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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Sep 01. 2020

담임소개서

6년만에 흥 넘치는 아이들을 만나며, 부모님께 드리는 글

안녕하세요. 9월 1일부터 새롭게 1학년 2반 학급담임을 맡게 된 교사 이경원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아이 담임까지 바뀌어 부모님 근심이 크시리라 생각됩니다.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님 관심과 사랑에 서면이라도 인사를 드려야하는 것이 도리라 생각되어 글을 올립니다.


저는 1999년 홍천농고를 시작으로 춘천고-정선고-고한중-여량중-정선고-진부고에 근무하고, 2019년에 평창고에서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막둥이(초2) 성장과정을 보고 싶은 마음에 올 초에 6개월 육아휴직 후 9월 1일자로 복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의 명으로 1학년 2반 담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1학년은 통합과학을 2-3학년은 지구과학을 지도하며 1,2,3학년 모두를 만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수요일부터 1학년이 온라인수업을 진행하게 되어, 복직전이긴 하지만 어제 시간을 내어 학급아이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짐작 이상의 기운 넘치는 아이들 모습에 당황스럽기도 하면서도, 긍정의 기운을 힘껏 받기도 했습니다.


휴직 전에는 아이(초6, 초2)와 함께 여행도 자주 가고, 개인 역량도 키우며 좀 더 단단한 교사가 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사태로 여행은 고사하고, 부모님도 찾아뵙지 못하고 삼시세끼 집에서 다 차려야하는 6개월 시간을 보냈네요.


어제 학교 출근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일들은 앞으로도 더 자주 일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 그리고 다른 위치와 다른 상황 속에 계시지만 평범한 일상이 그리운 것은 부모님이나 아이나, 저나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이 그리울 정도로 변화되는 환경,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래사회에 살게 될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되는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오랜 고민입니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시대,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 등 미래사회를 표현하는 여러 말들이 희망과 기대보다 불안감을 준다는 생각은 저만의 느낌일런지요?

‘이런 시기에 아이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고민을 해왔고,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생각과 게으른 공부와 실천과정에서 얻은 영감이지만,

답을 알려주고 정해진 길로 안내하며 기대되어지는 삶을 가르치는 것은, 빠르게 변화되고, 예기치 못한 상황을 수시로 맞닥뜨려야 하는 아이에게 또 다른 힘겨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뭘까? 어떻게 준비해야할까? 변화를 두려움이 아닌 기회로 받아들이는 역량은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 상황에 이끌리는 것이 아닌 어떤 상황에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배움에 대한 호기심”,   “충분한 자기이해”,    그리고   지지와 격려


배움은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일어난다고 합니다. 교육환경 전체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1학년 2반 교실만이라도 물리적, 신체적으로 안전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교사의 권위로 억압하거나, 폭언, 폭력, 따돌림 등 물리적으로 불안전한 환경 속에 아이가 놓이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여나 담임교사의 노력이 부족하거든 언제든 연락주시고, 질책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또한, 호기심이나 관심 있는 분야에 망설이지 않고 도전할 수 있도록, 자신을 표현함에 위축됨이 없도록 1학년 2반 학급이 심리적인 안전지대가 될 수 있도록 살피겠습니다. 담임교사가 둔감하여 살피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연락주셔요. 


인지심리학에서는 사람을 이해하려면 다양한 상황과 환경에서 만나봐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학교라는 정형화된 공간에서 표준화된 수업과 성적만으로는 아이를 온전하게 이해하기 힘들기에, 허락되는 한 다양한 환경에서 아이와 마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아이 또한 정확히 자신을 이해하고 당당히 표현할 수 있게, 다양한 도전과 참여, 활동으로 자기이해를 할 수 있도록 지도하겠습니다.


무엇보다, 눈 뜨고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딱딱한 의자와 책상에 의지하며 보내는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자기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곁에 머물러 주겠습니다. 힘겨움을 덜어주고, 삶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지만, 쓰러지지 않고 쉬더라고 자기걸음, 자기 속도로 나아갈 수 있게 응원하겠습니다.


2014년 학급담임 후 6년 만에 다시 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많이 부족합니다. 그러기에 부모님의 협조를 염치없이 구해봅니다. 앞으로도 종종 학교와 자녀 소식을 전하려합니다. 때론, 장문의 메세지가 스팸처럼 불편함을 줄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이는 어른이 곁에 머물면 절대로 어긋나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저(교사)와 부모님의 스스럼없는 소통으로 아이 곁에 머물 수 있다면 아이는 자신의 길을 건강하게 걸어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부모님 또한 언제든 연락을 주시길 바랍니다. 


아이와 부모님 그리고 저의 만남이 복이 되길 희망하며 인사 글 마무리합니다.


    1학년 2반 담임교사 이경원 올림.       연락처 : 010-5378-9323


★ 학급운영안내


  학급 소속감차분한 하루 열기함께하는 독서로 꾸준한 책읽기를 위해 아침독서를 하려합니다독서문화 정착을 위해 교사가 꼭 함께 자리하겠습니다강요나 의무가 아닌 자율참여입니다다만독서방해가 되지 않도록 운영시간 교실에서는 함께 참여해 줄 것을 부탁해 보려합니다

     

  방법 모두가다함께같은 시간에읽고 싶은 책을 그냥 읽는다.

  시간 매일 아침 15분 독서 (08:30-08:45)

  장소 교실

  참여 희망자(이동과 참여는 자율교실내 정숙을 통해 독서가 방해받지 않도록)

     

  협조사항 아이와 이야기 나눠주시길 부탁드립니다갑작스런 담임교체에 자율시간이 침해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21년 교직경험으로 아이와 학급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잠시의 불편함이란 믿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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