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무로 같은 의자 만들기
내가 의자를 만들 때 주로 쓰는 나무는 참나무와 밤나무다. 생목으로 만드는 핸드메이드 의자에 주로 쓰는 수종은 지역마다 다른데 영국에서는 물푸레나무(Ash)를 가장 선호하는 편이고 미국에서는 참나무, 단풍나무, 너도밤나무 등을 많이 쓴다. 이탈리아의 키아바리 의자는 벚나무나 너도밤나무도 많이 쓰였다. 2024년 영국으로 크래프트 투어를 가서 마이크 애버트(Mike Abbott)의 Chair-making course에 참여했을 때에도 물푸레나무로 만들었는데, 마이크는 봄에 1년간 쓸 물푸레나무를 준비해두고 쓴다고 했다. 껍질을 남겨둔 채 통나무 상태로 그늘에서 썩지 않게 보관하면 6개월 이상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의자에 쓸 물푸레나무를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푸레나무는 어린 나무의 껍질은 매끈하지만 나이가 들어 두꺼워지면 껍질이 갈라지면서 골이 깊어진다. 지름 20cm 내외의 어린 물푸레나무는 쉽게 쪼개고 손질할 수 있는 반면에 껍질에 골이 생길 정도로 크게 자란 물푸레나무는 Froe같은 수공구로 쪼개기가 쉽지 않다. 물푸레나무는 크게 자라는 수종이라 두꺼운 나무는 판재로 가공해서 가구재로 쓰기도 하지만 어린 물푸레나무는 쓰임이 없어 버려지거나 연료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구하기가 어려웠다. 1년 넘게 구하다가 지난 12월 말에 구한 물푸레나무도 지름이 30cm 넘는 제법 자란 나무였고 껍질에 골이 좀 있지만 결을 따라 쪼개기가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영국에서 마이크 애버트와 의자를 만들 때 썼던 물푸레나무는 당연히 잉글랜드에서 자란 나무였고 참나무에 비해 훨씬 작업하기 좋은 나무였다. 쪼개는 것도 깎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튼튼하면서도 내구성이 강한 나무였고 이번에 국산 물푸레나무를 구해서 써보면서 비슷한 느낌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써본 국산 물푸레나무는 영국의 물푸레나무에 비해 여러가지 면에서 차이가 좀 있었다. 그런 내용을 한번 정리해보고자 한다.
나무를 더 결을 따라 잘 쪼개려면 절반씩 쪼개는 것이 유리한데, 한쪽으로 편중되어 쪼개려고 시도하면 얇은 쪽으로 점점 더 치우쳐서 쪼개지는데 얇은 쪽, 즉 상대적으로 부피가 작아서 망치로 치는 힘에 의한 충격을 더 많이 받는 쪽으로 크랙이 흘러가기 쉽다. 아무리 절반을 가늠해서 쪼개려 해도 약간은 한쪽으로 치우키기 십상이라 나무를 쪼개려고 틈을 벌려줄 때 힘이 약한 쪽으로 덜 가도록 조절해서 크랙을 결을 따라 원하는 위치에서 이어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도구가 바로 Froe다.
결이 곧은 참나무 생목을 결 따라 쪼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결이 강하기 때문에 쪼개는 힘이 약간 한쪽으로 쏠려도 결이 끊기면서 크랙이 약한 쪽으로 흐르는 일이 적다. 반면에 물푸레나무 생목은 쪼개는 힘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쉽게 크랙이 얇은 쪽으로 넘어간다. 건조된 물푸레의 결은 참나무에 버금갈 정도로 강해지지만 생목일 때는 참나무보다 훨씬 부드럽고 유연한 것 같다. 물푸레나무를 쪼갤 때는 시작할 때 절반 위치를 잘 잡아주는 게 필요하고, 나무를 쪼개면서 크랙이 한쪽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주의깊게 진행해야 한다.
실제로 물푸레나무를 쪼개봤을 때 나무가 작아질수록 절반 위치에서 시작하는게 더 중요했고 froe를 써서 힘의 방향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한쪽으로 치우치게 쪼개지는 경우가 많아서 기대보다 결과가 좋지 못했다. 영국에서 의자 수업을 할 때 썼던 물푸레나무도 Froe의 조절이 중요했는데 이번에 써봤던 국산 물푸레나무는 그보다 더 민감했던 것 같고, 참나무에 비해서는 상당히 민감한 수준이었다.
