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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Sep 15. 2020

고민+나눔, 그리고 버킷리스트

온·오프라인 교육으로 띄엄띄엄 만나면서도 함께 만들어 본 학급 버킷리스트

3일 간의 등교수업.


평소 같으면 칠판에 영상 비추며, 음악 크게 틀고 신나게 맞이할 아침인데, 담탱이가 바뀌니 아침부터 정숙. 잔소리는 없지만, 책 펴놓고 눈빛 발사하니 아이들 표정에 어색함과 불만, 갑갑함과 답답함이 보이네요. 그래도 웃는 표정으로 아침 독서환경에 협조해 달라는 강렬한 눈. 빛. 보냅니다.^^ 


아직은 책을 읽는 아이 한 명 없는 모습에 속마음은 쓰리지만 그만큼 아이들도 갑갑함을 느끼고 있을 듯 합니다. 언젠가 한두 명 책을 펴는 날이 오겠지요. 무엇보다 확실한 변화는 아이들 교실 출입이 조심스럽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문을 차며, 열며 '나를 바라봐'라는 식의 소란과 함께 교실을 들어 오곤 했는데, 이제는 조용히 눈치보며 들어옵니다. 덩달아 다른 학급 친구들도 당황한 모습과 함께 우리 반에 들어옴에 조심스러움을 보입니다. 이렇게 조금씩 존중받는 학급, 안전한 학급을 만들어 가보려 합니다. 익숙하지 않기에 힘겨운 장애물도 만나겠지만, 교사의 일방적 이끎이 아닌 함께 이야기 나누며 슬기롭게 헤쳐나가려 합니다.


일주일간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가능한 학급에서 제기되는 의견이나 문제는 학급 의제로 올리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모두가 인지할 수 있게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가려 합니다. 


실은 지난 10일, 야자와 통학 택시 문제로 1학년 담임교사 4명이 모여 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1. 진짜 학습을 하고자 하는 학생을 위한 야자 분위기가 조성되는가?

2. 야자 신청만 하고 사라지는 학생을 어찌해야 하는가?

3. 야자 시간 학습보다 게임과 놀이로 다른 친구 학습에 방해를 주는 학생을 어찌해야 하는가?

4. 야간까지 공부한 아이를 위한 통학 택시 운영인대, 거짓 사유를 대고 노래방과 PC방을 다니고 택시만 타는 학생을 어찌해야 하는가?


교사마다 의견이 매우 달라 결론을 내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교사 한 분 한 분 의견은 충분히 납득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야자 감독을 해보지 않아 현재 1학년이 어떻게 참여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작년 모습을 알기에 우리 학교 야자 분위기는 충분히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담임교사들 고민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요. 담임교사들 아이들 성장위해 참 많이 고민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과 후 시간은 전적으로 아이들 시간입니다. 통제되고 억압당하는 시간이 아니고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시간을 계획하고 보내며 주도적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란 생각. 그런 삶 속에서, 부족한 공부를 위해 학생은 야자를 신청하고, 교사는 학습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근무시간이 아님에도 학교에 남아 봉사를 하는 것이 ‘야자’라는..., 교사는 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학생 격려하는 즐거움에, 학생은 안전한 교실에서 하고픈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에 서로 더 돈독한 관계가 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학생도 교사도 힘들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교사도 학생도 선택권이 없어서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봤습니다. 


교사는 교실 안에서 몰입하며 공부하는 이상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아이의 작은 일탈에 상처받고, 아이는 늦은 시간까지 통제받고 마음 편히 머무를 공간이 없어 거짓이라도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만들려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고민을 물다가 아이들에게 위 내용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의견을 물었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야간자율학습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야간자율학습 운영방안은?'   


아이들 대부분 ‘통제된 야자’가 힘들단 이야기와 함께 대부분 ‘일탈’을 한다고 하네요. 저는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예:야자)을 만들어 놓고, 아이에 의심을 품는 상황이 힘듭니다. 신뢰하고 응원하기도 바쁘거든요^^


그래서 늦은 시간까지 교실에서 자리를 지키는 아이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또한, 야자 신청을 했지만, 때때로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마음도 이해하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야간자율학습 출석부를 새롭게 만들어봤습니다. 

야자를 희망하는 학생만 참여. 참여희망 학생도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쉼이나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면, 불참 사유를 자발적으로 기재하고 본인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봤습니다. 희망자는 학급에서 학습권 보장을, 가족행사나 친구 생일, 갑자기 밀려오는 답답함에 쉼이 필요한 아이들은 불참사유기재 후 시간 활용을 하도록 만들어봤습니다. 교사의 입장에선 교실에서 학습하는 아이의 모습에 기특함을, 솔직한 사유를 적은 아이와는 아이의 감정으로 대화의 주제를 공유할 수 있으리란 희망을 가져봅니다. 출석부 관리도 아이에게 맡기려 합니다. 참여율을 스스로 기록해보며 느껴보게 하려구요. 물론, 불참 사유 기재조차 하지 않는 아이에게는 책무란 것을 알려주려 합니다. 


귀한 자녀의 안전한 성장에 누구보다 큰 관심을 가진 부모님 염려도 느껴집니다. '아직 어린데....'


