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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똑똑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헛똑똑이들이 빠지는 함정들에 대한 이야기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에 어느 멘토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보다 똑똑한 사람들을 철저히 관찰하고 따라 해. 그럼 그 사람 반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 저는 그렇게 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처음 들어간 직장의 첫날부터 누구를 따라서 배워야 하는지 온 힘을 다해서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을 관찰하였습니다.  


  "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갔습니다. 처음 한 명이 세명이 되고, 그리고 열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 해가 갈 무렵에 스무 명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한 것이 어느덧 28년이 지났습니다.  


놀라울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냥 사라졌습니다. 


처음 내가 '따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스무 명 남짓의 분들은 누가 봐도 정말 똑똑하고, 인품도 훌륭한 분들이었습니다. 단순히 화려한 학력이나 호감을 끄는 외모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하나같이 뭔가 특별한 면을 가진 사람들로 보였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굴지의 대기업의 전문경영인의 자리에 오른 분도 계셨고, 어떤 분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잠적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느 순간 그냥 사라졌습니다. 놀라울 만큼 그냥 어느 날부터 사람들의 시야와 관심에서 그냥 사라져 버렸습니다.  


한동안 이런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나 스스로도 갈피를 잡지 못했습니다. 유능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어떤 상태를 계속 유지한다면 반드시 사회적으로 성공한 지위에 오르고 그리고 계속해서 이를 유지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놀라울 만큼이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똑똑하던 사람들이 그냥 어느 날부터 조용히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지가 시작했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도대체 알 수가 없었습니다. 수많은 자기개발서에서 그렇게 떠들던 말들이 다 부질없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과연 사람에게는 재능 보다 운명이 더 작용한다는 것이 사실인가 하는 생각에 오랜 시간 무기력감에 빠져있었습니다. 


삶에 절대기준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그런데 시간이 많이 흘러 스무해가 지날 무렵 제가 한 가지 착각한 것을 깨닳았습니다. 나이가 들고 이런저런 다양한 일들을 겪고 나서 어느 날부터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과연 우리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그럼 행복하지 않게 된 것이란 말인가 하는 의문말입니다.


그들은 그냥 자기가 살던 대로 살고, 더 행복해지고, 더 완벽해진 것일 수 있는 것인데, 그런 것을 알지 못하는 내가, 단지 나의 좁은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그들을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하던지, 내가 어느 지위에 어느 모습으로 살던지, 그건 내 행복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입니다. 인생이란 무대에서 대중의 인기가 식은 배우도 있고, 유명해 지지도 못한 배우도 있겠지만, 그들이 행복한지 아닌지는 상관없는 일이란 말입니다. 배우가 유명해야 한다는 공식은 그냥 관객이 만들어낸 기준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느 사람의 인생의 성공과 행복을 평가하는 기준이란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산속에서 조용히 사는 사람들이 화려한 모습을 매일 SNS에 올리는 사람들보다 덜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자연에서 조용히 사는 사람들의 눈에는 도심에서 매일 SNS에 매달려 사는 사람들이 그저 발버둥을 치며 사는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처음부터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어느 날 저는 28년 전부터 내가 유심히 관찰했던 사람들을 다시 떠올려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을 직장이라는 틀 안에서만 그냥 보는 오류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그냥 인간냄새나는 한 사람으로서 그 사람들의 기억들을 되짚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오래전에 눈여겨보기 시작했던 사람들이 모습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최고경영자는 주변의 박수에 취해서 그만 스스로 깊은 수렁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어느 유능한 선배는 자신의 놀라운 능력을 과신하며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지나친 모험을 하다가 결국 불행한 길로 가버렸습니다. 자신의 인맥에 기대어 승승장구하던 어떤 분은 자신의 역량이 드러나며 오히려 그 인맥과 함께 몰락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훨씬 많은 사람들이 그냥 그 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단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분들이 불행하게 된 것은 절대로 아닐 것입니다.  

단지 화려한 조명과 관심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오히려 그분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더욱 행복해진 것일 수 있습니다. 


늘 백설공주와 왕자만 기억했습니다.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서 생각해 보니 제 주면에는 조용히 자신의 인생을 즐기며 사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다지 다른 사람의 관심과 박수를 받지는 못했지만,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던 사람들 말입니다. 


소위 말해서 눈에 띄는 존재감은 없었지만 그냥 자신의 일상에 만족하고, 친구와 가족을 사랑하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며 살았던 사람들로 기억됩니다. 비록 근황을 알지는 못하지만 그럼 많은 분이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조직도, 회사도, 사회도 이런 분들이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을 이루고 있는 공기 같은 존재들 말이죠. 


백설공주가 왕자님과 결혼을 한 것으로 동화가 끝나지만 아무도 백설공주를 구해서 함께 살았던 키 작은 일곱 남자를 기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백설공주와 왕자님이 평생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키 작은 일곱 사람이 오히려 더 훌륭한 인생을 살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아무도 모르죠. 자신이 모르는 것을 평가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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