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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난나 Aug 17. 2022

육아기(!)에 더 필요한 부부의 대화 시간

맞벌이부부인 남편과 저는 퇴근 무렵이면 카톡을 열심히 보냅니다.

“오늘 일퇴 가능?”
“응!”
“그럼 거기서 볼까”
“ㅇㅋ”

정시 퇴근이 가능한 날이면 자주 만나는 지하철역에서 보기로 합니다. 친정어머니께서 애기 어린이집 하원과 저녁식사를 맡아서 해주시기에 저녁을 밖에서 먹고 들어가려는 속셈?이죠..^^;

저녁 메뉴로 뭘 먹을까?라는 기쁘고 어려운 고민을 하면서 그렇게 단골 지하철역인 구의역으로 향합니다.

남편은 술을 참 좋아합니다. 저도 술을 좋아하는 편인데 모유수유를 했을 때 잠시 음주를 중단했던 때문인지 주량이 조금 줄어들었지만, 애주가 부부는 주로 술에 어울리는 안주가 될 만한 것들로 메뉴를 고릅니다. ^^



저녁을 먹으면서 그날 있었던 일들을 주로 이야기하고 또 어린이집 선생님이 매일 작성해주시는 알림장을 토대로 아이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회사에서는 과묵한? 편인 저도 남편앞에서는 수다쟁이가 됩니다. 가장 편한 친구 같은 사이니까요~ 그리고 이 대화 타임을 놓칠세라 저는 육아하면서 힘든 이야기들을 털어놓습니다.
애기가 아직은 어려서 엄마를 더 많이 찾는 시기인지라 잠도 제가 재우는데(아빠가 재우려 해도 꼭 엄마 품에서 자려고 하고 자기 전에 꼭 엄마가 책을 읽어줘야 합니다) 이앓이를 하거나 밤에 갑자기 깨는 경우에는 아이와 함께 저도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아서 주로 잠에 대한 투정과 불만을 이야기할 때가 많아요. 그러면서 덧붙입니다.

“뭐라 하는 건 아니고, (내가 이렇게 힘들다는 걸)그냥 알아줬으면 해서~!”

남편은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을 내밉니다. 그렇게 부딪히는 술잔 몇잔에 육아가 엄마에 다소 편중된 억울함?, 남편이 평소 육아를 더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오는 서운함? 같은 것들이 조금은 풀어지는 듯 합니다.

그리고 남편도 나름대로 육아에 애쓰고 있다는 것과 때론 잘 이해되지 않는 남편 행동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과자나 젤리를 달라고 하면 남편은 무한정? 주는데 그건 아이가 말로 요청했을 때 떼를 쓰지 않고도 그 요청이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가르쳐주기 위함이라는 것과 아이에게 무한정 유튜브를 틀어주는 게 아니라 옆에서 함께 시청하면서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알려준다는 점(제가 퇴근 후 샤워나 독서 등을 할 때 남편이 아이랑 놀면서 유튜브를 엄청 틀어주는 게 불만이었거든요)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ㅎㅎ

그러면 저는 제가 원칙으로 생각하는 중요한 점들-그래도 밥은 먹인 후에 단 것을 주자, 아이 책은 하루에 최소 한권은 아빠도 읽어주자 등등-을 이야기하며 함께 타협해 나갑니다.

남편의 속내를 알기 전에는 아이를 너무 자유방임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남편도 나름대로 생각한 점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 이후에는 남편의 육아에서의 말과 행동에도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조금 생겼네요.

아이가 생기고, 육아 분담에 화가 나는 엄마들이 많으실텐데요(저도 그 중 한명입니다) 그래도 남편과 계속 대화를 해나가면서 억울함과 화를 말로써 표출하고 타협점을 찾아나가는 부부의 시간을 가짐으로써 함께 하는 육아를 조금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풀지못한 서운함이나 오해 같은 것들이 쌓이다 보면 결국엔 그것들이 굳어져 깊은 감정의 골로 형성될 수도 있기에, 일부러라도 부부만의 대화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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