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들의 가구
의자의 역사를 보면 19세기 근대 이후로 많은 유명한 의자들은 건축가들이 직/간접으로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19세기 아트앤크래프트에도 건축가들이 많이 참여해서 새로운 건물을 디자인하고 정원부터 인테리어, 가구 등 다양한 디자인을 남겼으며, 20세기 이후에는 아예 건축가들이 직접 의자 디자인에 뛰어들어서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의자들을 남겼다. 그런 건축가들의 이름을 시대순으로 나열한다면 현대 건축의 흐름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명단이 될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유명한 이름 중 하나는 바로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Ludwig Mies van der Rohe)일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의자에 대해서 아주 잘 알려진 어록을 이렇게 남기기도 했다.
A chair is a very difficult object. A skyscraper is almost easier. Everyone who has ever tried to make one knows that. There are endless possibilities and many problems - the chair has to be light, it has to be strong, it has to be comfortable. It is almost easier to build a skyscraper than a chair.
의자는 매우 어려운 대상이다. 의자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 점을 알 것이다. 거기에는 끝없는 가능성들과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의자는 가벼워야 하고, 튼튼하면서도 편안해야 한다. 의자보다 고층빌딩을 만드는 게 더 쉬울 지경이다.
- 1957년 2월 18일, TIME 매거진, ‘Architects’ Furniture’ 기사 중에서
이리저리 짜집기해서 인용되긴 하는데 그 출처를 찾아보면 1957년 TIME 매거진의 기사에 그가 말한 이 내용이 들어있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이미 유명한 건축가였으며 바우하우스의 교장이었고 당대를 대표하는 건축가 중 하나였다. Less is More라는 또 다른 유명한 말처럼 기하학적이고 직선적인 미니멀리즘 건축 양식을 대표하는 사람이며 스테인리스 스틸을 프레임으로 쓰는 의자와 가구들을 디자인했다.
당시 세계대전 이후 미드센추리는 건축가들이 건물의 내외관을 포함해서 가구와 조명 등 거의 모든 물건들을 디자인하던 시대였다. 산업 기술의 발전과 긍정적인 시대 분위기를 타고 모던 디자인의 절정에서 시대를 정의하고 표현하는 과감한 시도와 훌륭한 디자인이 쏟아지던 시기라서 미스 반 데어 로에처럼 스테인리스 스틸 뿐만 아니라 알바 알토의 성형 합판이나 찰스 임스의 플라스틱 사출 같은 기법으로 만들어진 유선형의 세련된 의자들이 등장했다. 지금 우리에게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의자들이지만 당시에는 시대를 앞서가는 최첨담 기술과 디자인의 의자들이었을 것이다.
1957년 2월 18일자 타임(TIME) 매거진은 기사에서 바로 그런 분위기를 의자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전했다. 미스 반 데어 로에를 찾아가서 그의 의자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는 시기라니 뭔가 비현실적인 느낌이다. 흥미로운 점은 기사에서 현대적인 의자 디자인의 시조로서 건축가 필립 웹이 디자인한 Morris&Co의 아트앤크래프트 의자를 꼽는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이미 100여년 전의 의자들이지만 건축가와 가구 제작자들의 협업으로 근대적인 디자인과 산업 생산 방식으로 만들어진 의자였고 1950년대에는 그런 방식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의자에 대한 격언의 출처를 찾다가 발견한 TIME 매거진의 이 기사는 건축가의 의자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 기사는 TIME 매거진의 아카이브에서 볼 수 있으며, 기사의 내용을 번역해서 소개한다.
* 기사 원문 보기 : https://time.com/vault/issue/1957-02-18/page/82/
Architects’ Furniture (건축가의 가구)
의자는 무엇인가?
일반인들에게 그것은 어디가 위쪽인가 하는 것처럼 자명한 것처럼 보인다. 한번이라도 의자를 만들어본 사람들에게는 훨씬 복잡하다. 루드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이렇게 말한다 : “의자는 매우 어려운 대상이다. 의자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 점을 알 것이다. 거기에는 끝없는 가능성들과 많은 문제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의자는 가벼워야 하고, 튼튼하면서도 편안해야 한다. 의자보다 고층빌딩을 만드는 게 더 쉬울 지경이다. 이것이 바로 치펀데일(영국의 18세기 조지안 시대를 대표하는 가구 디자이너)이 유명한 이유다. “ 조언을 구할만한 치펀데일이 없는 시대에 갈수록 더 많은 모던 건축가들이 디자이너들의 작업에 손을 뻗어서 그들의 새 건물의 빈 방들을 채울 새로운 형태의 가구들을 만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쉐라톤과 치펀데일이 고전적인 조지언 양식의 시대에 잘 어울렸던 것처럼 이제 버블 램프부터 크롬 도금한 다리의 오토만까지 가구에서 현대의 고전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현대적인 풍경을 조화롭게 완성하고 있다.
