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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승 Apr 06. 2022

윤석렬과 수치羞恥

2022년 3월 26일 일기

한겨레 기자 출신이면서 십몇 년 동안 글쓰기를 지도해온 김봉석에 따르면 일기는 멋있는 문장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내가 본 것을 어떤 단어와 표현으로 쓰면 제일 정확할까. 어떤 사건을 보거나 경험하면서 떠오른 생각을 어떻게 문장으로 구체화할 수 있을까.’ 이 지점을 끊임없이 고민할 것을 추천했다(김봉석, 2020: 30).


나는 주로 내가 겪은 일보다는 오늘 하루 중에 내가 했던 혹은 나에게 들었던 생각 중에 어떤 것이 흥미로웠는지를 떠올려보고 그것을 위주로 일기를  나갔던  같다. 정말 고통스러워서 떠올리기도 싫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그쯤에는 주로 내가 느낀 치욕과 수치에 대해서 썼다. 아직도 그것을 생각하면 감정이 복받쳐 타자를 치고 있는 손가락이 부들부들 떨려 자꾸 오타가  글이 느려진다. 풀어 말해보자면, 그렇게 형편없고 자격 없는 사람이  국가의 그것도  나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다.  우리나라 국민성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치욕(恥辱)으로 몸서리 쳐지고, 나는 이런 인간이 대통령이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자신을 반성하는  수치심 (羞恥心)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진보 정치평론가인 김어준은 최근 다스뵈이다라는 방송에서 "박근혜의 당선 때 진보세력은 아직도 박정희가 건재하다는데 좌절을 맛보았지만, 이번 윤석렬의 당선으로는 아 이런 사람을 국민들은 대통령감으로 생각하는구나 하면서 국민의 마음, 즉 민심(民心)의 바닥을 확인했다"라고 한다.


나도 민심이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백주 대낮에 거리를 활보하다가 모르는 사람에게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다. 맞아서 아픈 그 통증보다는 왜 맞았는지 그 영문을 모르는 게 더 큰 고통이다. 왜냐하면은 원인을 모르기에 또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한 번으로 넘긴다면이야. "아 왠 미친 X가 다 있네~ 재수 없었다" 하고 넘길 테지만, 선거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아니, 시작일 지도 모른다.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부터 다시 저 치욕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으려면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충격에 휩싸여 격앙된 감정보다는 앞으로의 계획과 실천을 위해 냉정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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