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몽

오색물고기 | M87수인

by 영하




나는 작품 가까이 다가갔다. 물고기가 헐떡이듯이 배를 살짝 부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물고기의 비늘은 내 왼쪽 이마의 말라비틀어지면서 갈라지고 있는 피부 같았다. 눈은 하얗게 질려버린 채로 절박하게 나를 쳐다보는 듯한데,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흐릿해져 가는 내 눈처럼 보였다.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컥하고 연민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천둥처럼 급작스러운 연민이 귓가에 울려 먹먹해지더니 천둥이 친 후 번개가 내리치듯이 그림으로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가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당연하게 소나기가 쏟아지듯이 물고기에 손이 닿자 순식간에 그림 속으로 넘어졌다. 중심을 잃으면서 다급하게 왼 손으로 곁에 있던 수아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축축한 물 웅덩이에 앉아있었다. 아주 큰 웅덩이에 빗물이 고여있는 듯했다. 하지만 금세 이곳이 그림 속, 수아가 말한 호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위에는 수많은 작은 물고기들이 빛을 잃고 헐떡이고 있었고 뜨거운 햇빛에 으스러져가는 나무들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익숙한 듯이 수아는 멀쩡히 서서 내게 손을 내밀며 괜찮냐고 물었다. 수아의 손을 붙들고 일어섰다. 예상했던 대로 수아의 손은 단단했다. 살은 내 살의 느낌과 별반 다를 게 없었는데, 뼈는 사람의 뼈로 이루어진 게 아니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 수아의 등 뒤로 고개를 빼었다. 한 아이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안녕, 아이야. 여기가... 어디니? 너 여기 살아?”

아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아이는 까만 눈으로 가만히 쳐다보았다. 많이 울었던 것인지 눈가는 촉촉했고 살짝 붉었다. 곱슬머리에 턱이 갸름한데 왠지 말을 잃은 듯한 입술로 몇 번 들썩이더니 마른 목소리로 대답을 해왔다.


“물이 차오르지 않아요. 이 호수는 물이 차올라야 해요. 아래에 저와 같은 마고들이 있어요. 마고들과 물로 이야기를 해요. 하지만 물이 차오르지 않아요. 물고기가 죽어가고 있어요. 나무들이 빛을 잃어가요. 물이 차올라야 해요.”

아이는 숨도 쉬지 않고 한 번에 쏟아냈다. 절박한 심장소리가 내 귀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이 호수의 상황을 추측할 수 있었다. 나무들 사이를 몇 걸음 걸어보니 이곳이 산 정상인 것만은 확실했고 아이의 말대로 하자면 이 호수는 아래에서부터 물이 차오르는 곳이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분명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음.... 마고야, 그런데 나는 여기서 나가고 싶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의 물음에 마고는 시선을 물 웅덩이로 옮겼다.


“지금은 돌아가지 못해요.”

바로 알아차렸다. 나와 수아는 물을 통과해서 들어왔고 물은 완전히 말라가고 있었다.


“물이 차올라야 해요.”

나는 다급하게 다시 물웅덩이로 가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수아에게 도움을 눈길을 보냈다. 수아는 그저 마고라는 아이를 안아주었다. 둘은 이미 알고 있던 사이처럼 느껴졌다. 나는 수아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봤다. 대답은 마고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이전에 큰 비가 내렸어요. 정말 긴 시간 동안 비가 내렸어요. 태양을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호수가 넘쳐버려서 물고기들이 많이 죽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차오르는 물을 막아야겠다고 이야기했어요. 그 이후로 뜨거운 태양이 계속되었는데 물은 차오르지 않고 물고기는 죽어가요. 우리는 물로 이야기를 하는데 그날 이후로 물이 차오르지 않아서 이야기를 할 수가 없었어요.”

아이는 정신없이 문장과 문장을 이어가며 말했다.


“네가 내려가서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면 되잖아.”

마고가 답답해서 퉁명스럽게 말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마고는 나를 원망하는 눈으로, 마치 이 일이 내 탓이라는 듯이 쳐다보며 대답했다.


“나는 갈 수가 없어요. 나는 이곳에 있어야 해요.”

마고의 눈을 피해서 수아를 쳐다봤다. 수아는 나를 간절히 쳐다보며 말했다.


“다른 마고들을 만나서 물이 차오르는 것을 막지 말아 달라고 하자.”

수아의 목소리와 눈은 흔들림이 없었다. 나도 물이 차올라야 M87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수아와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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