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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꾸꾸 Feb 10. 2023

2주간의 유럽여행일기, 시작

첫 유럽여행이 프랑스와 스위스였던 이유


프랑스 파리에서 돌아온 지 3일째. 이튿날부터 시차적응을 완벽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새벽 4시에 일어나 사과를 먹으며 글을 쓰고 있다. 새벽 2시에 눈이 떠졌는데 아무리 누워있어 봐야 잡생각만 들고 괜히 핸드폰만 뒤적이다 아이보리색 신발을 충동구매할 뻔해서 그냥 일어나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로의 여행 계획을 세웠던 것은 꽤나 충동적이었다. 가까운 미래에 공백의 시간이 생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언제나 미리 계획을 세우고 미래의 시간을 준비한다. 이번에도 그렇듯 12월에 큰 시험이 끝나고 나면 직장에 다니는 3월이 되기 전까지 2달의 공백이 생길 것이 미리 예견되어 있었고, 나는 학생이 방학 계획을 세우듯 2달의 공백을 빠르게 여행계획으로 채워 넣었다.




왜 유럽이었을까?


왠지 한국 사람이라면 유럽 배낭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듯 나 또한 대학생이 되면 가장 먼저 유럽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먹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매번 유럽과 인연이 닿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대학교 1학년 때에는 방학 때 해외봉사로 캄보디아와 호주를 가느라 바빴고, 대학교 2학년 때에는 교환학생 발표회에서 한 선배의 발표에 매료되어 유럽 대신 대만을 택했다. 그 후에는 대학에 방학이 거의 없어 긴 여행을 가기 어려웠고 졸업학년에 드디어 스웨덴으로 단기연수를 가나 싶었는데 그마저도 코로나사태로 인해 엎어지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것이 간절히 바라던 것도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면 오히려 다시 도전을 하거나 시도해 보는 데 두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엔 자세한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덥석 비행기표부터 예매해 버렸다.




꿈의 여행지 스위스


사실 프랑스 파리는 스위스에 가기 위해 추가로 선택한 나라였다. 스위스에 가기 위한 경유지가 프랑스이기도 했고, 스위스는 나의 꿈의 여행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해외여행을 가보지 않았던 나는 재수시절 여행 프로그램들을 보며 여행에 대한 환상을 잔뜩 품곤 했었다. 그중 나에게 스위스가 꿈의 여행지로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되었던 계기는 ⟪나 혼자 산다⟫에서 노홍철이 스위스 설산 중턱 레스토랑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혼자 즐겁게 밥을 먹는 장면을 봤을 때였다. 그때 생각했다. 나도 꼭 저기 가서 밥 먹어야지. 그리고 그로부터 9년 만에 스위스를 다녀오게 되었고, 눈 덮인 알프스산의 고봉 융프라우를 바라보며 드디어 신라면을 먹을 수 있었다.


융프라우에서는 신라면을 판다.
영하 16도에 바람까지 불어 말그대로 ‘인증샷’만 남긴 융프라우


여행의 의미


예전에 나의 여행에는 늘 매 순간이 즐거울 것이라는 환상과 그것이 현실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함께 했다. 돈과 시간을 투자한 만큼 알차게 얻어 오는 것이 있어야 한다는 보상심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한 사람들과 떠난 여러 형태의 여행 경험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여행에 대한 나의 인상이나 생각 또한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변해왔다. 이제 나에게 여행은 분명 특별한 경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조금 낯선 곳에서 보내는 평범한 날들 중 하루이고, 그 낯선 여행지도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일상의 무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여행은 우리를 일상의 무게에서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며 그 경험의 덩어리에서 우리는 무언가를 배워온다. 그런데 분명 숱한 여행들로부터 나의 생각이 변해왔음은 분명한데 어느 여행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고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떠올려보면 사실 정확히 말로 묘사하기에 모호한 부분이 있다.


내 발로 다녀온 여행은 생생하고 강렬하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 남곤 한다.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호한 감정이 소설 속 심리 묘사를 통해 명확해지듯, 우리의 여행 경험도 타자의 시각과 언어를 통해 좀 더 명료해진다.

_김영하 ⟪여행의 이유⟫ p117


그렇다. 여행날의 소소한 순간들은 이내 잊히고 그것들이 모여 '재밌었지' 혹은 '고생 많이 했지' 등과 같은 큰 수식어 덩어리로 남게 된다. 이번 여행의 생생한 순간들이 미처 정리되지 않은 인상으로 남기 전에 기록함으로써 김영하 작가님처럼 하나의 여행 경험을 완성해보려고 한다.



P.S.

최근에 알쓸인잡에 푹 빠진 덕에 이번 여행도 김영하 작가님의 책 ⟪여행의 이유⟫와 함께 했다. 그래서 나의 유럽여행일기에 작가님의 문장들이 자주 등장하게 될 것 같다.

매일같이 챙겨보던 알쓸인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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