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여
요즘은 평안이 뭔지 자주 생각한다.
어릴 적엔 ‘행복’이 중요했고,
청춘엔 ‘성장’이 우선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평안’이라는 말이 가장 그립다.
평안은 대단한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작고 조용해서, 잊고 지내기 쉽다.
무사히 하루를 마치는 일,
집에 불이 켜져 있는 일, 아픈 곳 없이 잠드는 일.
그런 일상 속에 평안이 숨어 있다.
예전엔 항상 무언가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성취를 해야 했고, 사랑받아야 했고,
변화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달라졌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커졌다.
더는 바꾸지 않아도 되니까,
지금 있는 것을 지키고 싶어졌다.
생각해 보면, 평안은 ‘얻는 것’이 아니라
‘깨지지 않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내가 아끼는 것이 제자리에 있고,
마음이 무너지지 않고,
소중한 것들이 무사한 상태로 내 곁에 남아 있는 것.
조용한 아침이 오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고,
라디오에서 마음에 쏙 드는 문장이 흘러나오는 날.
그럴 때 나는 느낀다.
이게 바로 내가 바라던 평안이었구나?
요란한 소식 없이 흘러가는 하루.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는 하루.
그 하루를 무사히 지나고 나면,
내 안에서 작은 안도가 밀려온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아무 일도 없기를’ 기도하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다치지 않고, 잃지 않고, 흔들리지 않기를.
그러니까, 평안은 오늘도 무사히 살아낸 모든 이들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그리고 나는 그 선물을, 오늘도 조용히 지켜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