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5] 추운 겨울, 차가운 시냇물에 발 담그듯이

친환경브랜드 리컬러 대표의 인생과 사업에 대한 희망에세이

by Sean Re

여유라는 말에는 여유가 느껴진다.

똑같이 여유(餘裕)라고 쓰지만, 한자가 다른 여유(與猶)라는 말이 있다. 바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를 가리키는 당호, 여유당(與猶堂)이다.


여유당은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져 하나를 이루고 있는 남양주시의 어느 산속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 이 지역 신도시 이름을 ‘다산 신도시’라고 칭하는 것으로 보아 다산의 정신과 당호인 여유당 정신을 기리고 있는 듯하여 흐뭇해진다.


여유당이란 말은 무슨 뜻일까? 그 어휘의 시초는 노자의 도덕경 15장 ‘겨울 찬 시냇물에 발 담그듯이 너의 이웃을 두려워하라’는 구절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젊은 시절, 1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전라도로 유배되었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다산 정약용 선생의 큰 깨달음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추운 겨울에 찬 시냇물이라, 생각만 해도 춥다. 그런 물에 발을 담그노라면 분명 성급하거나 급하게 빨리 담그지는 않을 것이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살짝 대어가며 찬 정도를 확인한 다음, 어느 정도 적응되었을 때 지긋이 담글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삶도 늘 겨울 시냇물에 발 담글 때의 그 조심함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다산처럼 올곧게 행동하더라도 그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에 의해 모함을 당하고 유배까지 보내질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힘들었던 경험을 토대로 나오게 된 개념이 바로 여유당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도 다산의 그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사회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어쩌면 더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더 많은 모함과 수모를 당하며, 혹은 그런 위기들이 도살이고 있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삶 속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오늘부터는 기분 좋은 여유(餘裕)도 좋겠지만, 다산의 가르침인 여유당의 개념을 늘 가슴속에 새겨보아도 좋겠다. 말과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며 주변을 살피고, 서서히 천천히 여유(與猶)한다면, 더 큰 차원에서 인생의 여유(餘裕)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브런치 포스팅 다음 날 아침, 여유당을 찾았다. (22.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