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박 40살, 심지어 만 나이도

by 레드카피


85년생입니다. 만 나이로 39살이죠. 아니 이었죠. 어제 7월 9일까지는 실오라기 같은 3자를 붙잡고 있었어요.

그리고 오늘부터 빼박 40살입니다. 만 나이도 40이에요.


생일 축하를 해준 딸내미가 조금 전 잠이 들면서 이런 질문을 하더라고요.


엄마 40년이나 살았어?



그러게요. 어느새 40년입니다.


가만히 돌아보면 제 인생 변곡점이 10년 단위로 끊어지는 거 같더라고요. 아마도 15살 이후부터요?

15살 때까지는 마냥 신나는 인생이었어요. 물려받은 머리가 있는 덕에 슬슬 공부해도 상위권은 됐고 다른 친구들보다 목표를 일찍 정한 덕분에 진로 고민도 딱히 하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25살 때까지 10년은 뭔가에 굉장히 몰입해 있던 인생이었어요. 10대 때 오지 않았던 사춘기가 뒤늦게 몰려온 시기이기도 했고요. 연애에는 또 왜 그리 열심이었는지. 인생도 아니면 모! 이런 느낌의 10년이었던 거 같아요. 그때는 차선을 두지 않았어요. 그냥 돌진이었죠. 대학생활도 직진, 하고 싶은 광고도 직진, 좀 더 생각의 폭을 넓히고 시야를 넓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지금도 하곤 합니다.

만약 시간을 돌려 그때로 간다면 어린 제 자신에게 조언해주고 싶을 정도로요.


이후 33살 때까지는 직진에서 곡선으로 바뀌는 시기였어요. 바득바득 달려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는 걸 배웠죠. 맞아요. 정확히는 포기하는 법을 배운 시기였어요. 30대가 되면서 어느 정도 내려놓을 줄 아게 되었거든요. 내 생각이 옳아, 내 결정이 맞아! 하던 고집도 스르르 꺾였던 거 같네요. 회사 내에서 일을 하면서도 타협을 하게 되었고 생활면에서도 좀 순해졌고요. 동시에 빈틈도 많긴 했었던 거 같아요.


그렇게 30대 중반을 맞이하던 찰나, 마법 같은 사건이 벌어졌죠. 바로 아이들이 태어난 사건 말이에요.


33년을 이끌어 온 모든 가치관과 목표와 생활습관이 송두리째 뒤바뀌었어요. 일단 15살 때부터 목표로 달려왔고 하고 있었던 일을 접었죠. 미친 듯이 사랑했던 광고보다 더 사랑하는 게 생겼으니 당연했어요.


그리고 모든 우선순위가 아이들로 바뀌었어요. 세상에나.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프다는 걸 이때 처음 알았네요.

아침에 머리를 감는 습관(심지어 고3 수능날, 실기시험날에도 계속되었던...!)이 저녁에 머리를 감는 걸로 바뀌었고요. 학교에 지각을 할지언정 난 아침에 모닝똥을 싸야겠어! 라던 고집스러운 규칙도 눈 녹듯 사라졌어요. 똥이 중요하냐 애 등원이 중요하지 이런 거죠.


그렇게 7년이란 세월이 또 흘렀습니다. 이제 밖에 나가면 아가씨 소리 대신 어머님, 사모님 소리를 듣죠. 거울 속 저를 봐도 나이가 보이고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이 제일 젊을 때인데, 아끼지 말고... 옷을 사자!



전에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우선순위로 뒀으니까요. 내 건 온라인 장바구니에만 잔뜩 쌓아놓고 결제는 아예 생각을 안 하는 게 대부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새로운 나이대의 반열에 올랐으니, 조금은 아끼지 말아 볼까 해요.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니까요. 똑같이 핑크색 원피스를 입어도 내일보다는 오늘이 더 잘 어울릴 거 같으니까요.


그리고 인생이 얼굴에 새겨지는 나이이기도 하니... 웃음도 아끼지 않으려고 합니다.


40. 40살. 40대. 이번 10년은 또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기대가 돼요. 10년 후, 50살이 되어 뒤돌아봤을 때 참 재미있었다라고 하고 싶고요.


40. 이제 빼박입니다. 아주 신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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