조절 가능한 등받이
대부분의 현대적인 가구의 증조할아버지는 19세기 영국의 잘 알려진 모리스 의자다. 당대의 기계가 만들어낸 흉측한 물건들에 반기를 들었던 윌리엄 모리스(영국 아트앤크래프트의 대표적 인물)의 이름을 딴, 우리에게 익숙한 조절가능한 등받이를 가진 의자다. 그러나 현대의 서막을 알린 것은 세기 전환기에 “도구를 대신할 위대한 대안인 ‘기계’를 올바르게 사용하자”고 외쳤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였다. 라이트의 외침은 1920년대 독일의 활기차고 실험적인 바우하우스 학교(발터 그로피우스 지휘 하의)로 이어졌다. 바로 이곳에서 건축가 마르셀 브로이어가 최초의 크롬 금속 의자를 디자인했으며, 그 후손들이 오늘날 우리 주변의 정원이나 주방 가구로 자리 잡게 되었다. 베를린에서 미스 반 데어 로에는 최초의 크롬 도금된 스테인리스의 캔틸레버 의자(뒷다리가 없는 의자)를 개발했고, 이어 전설적인 ‘바르셀로나’ 체어를 제작했다. 이 의자는 1929년 바르셀로나 국제 박람회의 호화로운 독일관을 위해 디자인된 것이었다. 미스는 바르셀로나 체어에 크롬 도금된 스테인리스 스틸을 사용하고, 쿠션은 고급 염소 가죽으로 덮었다. 오늘날 수작업으로 제작된 천연 가죽 모델의 가격은 495달러(현재 가치로는 5천달러 이상)에 달한다.
감자칩
미스가 의자의 금속 프레임이 스프링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음을 증명하자, 핀란드의 알바 알토는 성형 합판(molded plywood)으로도 같은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는 1940년 건축가 에로 사리넨과 찰스 에임스가 팀을 이루어 인체에 꼭 맞춘 ‘유기적 형태(organic shape)’에 중점을 둔 성형 합판 의자를 선보였다. 사리넨은 이후 성형 플라스틱을 사용하여 이 아이디어를 그 유명한 ‘Womb(자궁)’ 체어로 발전시켰다. 에임스는 초기의 딱딱한 합판 의자인 ‘감자 칩 체어’(합판을 구부려서 감자칩처럼 생긴 좌판과 등받이를 가진 의자)부터 수납을 위해 겹쳐 쌓을 수 있는 플라스틱 의자까지 일련의 시리즈를 진화시켰다. 에임스는 오늘날 현대 가구의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지난주에는 미국 건축가 협회(AIA)로부터 공예 메달을 수여받았다.
현재 미국의 현대 건축이 한편으로는 ‘골조가 드러난 판상형 구조(미스 반 데어 로에의 스타일)’로, 다른 한편으로는 ‘볼륨감 있는 콘크리트 쉘 구조(에로 사리넨의 스타일)’로 나뉘는 것처럼 건축가의 가구 또한 그러하다. 조지 넬슨의 코코넛 체어는 금속 시트 쉘 위에 가죽이나 플라스틱을 씌워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심지어 아래에서 보아도 아름다운 3차원 입체를 구현했다. 반면 입체파적 순수주의자들의 편에 선 이는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제자인 건축가 플로렌스 놀이다. 엄격한 공학적 설계와 정밀한 디자인을 바탕으로 단순한 벤치, 수납장, 책상을 디자인해 온 그녀는 “적을수록 풍요롭다(Less is more)”는 미스의 유명한 격언을 고요히 재확인시켜주는 현대적 배경을 구축하고 있다.
What is a chair?
To the layman the answer seems as self-evident as which way is up. To those who have tried to design one the solution is more complicated. Says Architect Ludwig Mies van der Rohe: “A chair is a very difficult object. A skyscraper is almost easier. That is why Chippendale is famous.” With no Chippendale to turn to, more and more modern architects are trying their hands at the designer’s art. turning out a new kind of furniture to fill the empty rooms of their new buildings. The result is a family of modern classics in furniture, from bubble lamps to chrome-legged ottomans (see color page). that completes the modern picture as harmoniously as Sheraton and Chippendale fitted the classic Georgian settings of their day.
The Adjustable Back.
The great-grandfather of most modern furniture is Britain’s famed 19th century “Morris” chair with its familiar adjustable back, named for William Morris, leader in the protest against the machine-made monstrosities of his day. But it was Frank Lloyd Wright who rang in the modern age by demanding at the turn of the century “the right use of our great substitute for tools-Machines. Wright’s cry was taken up in the rozos by Germany’s bustling, experimental Bauhaus School under Walter Gropius. It was at the Bauhaus that Architect Marcel Breuer designed the first chrome metal chair, whose descendants now populate the land as lawn or kitchen furniture. In Berlin, Mies van der Rohe first developed the cantilever metal chair, went on to produce the famed “Barcelona” chair, designed for his sumptuous German Pavilion at Barcelona’s 1929 International Expo-sition. For the Barcelona chair he used chrome-plated stainless steel, covered the cushions with sumptuous kid leather. Cost of the chair today, done in hand-sewn natural leather: $495.
The Potato Chip.
Once Mies had demonstrated that a chair’s metal frame could be used in place of springs. Finland’s Al-var Aalto showed that the same thing could be done with molded plywood. In the U.S. Architect Eero Saarinen and Charles Eames teamed up in 1940 to produce a molded plywood chair that shifted the emphasis to organic shape, form-fitted to the human body. Using molded plastic.
Saarinen then developed the idea into his famed “womb” chair; Eames evolved a whole series, ranging from his early hard-surfaced plywood “potato chip” chair to plastic chairs which dovetail into stacks for storage, that today makes him a modern bestseller and last week earned him the American Institute of Architects’ Craftsmanship Medal.
As modern U.S. architecture is now dividing between the skeletal slabs on one hand and voluminous concrete-shell structures on the other, so is the architects furniture. George Nelson’s “coconut” chair uses a sheet-metal shell over which leather or plastic is stretched to get a three-dimensional object that is pleasing to look at from any direction, even from the bottom. Standing with the cubist purists is Mies-trained Architect Florence Knoll (widow of Designer Hans Knoll). Designing simple benches, storage cabinets, desks and tables, each rigidly engineered and precisely designed, she has built a modern setting that quietly reaffirms Mies’s famed dictum that “less is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