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렉스 ‘성+인물: 일본 편’이 뜨거운 감자다. 성(性) 산업을 소개·탐방하는 이 프로그램은 ‘과격한’ 성적농담과 섹드립에 이어 일본 AV 배우들과의 충격적인 인터뷰까지 방송해 논쟁에 휩싸였다. 일본 AV(Adult Video)는 실제 성행위 촬영물로 합법적으로 여성의 항문과 음모까지 노출한다. 그동안 AV는 여성의 몸·성을 주 고객인 남성의 성적 쾌락 위해 수단화·대상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반면 ‘성+인물’은 성인용 포르노물 AV에 대한 일본 AV 배우들의 옹호적인 반응을 진행자인 신동엽과 성시경과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이 인터뷰에서 일본 AV에 출현 중인 여배우는 강간을 ‘에로틱하게’ 표현해 문제가 되온 AV에 대해, 되려 “AV가 성범죄를 감소시킨다”라고 단호히 주장했다. 또 다른 여배우는 다소 상기된 얼굴로 AV 배우는 “성욕을 충족시켜 주는 사람이라며”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나타냈다.
“하기 싫으면 거부할 수 있는 환경"을 이야기하며 기존의 열악하고 인권착취적 AV노동 환경에 대한 반박한 여배우 있었다. 여성 착취적 구조에 고려 없이, 포르노 산업인 AV에 대한 성+인물’의 긍정덕 접근은 결국 거센 비판을 맞이했다.
방송금지 요청은 물론, 제작자·진행자들에게도 비판은 쏟아졌다. 가장 날카로운 칼은 신동엽을 향했다. <TV 동물농장>과 같은 가족 프로그램에 오랫동안 출현한 그의 좋은 이미지 때문이다.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 동물농장에서 그가 하차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다.
‘웃자고 만든 예능에 죽자고 달려드네?’ 성을 재미있게 소개할 뿐인데 지나친 ‘성 엄숙주의’라며 신동엽에 대한 비판을 반대하는 입장도 등장했다. ‘성 자유주의’를 옹호한다는 이들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자신들은 모든 편견에 ‘쿨 cool’ 하다며 스스로를 ‘쿨맨’이라고 지칭한다. 성에 대해서도 쿠울~ 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성+인물’의 AV 옹호는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신동엽의 섹드립과 AV인터뷰가 불편하다는 사람들을 성 엄숙주의에 물든 ‘씹선비’라고 비판한다. 또 이런 주장에 동참하는 여성들을 공자에게 제사나 지낼법한 고리타분한 ‘유교걸’이라며 비아냥댄다.
야한 게 재미있다는 신동엽, 뭐가 그렇게 재밌을까?
논란이 거세지자, 신동엽은 한 시상식에서 에둘러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호기심이 많아서 다양한 것들을 하는 걸 좋아한다. 재밌는 것도 좋아하고, 야한 것도 좋아하고 끊임없이 도전한다”
신동엽은 야한 것을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최대한 가치중립적으로 표현하려 애썼다. 어라?! 물인지 알고 부었는데, 기름이었다.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에 대한 비판은 수그러지기는커녕 더 활활 타올랐다. ‘성+인물’에서 섹드립을 날리며 AV VR룸을 체험 중 즐거워하는 모습, 익살스럽게 AV여배우들을 대하며 재미있어하는 모습 등이 또다시 화자 되었다.
여초 커뮤니티들을 기반으로, 여성들은 그의 ‘재미’라는 말에 당황·불쾌한 기색을 표출했다. 이해가 안 되는 거다. 여성인 나는 재미있지 않은데 왜 (다수 남성시청자들을 포함한) 신동엽은 왜 AV가 재미있을까? 어렸을 때부터 봤기 때문에 습관이다? 중독이다? 보다 더 본연적 이유를 탐색해 보자.
실제 성행위물인 AV안에는 성적쾌락을 위한 다양한 보여주기식 행위들이 있다. 때리거나 맞는 사조·마조히즘, 항문과 입, 귀등 다양한 신체부위를 사용하는 체위들, 동물이나 기구를 성행위에 사용하는 등. 하도 다채로워서 다 열거하기도 어렵다. 문제는 맞거나 사용당하는 사람들이 ‘여자’라는 점이다. 행위만이 문제가 아니다. 관계 설정도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를 담보로 한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여성이 본인보다 지위가 낮은 남성에게 (성적) 지배를 당하는 것으로 나온다.
인기 작품에서 남 주인공은 장모님이나 처형, 직장 여상사나 학교 여선생님 등을 성적으로 쉽게 제압한다. 당하는 여성들은 처음에는 싫다고 몸부림치지만 결국에는 벌벌 떨면서 그가 주는 성적 환희에 목매게 된다. 결국 남자에게 성적으로 종속된 삶을 산다. AV에서 남성의 성기는 무소불위(無所不爲)를 자랑하는 절대 권력이다. 너무 막강해 돈, 사회적 지위, 가족관계 등 모든 사회적 위계를 뛰어넘어 여성을 지배한다. AV는 현실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성적) 판타지를 남성 시청자들에게 선사한다. 이러니 신동엽(일부 남자들)은 AV가 재미있을 수밖에.
