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찾아올 때
어느 날은 이유가 있다.
명확한 사건이 있고,
그에 따른 감정이 따라온다.
하지만 더 버거운 날은, 이유가 없을 때다.
아무 일도 없는데,
마음이 저릿하고 속이 간질간질하다.
괜찮아야 하는데, 불안하다.
나는 그 시절을 ‘동굴기’라고 부른다.
2년 가까이 세상과 거리를 두고,
안에서만 맴돌던 시기.
그땐 정말이지 온갖 책을 읽고,
루틴을 만들고, 상담을 받고,
일기를 쓰고, 기도를 했다.
그 불안이 ‘왜’ 오는지를 알고 싶어서.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유’를 찾아 헤맬수록
더 깊은 웅덩이에 빠졌다.
그러다 어느 날 알게 되었다.
‘이유 없는 불안’은,
이유가 없어서 더 불안하다는 걸.
그리고 거기에 이유를 붙이려고 할수록,
나 자신을 더욱 의심하게 된다는 걸.
우리는 늘 ‘왜’라는 질문에 익숙해져 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어디서부터 어긋난 건지 찾아야만
안심이 될 것 같아서.
그런데, 어떤 감정은
굳이 분석하지 않아야 덜 상처를 남긴다.
그저 그렇게 스쳐 지나가도록
둬야 하는 마음이 있는 거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 불안은 어쩌면 몸이 나를 먼저 지키려는
신호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인지하기 전에, 내 안 어딘가에서는
‘이럴 수도 있어, 조심해’ 하고
말없이 경고를 보내고 있었던 거다.
그 뿌리를 굳이 캐내기보다
잠시 쉬어가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이젠 불안이 밀려올 때,
내가 나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괜찮아. 이유 없이도 불안할 수 있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지금은 그냥 조금 쉬자.”
그리고 음악을 틀고,
따뜻한 차를 마시고,
창문을 열어 바람을 한 번 들인다.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설명도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