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하는 마음으로
언제부턴가 정리를 자주 한다.
물건을 줄이고, 메모를 지우고,
오래된 사진을 폴더 밖으로 꺼낸다.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 손이 먼저 움직인다.
살면서 알게 됐다.
정리는 단순한 치움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건네는 위로라는 걸.
“이만큼 잘 버텼다”는 인정을,
“이제 괜찮다”는 다짐을,
나는 매번 정리라는 행동에 담아냈다.
예전엔 뭔가를 더 채우는 데만 집중했었다.
더 많은 것, 더 새로운 것, 더 나은 것.
그런데 어느 순간, 덜어내는 일이
나를 더 평온하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됐다.
서랍 하나를 비우고, 쓰지 않는 파일을 지우고,
오래된 감정을 곱씹으며 조용히 놓아주는 일.
그 안에서 나는 조금씩 가벼워졌다.
정리는 그저 공간의 정리가 아니라,
내 마음의 우선순위를 다시 고르는 일이다.
지금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놓아도 괜찮은 것이 무엇인지,
천천히 스스로에게 묻는 일.
가끔은 물건보다 사람이 먼저 떠오르기도 한다.
연락을 이어가지 않는 사람들,
말은 없지만 멀어진 마음들.
억지로 이어 붙이지 않기로 했다.
끊김을 탓하지 않고,
흐름대로 보내는 연습을 하고 있다.
정리의 끝에는 빈자리가 있다.
그 빈자리는 허전하지 않다.
오히려 새로운 숨이 흐를 수 있도록 길을 내어준다.
오늘도 나는 조용히 정리하고 있다.
어지러운 감정들을 다독이고,
내 삶에 남겨진 것들을 소중히 바라보며,
그 자리를 예쁘게 정돈하고 있다.
지우는 게 아니라, 남기는 것이다.
놓는 게 아니라, 지켜가는 것이다.
조용한 평안을 위해, 나는 다시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