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은 왜 상처가 되는가

감정을 숨기지 못한 아이

by Rebuild HW

나는 어릴 때부터 감정을 숨이지 못하는 아이였다.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금세 달아올랐고, 억지로 웃으면 입꼬리가 어색하게 떨렸다. 누군가가 나를 보며 “네 얼굴에 다 쓰여 있다”라고 말하면 정말 그랬다. 내가 느낀 감정은 눈빛과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세월이 흘러 서른이 넘고,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이지만 그 습관은 변하지 않았다. 상황에 맞게 돌려 말하거나, 예의 바른 미소로 감정을 감추는 기술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나는 여전히 솔직하게 말해버렸다. 그 순간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내뱉곤 했다.


문제는 그 솔직함이 언제나 좋은 결과만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상대의 표정이 굳어지고, 공기가 싸늘해지는 순간을 나는 수도 없이 경험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괜히 말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특히 직장이나 거래처처럼 이해관계가 얽힌 자리에서는 내 말이 더 무겁게 다가왔을 것이다. 상처를 준 건 분명 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흘러서 뜻밖의 말을 들을 때가 있었다. 예전에 내 직설 때문에 마음이 상했던 사람들이 어느 날 조심스럽게 다가와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때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웠어. 그 말 덕분에 내가 돌아볼 수 있었어.”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말이 상처였을 텐데, 왜 고마웠다는 걸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알 것 같았다. 듣기 좋은 말은 잠시 기분을 달래주지만 오래 남지 않는다. 반대로 솔직한 말은 그 순간엔 칼날처럼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흔적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흔적이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위로는 말보다 마음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 속 위로는 자주 가볍게 소비된다. “괜찮아요”, “힘내세요”라는 말은 입술 끝에서 쉽게 흘러나온다. 문제는 그 말 뒤에 진심이 있는가다. 의례적으로 건네는 위로는 오히려 듣는 이를 더 외롭게 만든다. 상대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말만 던지고 떠나버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고민한다. 진심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택할 것인가. 때로는 진심이 불편함을 만들고, 때로는 듣기 좋은 말이 관계를 매끄럽게 만든다. 사회는 대체로 후자를 요구한다. 하지만 나는 그게 힘들다. 앞에서는 웃으며 인사하다가 뒤에서는 헐뜯는 모습, 그것이 인간의 본모습이라면 나는 차라리 서툰 솔직함을 택하고 싶다.


물론 그로 인해 관계가 틀어지기도 하고, 기회를 잃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증명해 준 것이 있다. 솔직한 말은 상처가 될 수 있지만, 그 상처는 나중에 진짜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결국 남는 건 진심이지, 가벼운 인사치레가 아니다.


나는 오늘도 경계에 서 있다. 상처와 위로 사이, 솔직함과 가식 사이. 여전히 내 언어는 서툴고, 사람들의 마음을 온전히 헤아리진 못한다. 그럼에도 나는 솔직함 쪽에 더 마음이 기운다. 언젠가 누군가가 “네 말 덕분에 내가 버텼다”라고 말해줄 수 있다면, 그 불편함쯤은 감수할 수 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