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하는가? 기록으로 찾는 나만의 이유

by 타야



퇴근길에 가끔 이런 생각이 들죠


‘나…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거지?’


누군가는 승진을 위해

누군가는 대출 상환을 위해

누군가는 아이 학원비를 위해 일을 한다고 말해요

그런데 밤에 불 끄고 누워 있으면 그 모든 이유를 말해도 설명되지 않는 빈 자리가 하나 남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래서 행복한가?”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자꾸 말을 잃어요.




아무도 대신 써주지 않는 질문, “나는 왜 일할까”


저는 기록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의 노트 속에 같은 문장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지 헷갈려요.”


재미있는 건 이 고민을 적는 사람들의 캘린더를 보면 일정은 빽빽하다는 거예요
회의, 마감, 아이 일정, 공부, 운동… 하루를 꽉 채워 살아가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비어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항상 먼저 묻습니다



“그럼, 최근 일주일 동안
내가 좋아했다고 느낀 순간을 몇 개나 기억하나요?”


대부분 한참을 생각하다가 겨우 한두 개를 떠올립니다


“아, 점심때 동료랑 수다 떨면서 깔깔 웃었던 거요.”
“퇴근하고 집 앞 카페에서 혼자 커피 마시던 시간요.”


그리고 저는 그때 말해요


“그게 바로, 당신이 왜 일하는지와
아주 깊이 연결된 장면일지도 몰라요.”



우리는 자꾸 ‘정답 같은 이유’를 찾으려고 해요.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서요.”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요.”


물론 맞는 말이지만 그 사이에 나만 느끼는 작은 기쁨이 빠져 있으면 삶은 금방 마르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나는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을 머리로 쓰는 자소서 대신
매일의 기록으로 천천히 찾아가는 과정으로 바꿔 보자고 제안하고 싶어요.




취향을 적는 순간, ‘직급’ 대신 ‘나’가 보이기 시작한다


회사에서 우리는 직함으로 불립니다.

대리님, 과장님, 팀장님.

그런데 노트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요.


“나는 사실 ○○○에 더 가까운 사람이다.”


이 문장을 완성해 보는 것만으로도 기록은 달라집니다.


나는 ‘김대리’일 수도 있지만


노트 안에서는

그림 그리는 사람

글로 위로를 나누는 사람

새로운 걸 배우면 남에게 알려주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죠.


취향을 적는다는 건
“나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라고
세상에 조용히 선포하는 일이에요.



오늘 하루 일을 마치고 노트 첫 줄에 이렇게 적어보면 어떨까요.

“오늘 나는 이런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거창할 필요 없이
“사람을 도와줄 때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은 사람” 이렇게요.




이 문장이 쌓이면 어느 날
“아, 그래서 내가 이 일을 선택했구나”
하는 깨달음이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됩니다.


직급이 아닌 정체성으로 나를 볼 준비가 되기 때문이에요.





숫자보다 ‘왠지’를 적어야 보이는 것들


요즘 우리는 너무 많은 숫자에 둘러싸여 살아요.
매출, 조회수, 팔로워 수, 칼로리, 수면 시간까지.

물론 이 숫자들도 필요하지만
“왠지 좋았다/왠지 싫었다”는 감각을 무시한 채 지표만 쫓다 보면 어느 순간 삶이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저는 기록을 이렇게 나눠 쓰는 걸 좋아합니다.
왼쪽에는 오늘 한 일과 숫자를 적고
오른쪽에는 이런 문장들만 모아두는 거예요.


“오늘 왠지 힘이 났던 순간”

“왠지 마음이 불편했던 말 한 마디”


이유를 완벽히 설명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그냥… 뭔가 기분이 좋았다.”
“말투가 살짝 날카롭게 느껴졌다.”

이 모호한 감각들이 쌓이면
어느 날 한 줄의 진실로 묶입니다.



“아, 나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자리’에 있을 때 살아 있다고 느끼는 사람이구나.”


“나는 숫자를 맞추는 일보다 이야기를 만드는 일을 더 좋아했구나.”


AI가 논리와 정보를 대신 정리해 주는 시대라면
사람에게 남는 힘은 센스와 감각이에요.



그리고 그것은 기록해 두었을 때만 선명해집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오래 버티는 사람의 기록법


이제는 누구나 압니다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사실을요


첫 취업은 늦어지고

은퇴는 뒤로 밀리며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오래 일해야 하는 세대를 살고 있어요


그렇다면 중요한 건


“잠깐 번쩍 성공하는 법”이 아니라
“굵고 길게 버티는 법”이 아닐까요


저는 그래서 요즘 기록을 할 때

반드시 네 칸을 챙기려고 해요.


