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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Jan 25. 2019

캐나다에서 살아가는 한국인 엄마의 이야기

도서 <엄마니까> 리뷰




제목이 ‘엄마니까’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처음 이 책에 끌린 점은 ‘엄마’가 아닌 ‘캐나다’였다. 이 책은 세 아이를 데리고 캐나다에서 6년을 살았던 저자가 겪고 느낀 것들에 대한 에세이이다. 한 번도 해외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늘 해외의 삶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고, 대학에 와서 이런 저런 기회를 찾아봤지만 여태 하나도 기회를 잡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도 적지 않게 있던 차였다. 더군다나 지난 가을 캐나다 서부 여행을 다녀오면서 캐나다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였으니, 그 막연한 로망이 이 책을 집어들게 한 것이다. 그러나 막상 펼쳐 본 그의 이야기는 그렇게 아름답고 설레기만 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가 묘사한 캐나다는 내가 보고 느낀 만큼이나 아름다운 나라였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나라였고, 또한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나라였다. 다운타운 옆에 파란 물결과 하얀 요트가 항구에 어우러지고, 우거진 숲 속을 지나면 마법같이 드넓은 바다와 모래사장이 나타났다. 그림에나 나올 법한 정원은 물론이고, 자연이 선물한 천연 온천까지도 가진 나라였다. 그런 곳에서 소수자도 살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도록 배려가 모두의 몸에 밴 나라이기도 하고, 이방인의 서러움도 녹여줄 만큼 따뜻한 온정이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가 책을 통해 엮어낸 캐나다는 흡사 유토피아에 가장 근접한 나라였다.



그러나 아무리 유토피아라 해도 유토피아 아닌 곳에서 살다 온 사람에게는 낯선 나라일 뿐. 더군다나 캐나다는 당연하게도 유토피아가 아니고, 이방인의 서러움과 한은 어디에든 있었다.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크고 작은 문제들은 기본이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는 정반대의 속도로 굴러가는 캐나다에서 수 일간 침대 없이 추운 밤을 보내는가 하면, 피아니스트인 딸의 손이 다쳤는데도 며칠 동안 제대로 치료받지도 못한다. 물론 이방인에 대한 경계심과 불친절 역시 어느 나라에나 다 존재하는 것이리라.



그런 낯선 땅에서, 게다가 그는 ‘엄마’였다. 그것도 세 아이를 낯선 나라에 적응시키고, 그곳의 학교에 보내고, 아이들 몸과 마음 아픈데 없이 최대한 보살피고, 자신의 피곤과 서러움은 뒷전으로 한 채 아이들의 마음부터 살펴야 하는, 그러면서도 매번 더 챙겨주지 못함에 미안한 마음부터 드는 엄마이다. 매일같이 아이들을 깨우고 도시락을 싸주며 크고 작은 다툼과 갈등으로 하루하루 치러지는 이 전쟁은 내 나라에서도 버거운데, 먼 타국에서까지 이 전쟁을 치르려니 여간 고단한 게 아니다. 고강도의 신체적·정신적 노동에 주어지는 물질적 보상은 0에 수렴. 이 극한 직업에는 바로 엄마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고단함을 오히려 정갈하고 예쁜 문장으로,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로, 그리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감성으로 승화한다. 당시의 상황과 자신의 감정이 솔직하게 그리고 생생하게 드러나는 글이었고, 이곳저곳에 문학적인 수사와 묘사가 많았지만 이상하게도 오글거리는 에세이가 아닌 잘 쓰인 수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 편, 한 편의 에피소드를 읽고 나면 저마다의 온기로 마음 어딘가가 조금씩 따뜻해지는, 그런 놀라운 글이었다. 캐나다로 가기 전까지는 공직에서 오랜 직장생활을 했다는 저자, 캐나다에서 돌아온 지금은 ‘엄마 사표’를 내고 오직 자신을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는 저자의 꿈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단지 기교가 좋다고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이 잘 쓰인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방인의 땅 캐나다에서 6년이라는 시간동안 저자가 겪고 느낀 바와 그를 통해 얻은 삶의 지혜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여유, 그리움, 추억, 두려움, 불안, 안정, 배려, 사랑 등, 책 속의 이야기는 분명 저자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그 속에는 인간 삶의 보편이 녹아있었고, 그것에 대한 지혜 또한 자연스럽게 묻어나왔다. 읽으면서 많이 공감도 하고 많이 배우기도 한 책이었다. 그런 고마운 책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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