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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asontobe Nov 02. 2022

스마트한 제주여행 팁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가족을 위한 제주 여행 가이드

코로나 중, 제주는 우리에게 유일하게 남은 여행지로, 힐링 플레이스로 더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같은 제주지만, 제주에 대한 경험이 모두 다르고, 여행에 대한 기대치도 각각이고, 여행하는 메이트들도, 여행하는 방법도 다 다르기에, 다녀온 사람들의 반응도 제 각각입니다.



어떤 분들은 제주 좋은지 모르겠더라, 사람 구경만 실컷 하고 왔다고 하시고, 어떤 분들은 먹은 기억밖에 안 난다고 하시고, 많은 아빠들은 운전에 지쳐, 즐길 여유가 없었다 하고, 어떤 분들은 제주가 너무 상업화돼서, 다시는 안 가겠다 하십니다.


반면에 어떤 분들은 이제 여행은 제주로만 가겠다고 하고, 해외 어디 보다도 제주가 좋다며 언젠가는 반드시 은퇴해서 제주에서 살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그리고, 어떻게 하면 - 특히 우리 아이들과 - 제주를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까요?


에너지 넘치는 10살, 6살 남매와, 도시를 좋아하는 와이프와 함께 지난 5-6년 간 꽤 많은 시간을 제주에서 보내며 나름 얻은 팁을 공개합니다.


1. 제주는 수요일

제주의 맛집 중에는 유독 수요일에 문을 닫는 맛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왜 서울에서는 제일 바쁠 것 같은 수요일에 용감하게 문을 닫는 것일까요? 정답은 그날 손님이 제일 없기 때문입니다. 제주에서 수요일에 문을 닫는 맛집들은 아마도 도민보다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맛집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민들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은 여느 서울의 가게처럼, 일요일에, 그리고 명절에 쉬는 곳이 많습니다. 제주의 수요일이 한가한 이유는 당연합니다. 그날 여행할 수 있는 관광객의 숫자가 적기 때문입니다. 제주로의 여행객들은 금요일 휴가를 내고, 목요일 밤부터 들어오기 시작해서, 금요일 밤에는 피크를 찍고, 일요일 오후부터 돌아가거나, 큰맘 먹고 월요일 휴가를 내서, 월요일에는 대부분 돌아갑니다. 그래서, 제주의 관광 산업은 화요일과 수요일이 제일 한가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항공권도, 화요일과 수요일이 최고로 저렴합니다. 만약 조금 더 온전히 즐기고 싶으시다면, 용감하게 화요일, 수요일 휴가를 내시고, 화요일 새벽 비행기로 제주에 와서, 수요일 밤까지 있어보세요. 정말, 여유롭고 한가한, 제주의 정취를 만끽하실 수 있을 겁니다.


2. T.P.O. 를 생각하자. (Time, Place and Occassion)

제주의 자연은 변화무쌍합니다. 매일매일 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어느 계절에 어느 시간에 갔느냐에 따라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주의 바다는 엄마처럼 따뜻하다가도, 9월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루 차이에 차갑고 스산한 느낌으로 바뀌기도 하고, 한 여름에 제주 바다에서의 낭만을 꿈꾸던 연인들은 너무도 뜨거운 햇볕과 달궈진 백사장에 땀만 뻘뻘 흘리는 불쾌한 경험을 남기고 돌아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계절과 시간의 흐름을 조금만 이해하면, 제주의 자연을 훨씬 더 행복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1) 한 여름의 제주

제주의 바다

7월-8월은 바캉스의 계절이고, 모두가 바다를 꿈꿉니다. 하지만, 제주의 바다는 한 여름에는 그렇게 추천할 만하지 않습니다. 정말 너무 덥고, 오염되지 않은 대기를 뚫고 내려오는 태양은 너무너무 뜨겁기 때문입니다. 한 여름에 제주 바다가 가고프면, 오후 5시 넘어가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여름 길어진 해로, 그때도 2시간 넘게 바다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특히, 협재, 금릉의 그 시간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석양과 노을이 어우러지는 장관을 보실 수 있게 됩니다.


제주의 산과 계곡

제주에는 한라산이라는 정말 어마어마한 산이 있습니다. 한라산은 완만해 보이지만 그 높이가 1950m이고, 이론상 100m에 기온이 0.65도씩 낮아지니, 2,000 미터면 13도가 낮아지고, 거기에 우거진 천연림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 주니, 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만 올라가도, 충분히 쾌적한 하이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생각을 해보면 너무 당연한 이치인데, 한라산의 눈은 5월까지 유지되다가, 슬슬 녹기 시작해 그 차가운 물을 바다로 흘려보냅니다. 그래서, 한라산에는 곳곳에 너무 멋진 계곡들이 있습니다. 원앙폭포는 그중 아주 아름답고 물이 차기로 유명한 곳이고, 거기서 더 내려온 물은 강정천, 속골 같은 계곡을 통해 논짓물, 법환포구 같은 곳에서 바다를 만납니다. 이런 곳들이 제주 도민들이 여름을 나는 장소들입니다. 한라산에서 내려온 물이니, 물이 차갑고 깨끗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7월 8월에만 마을 자치회에서 운영하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먹을 수 있는 백숙도 별미입니다.


