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지치고 힘들 때 당신은 어떤 게 먼저 떠오르세요?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그 속에서 상처와 갈등이 생겨 마음고생도 하기도 하고 기대하다가 실망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게 된다. 지금은 여러 일을 겪고 인간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고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그런지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외롭지 않은 방법을 터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혼자 있는 시간이 타인에 대한 신경을 내려놓고 눈치 볼 필요도 없고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보내는 시간보다 더 즐겁게 다가오고 있다. 물론 관계를 통해서 얻어지는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도 있지만 그 외에 훨씬 더 크게 다가오는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나를 보호해야 되는 생각과 성향도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한 사람인 것을 깨닫게 되면서 이런 시간을 소중히 하고 있다.
하루에 반나절 이상을 직장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상사들 뒤치다꺼리를 하며 보내다 집에 돌아오는 길이 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지금 피폐해진 감정을 정화시켜 주는 콘텐츠를 먼저 찾게 되는 거 같다. 퇴근길 지하철 속에서 나의 모습은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에 순수한 행동과 귀여운 동물들에 콘텐츠를 본다거나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고, 자신에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에 모습이 담긴 콘텐츠를 본다.
마치 켜켜이 쌓인 마음에 장벽을 무너뜨리는 느낌이 들만큼, 내가 보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알고리즘은 이런 것들로 점령되어 있고 집에서 쉬고 있는 그 순간에도 항상 내 시야에 머물고 있는 거 같다.
'귀여움이 세상이 구한다'라는 말과 좋은 사람에게만 느껴지는 '진심'은 살아가기 힘들고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가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고 다시 살아가게 하기도 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화고 사람들은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고 관계는 단절되고 멀어지는 세상에서 이런 요소들은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사람을 알아가고 관계를 맺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이유는 그동안 쌓여 있는 사람에 대한 데이터들이 누군가를 만났을 때 긴밀하게 작동하여 이 사람과 잘 맞는지, 가식적인 사람인지, 나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인지 등을 빠르게 파악해 관계가 형성되기도 전에 이미 결론을 내려 버려 관계에 선을 긋고 거리를 두게 되는 거 같다.
작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 팀장으로서 10명에 팀원들을 관리하며 정신없이 보내고 있다가 황당한 사유로 퇴사를 결정하게 되었을 때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웹디자이너가 보낸 메시지가 기억에 남았다. 메시지에 내용은
보잘것없는 자신을 챙겨줬던 이야기와 자신의 편이 되어주셔서 감사했다는 이야기와 미래에 대한 고민에 대해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팀원도 많았고 어떤 상황에 있든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터라 내가 가진 기준에 맞게 행동했을 뿐인데, 그녀는 자신을 다른 누군가와 다르지 않게 대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해 준 사실이 오히려 더 고맙게 느껴졌다.
그녀도 회사 생활을 하면서 받았던 상처가 있었고 사무실에서도 위축되어 있는 모습이 내심 신경이 쓰였던 것도 있었지만 너무 티 나게 누군가를 챙겨주는 것이 마음에 걸려 내 나름에 방법으로 대했지만 누군가는 이런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고마워할 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인데 그런 소소한 행동 하나가 그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이 놀라운 부분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퇴색돼 버리는 마음일지라도, 그녀의 삶이 조금 더 성장되고 단단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답장을 했던 거 같다.
그리고 최근에 가장 나를 자극했던 것 중 하나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 나온 주연 배우들이었다. 단종역에 박지훈 배우와 엄흥도역에 유해진 배우가 스크린 상에서 보여준 부자지간 같은 엄청난 케미가 압도적이었지만, 스크린 밖에서의 두 배우에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에 여운으로 여기저기 두 사람에 대한 내용을 검색하면서 보다가 내가 영화 속에서 느꼈던 부분이 잘못 본 것이 아닌, 두 사람 역시도 아버지와 아들처럼 서로를 아끼고 신뢰하면서 지냈다는 이야기와 역할에 몰입해 그때의 감정 여운이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는 이야기를 보면서 자신의 역할을 대할 때 진심으로 임했던 모습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애틋함을 선사해 침체된 영화 시장을 다시 끌어올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거 같다.
세상이 어렵고 사람이 가장 무서운 인생으로 조금은 편안하게 또는 빠르게 올라가기 위해 철저히 계산적으로 주변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아랑곳하지 않게 행동하며 독단적이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씁쓸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 주고 조금은 늦더라도 결국 승리하는 건 선한 사람들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나의 등대가 채워지면 만 명에 길이 밝아지듯이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을 가진 선한 사람들이 앞으로도 늘어나 세상이 조금은 따뜻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요즘이다.
인간의 선한 행위에는 어떤 공리성도
게재되어서는 안 된다.
베풀 때는 허심탄회하게 빈 마음으로 선뜻 베풀어야지,
거기에 조건이 붙거나
불순한 생각이 따른다면
결국 베풀어도 베푼 것이 못된다.
- 법정 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