 여전히 그런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고 (아주 멋지게 말해서 플랫폼 노동자) 그 많은 사람들이 그 직업을 스스로 택해 일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래 맞아요. 죽도록 공부해서, 회사라는데 취직해 봐야 별거 없어요. 최저임금도 계속 오르고 있고, 여기서 일해도 최저임금, 저기서 일해도 최저임금이면, 입사와 퇴사가 유연한 곳에서 대충 때우고 돈 받는 게 마음 편할 수 있어요. YOLO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가 뭐하러 일만 하다 늙어가야 돼요.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즐기면 되죠. 직장인보다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가 더 멋지게 들리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이 꼰대가 불편한 건 이거예요. 어느 순간부터 꿈은 허황된 거고, 꿈은 꼰대들이 씌워 놓은 프래임이래요. 그래서 즐기면서 살아야 되니까, 어디 묶이는 것보다, 임시직, 일용직 하면서 즐기는 게 좋데요. 하지만, 주변에 일용직, 계약직 전전하면서 진정 YOLO 하는 친구들이 많던가요? 고시원에 붙어서, 도서관 전전하면서 꿈을 향해 준비하는 당신을 쉬운 돈 번 친구들이 놀리기도 하겠죠. "야, 알바 몇 시간이면 쉽게 돈 벌어. 인생 어렵게 살지마." 이렇게 말이에요. 그 친구들은 어른들도 일찍 만나니, 세상에 눈도 빨리 뜬 것 같고, 비트코인도 빨리 사고, 주식도 빨리 하면서 명품도 들고 다니고, 여행도 다니니깐 부러울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모든 인생이 목적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에요. 아니, 인생에 목적이 란 거, 생각보다 찾기고 갖기도 힘들어요. 그래서 모두 가질 수없어요. 그런데, 이 인생의 목적이 란 거, 한번 찾으면 삶이 달라져요. 길을 모르고 미로를 헤매는 거랑, 네비에 목적지를 찍고 달려가는 거랑 같아요. 이 꼰대의 눈에는 YOLO를 외치며 하루하루를 즐기는데 집중하는 친구들은, 어느 순간 즐거움이 무한하지 않다는 걸 느낄 거예요. 하루의 시간을 바쳐서 받은 일당은 그 시간이랑만 바꾼 게 아니에요. 그 시간 동안 성장할 수 있었던, 배울 수 있었던 그 무한한 기회도 버리고 받은 돈이거든요.
목적이 있고, 어디로 가는지가 보이면 당장은 내 삶이 남루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매일매일 우리는 우리의 목적에 다가가고 있고,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꿈이 가까우면, 그게 어쩌면 우리 삶의 의미일 수 있어요.
물론, 어느 누군가는 이런 목적 타령 조차 사치로 들리고, 가진 꼰대의 여유 있는 헛소리라고 하겠죠. 알아요. 모두의 시작점이 같지 않다는 것, 어쩌면 당신에게는 내일을 버티기 위해서만 오늘을 써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 버팀 속에서도 난 당신이 방향을 향하기 바라요. 그냥 닥치는 대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어느 쪽으로 가고 싶은지, 그쪽이 어느 쪽인지를 향했으면 좋겠어요. 알바를 하더라도, 계약직을 하더라도, 아무데서나 그 귀한 시간을 쓰지 말고, 당신이 가고픈 방향을 향하는 곳에서 시간을 쓰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의 젊음에 억울함이 덜할 것 같아요. 난 그냥 뜯기기만 한 게 아니고, 난 그냥 시급만 받은 게 아니고, 내가 향하는 곳을 경험하기도 한 거니까요.
세상은 꿈은 사치다. 즐겨라. 일만 하다 일개미로 죽는다. 등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당신에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해요. 하지만, 우리는 생각하기 때문에 고민하기 때문에 사람이잖아요?
인생은 마라톤이래요. (와... 나 진짜 꼰대인가 봄 ^__^)
살아보니, 인생도 말아톤도 길어서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인생도, 마라톤도, 어느 구간에서 몇 등인지는 아무 의미가 없어요.
결국, 완주해서,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고, 그제야 누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게 되잖아요.
그래서, 인생은 마라톤이에요.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생각하지 말고 살라 강요받는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꼰대 삼촌이 응원하고 싶어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