2) 제주를 즐기기 가장 아름다운 계절, 가을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늦여름 몇 번의 태풍이 쓸고 지나가면, 그때부터, 제주의 가장 아름다운 시즌이 시작됩니다. 각종 해산물들은 겨울을 앞두고 살을 불리고, 높고 파란 가을 하늘을 미세먼지 하나 없이 하늘의 색은 원래 이런 거다를 보여줍니다. 겨울을 앞둔 해산물들은 겨울을 대비해 살을 불리고, 커지는 일교차는 제주의 노을을 더없이 붉고 예쁘게 만들어 줍니다.  해안도로에서 노을 드라이브를 하실 때는 꼭 시계 반대 방향으로 운전하세요. 그러면 예쁜 바다를 더 가까이서 보실 수 있습니다.


3. 제주는 두고두고 아끼면서 보는 거예요.


쉽지 않은 여행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제주를 오실 때, 일주 계획을 수립하십니다. 첫날을 동쪽, 둘째 날은 남쪽 이런 식으로 말이죠. 일단 숙소를 잡고, 렌터카를 빌린 다음, 맛집들을 사방팔방에 잡고, 그 사이사이 관광지를 둘러보시는 식입니다. 사실 제주는 아주 큰 섬입니다. 일주 도로는 길이가 240km이고, 한 바퀴 도는 데는 교통체증이 전혀 없어도 세 시간이 넘게 걸리죠.  같은 서귀포이지만 성산에서 중문은 거의 한 시간 반이 걸리기 때문에 여행 계획을 잘못 짜면 시간의 대부분을 차에서 보내실 수 있습니다. 저도 관광지와 관광지를 메뚜기처럼 호핑 하는 호핑투어족이었지만, 구옥을 개조한 협제의 에어비엔비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나서, 여행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와 바닷가를 산책하고, 들어와 아침을 먹고 다시 바다에 나가 물놀이를 하다가,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해가 지는 노을을 구경하다가 노천에 있는 칵테일 바에서 버스킹을 구경하며 아내와 칵테일을 마시고... 이렇게 차 없는 일주일을 보내고 힐링이란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를 여행하실 때,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시고, 지역을 한정해 보세요. 이번 여행 때는 서쪽, 다음에는 남쪽 이런 식으로 제주의 보석들을 하나하나 온전히 즐겨 보세요. 제주에 대한 우리 가족의 경험과 느낌이 아주 많이 달라질 겁니다.


4. 제주에서 살아보기


제주는 들고 나는 사람들이 아주 많고, 그런 환경에 맞는 서비스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들 미술 학원도 원데이, 혹은 일주일 단위의 등록도 가능하고, 요가도 그래요. 중문의 바다를 보며 하는 모닝 요가는 네이버 예약도 가능하고, 당연히 1회씩 등록할 수 있습니다. 스쿠버 다이빙도 체험 다이빙, 자격증 과정 등등 다양하고, 페러글라이딩도, 그날의 날씨에 따라 포인트를 바꿔가며 체험할 수 있습니다. 바쁘게 구경만 다니지 마시고, 아이들은 유화 그리기 클래스에 참여시키고, 남편, 아내와 함께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겨보세요. 아니면, 남편과 아들은 잠시 두고, 딸과 함께 모닝 요가에 참가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제주에는 도립미술관, 본태박물관, 포도 뮤지엄을 비롯한 수준 높은 전시를 즐길 수 있는 멋진 기관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는 타이밍이 좋으면, 예술의 전당과 순회 전시를 하는 거장들의 작품들도 만날 수 있어요. 서울에서는 인파에 치여 제대로 관람도 어려운 작품들을 제주에서는 아주 여유롭고 한가롭게 즐길 수 있습니다. 또, 제주에는 안도 다다오, 이타미 준 같은 세계적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도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넷플릭스에서 안도 다다오를 보고, 제주를 여행하며 안도의 건축들을 실제로 보는 건 제주를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입니다.


제주만큼 별을 보기 좋은 곳도 없습니다. 제주만큼 울창한 자연을 간단하게 만날 수 있는 곳도 없습니다. 천문과학관을 예약해서 아이들과 별구경을 해보세요. 그리고, 캠핑을 좋아하는 가족이라면, 호텔이 아니라, 서귀포 자연휴양림에서 하루를 계획해 보세요. 정말 도시 주변의 숲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경험을 하시게 될 겁니다.


5. 제주의 맛집들


제주에는 흑돼지와 갈치만 있지 않아요. 제주에는 연남동에서 가장 인기 있던 피자집도 내려와 있고, 이태원에서 제일 유명한 수제 맥주집도 브루어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도시의 호텔이 싫어 직접 초밥 레스토랑을 차린 셰프도 있고, 청담동 부럽지 않은 퀄리티의 별장을 개조한 스테이크 하우스도 있습니다. 연돈의 돈가스도, 숙성도의 흑돼지도 좋지만, 숨어있는 보석 같은 맛집들을 찾아보세요. 특별한 기념일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원 테이블 레스토랑도 제주에는 많이 있습니다. 줄은 도시에서 실컷 서 보셨잖아요. ^^ 제주에서는 숨어있는 보석들과 여유 있게 즐겨보시는 게 어떨까요?


마치면서...


여행에 있어, 장소는 그냥 여행을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사실 여행은 기분, 분위기, 멤버, 타이밍, 날씨, 음식, 음악... 이런 모든 게 잘 어우러졌을 때, 정말 좋은 여행이 되는 것이니까요. 제주로의 여행을 준비 중이시라면, 장소를 정하는데 너무 집중하지 마시고, 행복해지겠다는 마음에 집중해 보세요. 구경에 지쳐 양보하기엔, 행복이 훨씬 중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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