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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승 Dec 14. 2020

평양 온반-위장 습격

 

평양 3대 음식인 평양 온반은 꿩, 닭 혹은 쇠고기를 삶은 육수에 갖가지 고명을 얹어 먹는 장국밥의 한 종류이다. 일종의 북한식 육개장 혹은 닭개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남한이 고춧가루를 기본 양념으로 하여 얼큰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면 이북 쪽은 곰탕처럼 맑고 구수한 맛을 특징으로 한다. 어렸을 적 남북정상회담에서 오찬메뉴로 나와 화제가 되었지만 먹어보지는 못했던 그 추억 속 갈증을 찾아 오늘 평양 온반을 먹어보았다. 주문한지 몇 분쯤 지났을까. 오래 걸리지 않아, 온반이 내 앞에 놓여졌다. 맑은 닭개장이었다. 적당한 양의 밥에 뜨거운 닭 육수를 붓고 그 위에 잘게 자른 닭고기, 숙주, 버섯, 계란 지단과 큼지막하게 썰은 대파 같은 고명들이 얹어 나왔다. 국밥이 담긴 스테인레스 그릇에 푸짐한 고명들이 비춰 온반을 더 먹음직 스럽고 맛깔라게 보이게 했다.



우선 수북히 쌓인 고기 고명부터 살짝 건져 먹었다. 몇시간이고 푸욱 고아 뼈를 바르고 결대로 찢긴 닭고기 살은 야들야들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곁들여진 녹두 지짐을 한입 물어본다. 기름이 잘잘 흐르는 지짐은 보이는 대로 고소한 기름 맛이 났지만, 곧 안에 들은 매콤한김치가 그 맛을 개운하게 했다. 적당히 고명들을 섞어 한술 떠본다. 어렸을 때부터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그 만큼 고대했던 훌륭한 맛이었다. 오래 끓인 닭곰탕의 고소하고 감미로운 맛이 혀에 맴돌았다. 고소함이 느끼함으로 바뀔 때 쯤에는 시원한 깍두기와 무생채를 올려 먹었다. 숟가락질이 반복될 때마다 내 첫 느낌은 사라지고 있었다. 분명 다 먹을 수 없는 양이었는데, 국물이 혀에 척척 감기고 고명이 사각 거릴때 마다 내 위는 꾸르륵 꾸르륵 더 격렬히 연동운동을 했다. 결국 모두 다 비우고 말았다.


(내돈 내고) 먹은 곳: 서울 망원동 평양 온반. 가격 만 삼천원. 이북식의 특별하지만 익숙한 신비로운 장국 맛. 주차가능. 단 주인인 주병진 씨는 보기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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