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301
면접에서의 발표
학술대회에서의 발표
스터디에서의 발표
세미나에서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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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최근 방학 동안 발표를 참 많이 했네.
무엇이든 머릿속에 있는 것을 정리해서, 말로 표현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아.
마치 솜사탕 기계 속에서 부유하는 설탕들을 뭉쳐 뭉쳐 모아서 하나의 솜뭉치를 만들어내는 기분.
발표를 업으로 삼았던 나였던 만큼, 무언가를 얘기한다는 것이 전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요즘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아.
곰곰하게 생각해보니, 정확한 사실을 상대방의 언어로 풀어내야 하기 때문인 것 같아.
요즘 내 발표를 듣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교수님, 공학 쪽 학생들이기 때문이지.
나보다 더 이쪽 분야를 잘 알고, 이미 내가 무엇을 발표할지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요즘 '제가 잘 이해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이라는 나쁜 말투가 붙고 말았어.
어제도 어찌나 이 말을 남발했는지.. 끝나도 화장실을 가서 보니까 내 얼굴이 새빨간 게 아니라 시뻘겋더라고.
거울을 보면서,
발표하고 있는 네가 모르면 어떡해?
그렇게 말할 거면, 미리 열심히 했어야지.
그러면서 혼자 또 자책..
그래도 난 없는 것을 지어내서 말하는 것보단
있는 것을 사람에게 더 잘 설명해주는 것이
더 즐거운 것 같아. 없는 것을 설명해줄 때 사람들의 표정은 '아...?' 이러지만 이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나보다 밝거든.
그래서 더 하나라도 파고드는 것 같고.
언젠가 그들을 대신해서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확신에 차서 명확한 말투로 발표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