AV를 보면서 남성들은 남주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반면 여성들은 여주와 자신을 동일시한다. 여자배우가 남자들의 욕정해소를 위한 수단이 되는, 그 물화적 수준에 감정이 이입된다. 강제로 정액을 삼키고, 항문으로 당하고, 채찍으로 맞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보고 듣는 여성 시청자들은 단순 불쾌감을 넘어 불안과 공포를 마주한다. 즉, 남자는 AV를 통해 섹스를 하고 여자는 폭력을 경험한다. 역할을 바꿔보자. 남자가 맞으면서 여성에게 성적으로 학대를 당하는 영상을 만들어보자. 그걸 보는 남성들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하며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것이다. 그들은 아직도 AV가 재미있을까? 아니다. 진작에 포르노 금지법이 시행되어 살인에 가까운 형벌로 관련자들을 다스렸을 것이다. 아니다. 애초에 AV 같은 건 만들지도 않았을 테지.
남성 시청자들은 AV를 같이 체험하며 더 재미를 느낀다. 혼술이 주도가 아니듯이, ‘좋은 걸’ 혼자 보는 것도 남성들의 놀이 문화가 아니다. 포르노를 시청한 남성들에 관한 통계를 보면 친구와 함께 즐기려 봤다는 수치가 월등히 높은 것이 이를 증명한다. 남성들은 놀이 삼아 여자들이 학대당하는 AV를 같이 보며 더욱더 우애를 돈독히 한다. 평소같이 놀던 사람끼리 ‘성+인물’을 찍었으니 신동엽과 성시경, 이 남성들의 연대도 여성의 지배 위에서 끈끈해졌으리라. 신동엽이 느끼는 재미의 핵심에는 또 ‘짭짤한 수입’이 있다. 만약 AV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수 없다고 생각해, 즉 돈벌이가 안된다고 생각했다면, 그는 아무리 재미있어도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동엽의 잘못: 이렇게까지 퍼트려야겠니?
AV 산업은 여성에 대해 직접적 착취와 학대를 해왔고, 여성의 성을 상품화·도구화하는 이데올로기를 널리 퍼트렸다, 는 사실을 신동엽은 무시했다. 왜냐 재밌어서 돈이 되면 그게 다니까. 산업화의 상징인 경부고속도로 건설 중 인부 77명이 사망했다. 괜찮다. 전 세계 역사상 최단기간에 지었으니까. 경비가 제일 적게 들었으니까. AV를 재미있다고 해도 괜찮다. 프로그램 인기 있어 돈 버니까. 그 안의 여성 착취적 구조는 괜찮다. 거기 출현하는 여자들이 돈 많이 번다고 하니까.
AV 여배우들 나와서 여자가 학대당하는 이 직업도 장점이 많다고 해도 돼. 그 영향으로 청소년들이 AV 배우 나도 해볼까? 하며 직업으로 선택해도 괜찮다. 그녀들은 선택이지 프로그램이 떠민 건 아니잖아?!! AV 성상품을 개인적으로 ‘재미로’ 소비해도 문제가 되는 마당에, 신동엽과 성시경은 자신들의 인기를 이용하여 AV산업을 호의적으로 소개해 대중들에게 권유했다.
이들이 진행하는 ‘성+인물’은 여성의 몸·성에 대한 폭력이 재미있다며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다시 말해, 섹드립을 남발하며 여성학대가 재미있다고 하는 관념을 시청자들에게 주입시켜 N 번 방을 좋아하는 잠재 고객을 만들어낸다. 여성에 대한 폭력과 학대가 단순 유흥과 재미로 포장되어, 잘 팔리는 상품이 되고 상품화가 될 때, 이는 여성을 착취하는 문화상품을 좋아하는 구매자들(주로 남성들)을 생산하게 된다.
남성 고객들을 만드는 여성 학대 상품화 메커니즘은 음지에서는 또다시 N 번 방 같은 M번방, L번방 들을, 양지에서는 ‘성+인물 탐구’ 등을 비롯해 드라마나 다른 예능에 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다. 자극된 남성의 성적 욕망이 음지에서든, 양지에서든 구매를 불러일으켜 돈이 된다는 것을 아니까. 돈을 찍어내는 여성의 상품화는 여성을 성과 몸으로만 수단화하는 여성 억압적 물화 이데올로기를 확대시킨다. 결국, 여성은 남성의 성적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의 종속된다.