힘겨움이 크겠지만 대신, 살아줄 수 없는 삶. 스스로 헤쳐나가는 시간을 야간만이라도 허용해 주면 어떨까요? 늦은 시간까지 교사와 어른, 마을의 시선이 관리와 감독이 아닌 학교교과 공부에 지친 아이들이 야간 시간만이라도 지지와 격려의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그래서 학교와 마을이 우리에게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게 해주면 어떨까요? 


이왕 고민을 건넨 김에 진짜 고민도 더해봅니다. 


"쌤은 제가 하기 싫은 것을 지시하기가 매우 힘듭니다. 그래서 교사 생활에서 힘든 것 중 하나가 청소입니다. 시간이 충분하면 쌤이 다하겠는데 그러질 못하니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 반 학급 청소를 어찌 했으면 좋을까요? 교실 청소는 가장 힘든 역할을 00이가 해 주고 있으니, 평소 깨끗하게 사용한다면 쌤과 함께 한두 명만 도와주면 될 것 같은데, 특별구역은 어찌할지? 고민입니다. 좋은 의견 제안 부탁드립니다. 덧붙여, 이미 제시된 안건도 함께 여쭈어봅니다. 자리 배치는 어찌했으면 하는지도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세 가지 안건의 의견을 수렴 중에 있습니다.


야자는 아이들 의견이 일치하네요. 자율적인 참여를 원하는 아이들입니다. 저 또한, 방과 후 야간시간만이라도 자신의 의지로 삶을 만들어가길 희망합니다. 그래서 야자 출석부는 아이들과 우선 공유했습니다. 반응은~~~  아주 좋습니다.^^

자유와 방임이 아닌, 큰 관심으로 의미를 더할 수 있게 곁에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퇴근 후 평창읍내를 둘러보고, 전화를 바삐 돌렸습니다. 현재 하고픈 것이 뚜렷한 아이에게 더 큰 경험을 줄 수 있는 곳을 연결해주기 위해서요. 막연한 자유가 아닌 자율, 스스로 설 수 있는 환경조성에 노력하겠습니다.


아이-교사 의견만 있으면 많이 부족합니다. 삶의 지혜를 한없이 품고 계신 부모님 조언이 절실합니다. 아이나 저나, 부모님 모두 바라는 건 아이의 건강한 성장이니까요. 그런 환경을 만들어감에 가감없는 의견 주시면 소중하게 여기고 학급운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소식에 전해드렸지만, 우왕좌왕 온·오프라인 수업 중에 아이들 의견을 모아, 1학년 2반 학급 버킷리스트도 만들어봤습니다. 아래는 그 내용입니다. 버킷리스트는 하나하나 체크해나가며 짧은 4개월이지만 함께 성취해보려 합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려요.


복잡한 머리. 마음 추스리려 몸을 움직여 봅니다. 빈 교실 오늘도 쓸고, 닦고, 소독하며 정리해봅니다. 


2020년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 많은 2.  버킷리스트


□ 목련제 참가축제를 준비하며 원래 돈독한 관계 더 친해지고 싶다

□ 크리스마스 파티 또는 마니또

□ 체육대회 우승

□ 바위공원 야유회

□ 모든 교과 성적 1등 

□ 학급 캠프 (1박 2)

□ 학급만의 특별한 추억 만들기

□ 학급 회식

□ 학급영상앨범 만들기

□ 다함께 숙면시간 가지기

□ 영화보기

□ 한 달에 한 번 사진 찍기

□ 학급 생일 파티



2020년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많은 2희망하는 학급 모습 - 아이 의견 모음


■ 진짜 장난꾸러기들이지만 할 때는 열심히 하는 학급’ 이란 이야기를 듣고 싶다.

■ 학교 전체에서 1학년 2반은 재밌게 잘 논다는 소문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는 학급으로 소문나기

■ 항상 화목하고 단합이 잘 되는 학급

■ 늘 재밌고 활기찬 학급

■ 가장 재미있는 학급웃음이 끊이질 않는 학급그러면서도 공부 잘하는 학급.

■ 활발하고 에너지 넘치는 학급

■ 다함께 어울리고단합이 잘되고모두가 친한 친구가 되는 학급

■ 싸움이 없는 학급밝고 희망찬 학급

■ 차분한 학급

■ 서로를 공감하며 화목하게 지내는 학급

■ 재밌고 어떤 반에도 지지 않는 학급

■ 각자의 개성이 표현되고모두가 표현을 잘하는 학급

■ 공부해야할 때는 정말 공부에 집중하는 학급



2020년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는 많은 2반의 보물

     

♥ 김☆희 밝고 잘 웃는 귀여운 친구우리 반의 친목과 화목을 유지하는 보물

♥ 현 힘든 분리수거를 담당 가장 굳은 일을 맡아함

♥ 나 모든 것에 성실한 모범학생

♥ 혁 큐트하고 터프한 매력덩어리

♥ 빈 학급이 너무 활기차 어수선해질 때 정리를 잘해줌학급의 가장 큰 장점인 활기참이 단점이 되지 않게 잘 중재함

♥ 서 우리 반의 분위기 메이커

     

♥♥♥ 우리 반 모두가 학급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들이고 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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