1. 오늘 내 몸은 어땠는지

2. 오늘 내 마음은 어떤 온도였는지

3. 오늘 한 일 중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이었는지

4. 오늘 나 자신을 위해 쓴 시간은 있었는지


이 네 가지를 매일 한 줄씩만 적어도
삶의 리듬이 보입니다


잠을 줄이고

끼니를 대충 때우고
툭하면 “나만 참으면 되지” 하면서 버티는 사람은
언젠가 반드시 큰 대가를 치르게 돼요.

기록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줍니다.



“지금부터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어야

나중에도 계속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


일을 더 오래 더 기쁘게 하고 싶다면
몸과 마음의 기록이 먼저여야 합니다
우리는 마라톤을 뛰고 있는 거니까요






외롭지 않게 쓰는 기록, 깐부 한 명이면 충분하다



요즘은 ‘대외로움의 시대’라는 말을 합니다.
매일 SNS로 연결되어 있지만
정작 진짜 속마음을 나누는 사람은 없는 시대

기록도 혼자만의 싸움이 되면 금방 지쳐요


그래서 저는 “기록 깐부”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하루 한 줄씩 쓰고
가끔 서로의 페이지를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고
“오늘도 썼네, 잘했다” 한마디 건넬 수 있는 사람

거창한 피드백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이렇게만 말해줘도 충분해요



“잘했어.”
“자연스러워.”
“의미 있어.”


이 세 문장은
저에게 한 정신과 선생님이
“사랑을 녹여내는 말”이라고 알려준 표현이기도 해요

기록을 오래 이어가는 사람은
혼자 의지로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서로를 부드럽게 밀어주는 깐부를 가진 사람입니다





기록은 잘하려는 게 아니라, 같이 놀자는 것이다



기록도 어느 순간 부담이 됩니다
예쁘게 써야 할 것 같고
글씨도 사진도 완벽해야 할 것 같고
하루만 빼먹어도 ‘망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 우리는 또 노트를 덮고 맙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이런 날을 정해요



“오늘은 기록을 망쳐도 되는 날.”


의미 없이 스티커를 붙이고

오타를 그대로 두고
낙서만 한 페이지 가득 채우는 날

웃긴 건, 이렇게 기록을 망쳐보는 날일수록
우리가 기록과 더 친해진다는 사실이에요

기록은 잘하려고 하는 순간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그냥 같이 놀아주기 시작할 때
비로소 습관이 됩니다

그러니 오늘만큼은 예쁘게 쓰려고 애쓰지 말고


그냥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 세 개’를 적어보면 어때요?


“피곤하다.”
“그래도 살았다.”
“그래도 괜찮다.”


이 세 단어도
충분히 한 장의 삶이 됩니다




나의 ‘일하는 이유’는, 이미 기록 속에 있었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목적” 같은 거창한 문장을 찾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문장은 일단 나중에 미뤄두자고 말하고 싶어요

대신 이렇게 묻고, 이렇게 적어보는 걸 추천합니다


오늘 내가 가장 살아 있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는지


오늘 나를 웃게 하거나 울컥하게 만든 사람은 누구였는지


오늘 일이 끝났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은 무엇이었는지



이 질문들에 매일 한 줄씩 답하다 보면
어느 날 정말 조용히 이런 문장이 마음 안에서 완성될 거예요


“나는, 이런 순간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이구나.”


그게 누군가에게는
아이의 웃음일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자유일 수 있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돕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정답은 누구도 대신 써줄 수 없어요
하지만 하루 한 줄씩 기록을 남기다 보면
그 답이 이미 내 안에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늘 밤, 노트를 한 장 펴두고 이렇게 써보면 어떨까요



“나는 왜 이렇게까지 일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 아래에
오늘 하루를 떠올리며 세 줄을 이어 적어보는 거예요.

오늘 내가 좋아했던 순간


오늘 나를 덜 외롭게 만든 사람/말


지금 이 순간 내 마음 온도


이 세 줄만으로도


당신의 “왜 일하는가”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모습을 드러낼 거예요

기록은 거창한 답을 찾는 도구가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던 이유를
조용히 다시 꺼내오는 손입니다

그 손을 오늘
한 번만 잡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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