페미니스트 이론가인 로빈모건은 포르노는 이론, 강간은 실천이라고 했다. 강간당한 여성만 포르노의 희생자일까? 남성도 마찬가지다. 포르노를 자주 보는 남성들은 그 속에서 성지식을 쌓고 여성과 관계하는 법, 즉, 로맨스를 배운다. 폭력적으로. ‘여자는 원래 때리고 막 강제로 해야 좋아하는 거 아닌가요? 평소같이 교회를 다니던 동네 여학생을 좋아해 고백하려 그녀를 강간한 중학교 남학생이 실제 했던 말이다. 그는 강간과 섹스를 혼동한다. 이것이 과연 특별한 사례일까? 포르노를 자주 보는 남성들은 점차 포르노가 주는 성적 쾌락의 노예가 되어간다. 판타지로 채운 만족감은 현실에서의 남녀관계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돈을 갖다 부어도 타는 목마름으로 성적 쾌락을 위해 AV를 찾게 된다. 더욱더 수위가 높은 폭력물을 원한다.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셈. 지갑만 가벼워질 뿐. 돈 낭비는 빙산의 일각이다.
AV에서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을 보고 재미를 찾는 게 습관이 된 남성들은 학대자의 심리구조를 가지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폭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주위 사람들 연인, 가족, 친구 직장 동료등 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하는 등 폭력적으로 인간을 대하게 된다. 남을 괴롭혀서도 만족이 안되면, 자기 자신까지도 학대한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으니까 계속 술을 마셔, 결국 알코올 의존증, 중독에 빠져 스스로를 해치게 된다. 쾌락을 위해서 자기의 몸은 수단이 되고 버려진다. 결국 남에 대한 폭력을 즐긴 대가가 스스로에 대한 폭력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내재화된 인간을 도구로 사용하는 관념 때문에 그 어떤 누구도 소중하게 대할 줄 모르며, 스스로도 인간의 존엄을 갖지 못한 비참한 존재로 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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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동엽이의 변명 1
“야한 걸 좋아한다고 해서 그게 꼭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억압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잖아? 너무 오버하는 거 아냐? 난 그냥 좀 더 자유롭게 성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는 것일 뿐인데?”
동엽아, 30년 전에도 한 이 논쟁을 우린 지금 되풀이하고 있어. 87년 민주화운동 이후 한국 사회에는 자유주의 바람이 불었어. 군부독재에서 억눌렸던 자유를 누려보자는 것이야. 언론, 종교, 해외여행의 자유 등등이 있었지. 그중에는 성의 자유도 있었어.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의 마광수나 '내게 거짓말을 해봐' 장정일 작가가 억압받은 성을 해방시키자고 부르짖었지. 그들은 문학작품에서 성을 통해 자기 존재를 깨닫고 성숙해 가는 인간을 조명했어. 그 인간은 남성만었지. 여성의 성을 이용해서 남성 주체의 성적 해방을 이룬. 이에 반발해 공지영 작가의 '무소의 뿔처럼 가라'등 페미니즘 문화 운동이 등장했어. 동엽이가 진짜 성의 자유롭게 보고 싶다면 여성을 수단화하지 않는 남성의 성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길 바래.
번외.. 동엽이의 변명 2
“AV는 일본에서 합법이잖아. 성기도 모자이크 처리한대. 직접 출연한 여배우들이 나와서 강제로 하고 그런 건 없대잖아. 그래서 난 그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을 뿐. 이게 뭐가 문제야?”
동엽아. 너는 재미있을 거야. 왜냐면 너는 AV 출연하지 않아도 먹고살만한 부자니까. 우리 그 옛날 노예제가 있던 미국으로 가볼까? 노예제는 불법이었을까? 명백히 합법이었지? 심지어 노예를 때리지도 않고 밥도 많이 주는 주인들도 있었대. 백인 목화밭 주인들이 다른 동네 흑인 노예들에게 너희 목화밭은 어때할 만해? 그럼 그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채찍을 맞아가며 눈물을 흘리며 목화를 따고 있어요. 이렇게 말할까? 아니면 (주인이 보고 있는데서 말을 하는데 당연히) 좋게 말하겠지? “억지로 하지도 않고 목화를 따서 따뜻한 옷을 만들어 입을 수 있으니까 보람을 느껴요”라고 하겠지? 이 인터뷰를 보는 '노예들'은 이 이야기가 재미있을까? 동엽아, 너의 재미를 위해 여성을 이용하지 않길 바래.
번외... 동엽아 앞으로가 중요해.
넷플렉스 ‘성+인물’ 같은 성관련 프로그램을 아예 하지 말자는 게 아니야. 여성의 성 상품화에 대한 고려도, AV산업에서 여성의 성착취에 대한 성찰도 이 프로그램에 없다는 거야. 성을 상품화·수단화하지 않고 소개해 주는 다른 대안적 프로그램을 만들었으면 좋겠어 동엽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