물푸레나무가 생목일 때는 참나무에 비해 깎기가 훨씬 수월하다. 일단 결을 따라 잘 쪼개기만 하면 결을 따라 깎아나가는 작업은 보다 직관적이고 쉽게 깎을 수 있었다. 물푸레나무 특유의 냄새와 함께 금방 수북하게 칼밥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건조가 되고나면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국산 물푸레나무의 경우 건조가 되면 결이 아주 강해지고 깎을 때도 생목일 때와 아주 다른 느낌이다. 깎기가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쉽게 쓱쓱 떠낼 수 있던 생목과는 아주 다르다. 실제로 나무신문에서 국산 물푸레나무를 소개할 때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물푸레나무는 참나무보다 비중이 낮아서 더 다루기가 쉽지만 국산 물푸레나무는 미국산 화이트 오크에 버금가게 단단하고 묵직한 특성을 보여준다.
생목으로 의자를 만든다면 부드러운 생목일 때 결을 따라 쪼개고 깍아서 초벌 작업을 해둔다. 그리고 건조가 충분히 되면 최종적으로 크기와 모양을 다듬어서 조립을 하게 된다. 그린우드워킹이라고 하지만 시작할 때만 생목일 뿐 조립할 때는 건조가 충분히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번에 구해온 물푸레나무로 수업에서 윈저 체어를 하나 만들었고 Light Sedia도 하나 만들었다. 가벼운 무게로 유명한 지오 폰티(Gio Ponti)의 수퍼레게라(superleggera chair)도 이탈리아의 물푸레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Light Sedia의 물푸레나무 버전을 만들어볼 좋은 기회였다.
Light Sedia를 위해 물푸레나무로 만든 건조된 파트들을 다듬에서 조립할 때 장부들은 구멍보다 0.2mm 정도 크게 만들어서 장붓구멍에 아주 타이트하게 끼워넣는다. 이 작업은 강력한 샤시 클램프를 써서 하게 되는데 같은 방식을 밤나무로 만들었을 때 그리 어렵지 않게 장부를 밀어넣을 수 있다. 그러나 물푸레나무로 할 때는 전혀 달랐다. 손에 멍이 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장부를 밀어넣기가 어려웠고 클램프가 고장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한 힘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물푸레나무는 그 힘을 버틸만큼 강하긴 해서 결국 무사히 조립할 수 있었고 장붓구멍도 터지는 일이 없이 견뎌내긴 했으나 그 과정이 밤나무보다 몇 배는 힘이 들었다.
나무는 강한 만큼 무게가 비례해서 무거워진다. Wood Database에 따르면 화이트 오크를 기준으로 White Ash는 약 80%, 밤나무는 약 70% 가량의 무게를 보여준다. 국산 참나무들은 화이트 오크에 속하는데 국산 밤나무는 참나무 대비해서 대략 6~70%의 무게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국산 물푸레나무는 비중에 0.75라서 화이트 오크와 동일한 수준이다. 따라서 물푸레나무로 만든 Light Sedia는 프레임 무게가 밤나무 버전에 비해 700g이나무거운 결과를 보여준다. 그만큼 견고하고 탄탄한 착석감을 주지만 무게면에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좌판까지 완성되면 3kg을 넘을 것이라 손가락 하나로 들 수 있는 밤나무에 비해 사용감이 꽤 차이가 날 것으로 보인다.
국산 물푸레나무를 써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좋은 경험이 되었다. 생목일 때에는 조심해서 잘 쪼개기만 하면 다루기가 아주 수월한 편이지만 건조가 되면서 아주 단단하고 강해진다. 국산 물푸레나무가 건조되는 과정에서 모양의 변형도 제법 있는 편이어서 T/R ratio가 평균 2에 달하는 참나무에 버금가는 정도였다. 유럽의 물푸레나무는 T/R ratio가 1.6 정도여서 모양이 찌그러지는 정도가 심하지 않았는데 국산 물푸레나무는 보다 고려가 필요한 정도로 보인다.
물푸레나무는 스팀밴딩하기에 적합한 수종으로 꼽는 나무이기도 하다. 앞으로 구할 기회만 있다면 더 자주 쓸 수 있기를 바란다. 다만 Light Sedia에는 밤나무가 더 나을 것 같고, 윈저 체어나 Stick Chair 등에는 참나무를 대신해서 쓸 수 있는 훌륭한 수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참나무 특유의 곧은결 무늬 패턴을 피하고 싶다면 최적의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