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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choice Apr 08. 2024

rechoice,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다시 선택하자.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길을.

프롤로그.


가마쿠라에 가기로 했습니다. 마음 속에서 그 결정을 내리자마자 다음 주 비행기표를 끊을 뻔 한 걸 겨우 참았어요. '아직 기다려! 그래도 아직 중요한 할 일들이 남아 있잖아,' 하면서요. 그동안 하기 싫은 걸 해내기 위해서 그 좋아하던 서핑도, 친구들 만나는 횟수도, 프로젝트도, 글쓰기도, 날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던 많은 것들을 그만두었더니 새장에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부작용처럼 커지나봅니다.


언젠가 가마쿠라에 가야겠다고 결심한 건 꽤 오래 전 일입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 작가들이 올려둔 청량한 여름 가마쿠라의 모습 때문이었어요. 서핑을 하는 사람들이 떠 있는 푸른 바다, 일본 특유의 감성을 지닌 전철이 그 바다 앞을 오가는 풍경. 그 모습이 제가 참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코쿠리코 언덕에서>와 오버랩되는 순간, 살면서 꼭 한 번 직접 그 땅을 밟아 보리라는 결심이 섰습니다.


저는 2024년 6월이 되기 전에 가마쿠라에 갑니다. 예산은 100만원. 세부 계획은 짜지 않고, 비행기표만 예약한 채 가마쿠라에서의 모든 시간을 그저 여백으로 남겨 둡니다. 제게 여행은 고생한 나를 위한 보상이 아니라, 그저 삶의 일부일 뿐이라서일까요. 거기에 가서 무엇을 보고 들어야지, 하는 마음보다는 내가 숨쉬며 발닿는 곳이, 즉 살아가는 곳이 달라지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쓰고 보니, 어쩌면 이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겁 없이 연고도 없는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던지, 서핑을 위해 매주 수업이 끝나면 강원도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던지요. 강원도가 옆 동네니? 라고 묻던 친구들에게 두 시간이면 옆 동네지, 서울 바닥에서도 이동 시간이 한 시간씩인데. 라고 답했던 게 생각이 나네요.


어떤 장소나 공간에 가 보기 전에 미리 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은 기존의 내가 가진 관점과 생각에 틀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미리 무엇을 보고 들을 것인지 결정해버리면 그것 외에 새로운 장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놓칠 수도 있죠. 전 그 대신 스스로를 통째로 비워가서 새로운 곳에서 경험한 것들로 나를 가득 채우고, 그걸 발판 삼아 변화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아, 여기도 갔었지. 여기서 재미있었지.' 바쁜 일상을 살다가 앨범처럼 꺼내보는 여행이 아니라, 강원도에서 고민했던 내가 가마쿠라에서 삶을 계획하는 나를 만들고, 서울에서 그걸 실천하는 나를 뒷받침해주고.... 그렇게 계속 받아들이고 성장하고 하나의 삶으로 연결되는 여행이 진정 내가 원하는 방식임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됩니다. 물론 두 가지가 완전히 다른 건 아닐 테지만요.


막상 쓰고 나니 이거 정말 가도 되는거야? 라는 의구심이 들지만, 일단 씁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내는 것이 주특기였던 제가, 남들 따라 현실에 나를 우겨넣으며 이게 모두가 맞는 길이라잖아, 하면서 살았더니 병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다시 상상을 씁니다. 가마쿠라에서 삶을 다시 돌아보고,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내 가치와 목표를 깨끗이 정립하고, 스스로 길을 선택하고 그것을 즐겁게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려고 합니다.


저는 정말로 담벼락에 붉은 능소화가 피기 전까지 가마쿠라에 도착할 수 있을까요?




이 매거진이 현실이 되어 브런치에 발행되기까지, 상상에 머물렀던 생각 일기.


가마쿠라에 가고 싶다. rechoice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일본 캡슐 호텔에서도 머무르고 싶다. 생산성이 더 높아지고 싶다. 즐거운 일들을 하고 싶다. 일에서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 남들처럼 시간이 귀한 줄 알고 싶다. 생동감 넘치게 살아가고 싶다. 마음껏 생각을 펼치면서 돈도 벌고 싶다. 틀 안에만 갇혀있고 싶지 않다. 싫은 일도 결국은 해내는 사람이고 싶다. 나는 가마쿠라에 간다. 가마쿠라에서 앞으로 살고 싶은 나의 가치와 삶의 방향을 정돈한다. 루틴을 만든다. 어떤 루틴이냐면... 언제 어디서나 나를 돌보면서 일정한 생산성을 유지하고 창의적인 일을 해낼 수 있는 루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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