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하면 할수록 나는 그저 외롭고 힘겨웠다.
내가 이 세상에 빛을 보게 하고 태어나면서부터 필연적으로 함께할 수밖에 없고 죽을 때까지 함께 하는 존재가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든 지금도 세상에 어떤 의미로 태어난 지는 알아가고 있는 중이지만, 미성숙하고 세상이 무섭고 어려웠을 때 집이라는 안정적인 공간에서 안식이 되어주는 그런 존재가 가족이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내가 드는 의문은 나에게 있어서 가족도 이런 존재였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어렸을 때는 기억이 남아 있지 않지만 남자가 귀한 집에서 남동생이 태어나고 나서부터 나는 부모의 관심이나 보호 아래 있는 것이 아니라 알아서 헤쳐나가야 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모든 관심과 사랑은 남동생에게 향해 있었고, 동생이 잘못을 하게 돼도 내 탓으로 돌아가는 상황에 놓여 있어야 했고 동생을 부르는 목소리와 나를 향하는 목소리에 간극은 너무 컸고 가족끼리 외식을 가는 상황에서도 나는 집에 있는 경우도 있어 그저 숨죽이며 방 안에 갇혀 지냈다.
물론 이런 환경이 아이러니하게도 누구에게 의지 하지 않고 독립적인 성향으로 자라긴 했지만, 나는 흔한 학원 공부나 과외가 아닌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도 성적은 좋아 지금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고 얻고 싶은 게 있으면 노력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갖추게 된 거 같다.
이런 나를 아버지는 엄청난 과외를 받은 동생보다 공부를 잘하거나, 학교에서 좋은 일이 있으면 칭찬해주기는 커녕, 동생에 기를 죽인다는 생각으로 더 고통스럽게 나를 짓밟았던 기억이 있다.
어릴 때도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던 거 같다. '내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한 거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고 열심히 한 나에게 저들은 나를 무시하지?', '자기들끼리 있으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데 나만 나타나면 왜 웃음을 멈추지?'등 이런 생각들이 어린 나에게는 깊은 상처로 다가왔고 밖에서 만나는 사람들보다 가족이란 존재가 나에게는 훨씬 힘겹고 외롭게 하는 존재로 다가왔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직을 하게 되면서 내 힘으로 돈을 벌게 되어 가족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지면서 철저히 독립을 꿈꾸게 되었을 때도 가족은 끊임없이 고통스럽게 했다.
첫 직장 월급을 꾸준히 저축하며 조금씩 미래를 설계하고 있을 때, 어릴 때부터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는 뻔뻔하게 자신에 동생 사업이 부도가 나서 나에게 모아둔 돈을 달라고 협박하고 보증을 들라며 강요했다. 나에게 단 한 번도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주지도 않은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돈을 뜯어가는 걸 보면서 극한의 환멸감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아직도 나에게 충격으로 남은 기억이, 꿈에서 아버지가 나왔는데 꿈에서도 나를 심하게 괴롭히는 꿈을 꾸면서 잠결이었지만 저항하느라 내가 벽에 손을 치면서 손이 크게 다친 기억이 있다.
그때 나는 깨달았던 거 같다.
나에게 가족이라는 존재는 떨어져 지내는 것이 유일하게 내가 생존하는 방법이고 나를 위해서도 필요한 선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도망치듯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살아보지 않은 환경 안에서 모든 것을 내 힘으로 해야 되는 상황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지만 마음 한편은 편안했던 거 같다.
그래도 예상과는 빗나가지 않게 멀리 떨어져 지내는 동안에도 가족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했고 아버지에 성향을 커가면서 닮아가는 남동생에 모습은 더욱 가관이었고 회피 성향이 강한 어머니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대신해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는 딸에 모습을 그저 지켜만 보는 방관자였다.
물론 어머니는 성실하고 진실한 사람이지만, 딸에게 바라는 건 주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배설하는 창구 역할을 해주는 사람 그리고 경제적인 지원을 해줄 때만 딸로서 받아주는 느낌이 강했다.
최근 결국 크게 다투게 되면서 그동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희생하고 인내했던 부분을 모두 내려놓게 되었다.
내려놓는 그 순간에서도 마음 한켠에 아쉽거나 미련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후련하다는 생각이 짙게 들면서 인간관계에도 유효기간이 있듯이 가족관계에도 유효기간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함께하면 할수록 서로에게 짐이 되고 고통스럽게 하고 상처를 주는 가족의 개념에서 벗어난 관계라고 한다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 억지로 묶어 고립시키고 메마르게 하는 것보다 기본적인 자식으로서 해야 되는 도리만 하고 각자 주어진 삶 안에서 자기 삶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주변에 넘쳐나는 다양한 콘텐츠 속에서 화목한 가족을 보면서 내가 갖지 못한 환경이 부럽다는 생각을 아주 잠시 하였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다르게 누구나 말하지 못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콘텐츠 속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 마음에 와닿지 않아 보다가 꺼버렸던거 같다.
돌아보면 내가 살아온 과정은 처참하고 불행해 보일 순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누군가의 힘이 아닌 혼자 힘으로 고향을 떠나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되었고 내 분야에서 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이 되었고 고통스러운 시간 속에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처절한 감정까지 깊이 느끼게 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단단한 사람이 되었고 나처럼 힘든 시간을 보냈던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이 시간, 이 공간 안에서 글을 쓰게 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과정은 불행했지만 앞으로 내 인생은 절망감 보다 기대감이 더 크다.
인생에 다양한 경험 속에 나는 남들이 갖지 못하는 나만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갖은 사람이 되었으니깐.
어떤 삶을 살고 있더라도
당신은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남의 불행 위에
내 행복을 쌓지 마세요
- 법률 스님의 행복 안내서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