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견디던 날들,

by 지훈

그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니다.

그저 말할 수 없는 상태였고, 말할 곳이 없었다.




말이라는 건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있어야 완성되는 건데,

그 시절의 나는 말의 끝을

받아줄 누군가를 찾지 못했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나는 침묵에 익숙해졌다.

조용히 눈을 뜨고, 숨을 참고 하루를 견뎠다.


사람들 앞에서는 괜찮은 척, 웃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을 반복했다.




방에 돌아와 이불을 덮은 순간부터는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


그 척들이 하나씩 벗겨지고,

나는 겨우 사람의 형태를 유지한 채 누워 있었다.




말을 꺼내지 못했다.

상처받을까 봐서도 아니고,

약해 보일까 봐서도 아니었다.

그냥,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내 안의 마음을 드러내면

내가 나를 못 볼 것 같았고,

그 마음마저 무너지면 끝일 것 같았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꽤 용감했다.

스스로를 말없이 붙잡고 있었고,

누구도 몰랐던 마음을 혼자 가만히 달래고 있었다.




그 시절의 나는, 그렇게 매일을 ‘살아냈다.’

살아낸 것만으로도, 참 대단했다고

이제는 그때의 나에게 조용히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고도 꽤 오래 후에야

나는 비로소 입을 열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가 아니라,

아무도 듣지 않는 방 안에서

아주 조용히, 나 자신에게 말을 건넸다.




그 밤, 내가 처음으로

꺼낸 혼잣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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