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뚱뚱한 여자가 배꼽티를 입고 튀어나온 뱃살을 출렁이며 익살스레 춤을 추고 있다. 리듬에 맞춰 살들이 부단히 흔들린다. 노래 가사를 표현하는 춤 동작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웃음이 터져 나온다. ‘오빠 돈 많아?’ 할 때는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모아 동전을 만들어 보이고, ‘오빠 차 있어?’하면서 손바닥으로 핸들을 돌리며 춤을 춘다.
한때 밈(meme)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유튜브 ‘왕간다’ 영상이다. 큰 인기에 힘입어 유재석, 이수지 등 연예인들 마저도 종종 패러디한다. 왠지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는 남자 재력을 따지지 않을 것 같은데, 왕간다는 대놓고 물어본다. 오빠 돈 있어?
남초사이트에서 여자 외모 품평은 단골손님이다. 특정 여자연예인 외모를, ‘돼지 됐네’, ‘큰 바위 얼굴이네’,‘세월이 무상하네’ 하면서 자신들의 잣대로 후려친다. 댓글도 평가에 동조하는 남자 유저들로 넘쳐난다. 댓글 중 많은 수는 자기와 연애관계로 그 여자 연예인을 평가한다. ‘아 내 이상형이었는데’, ‘어서 와 누나~ 이만하면 지금도 난 괜춘’. 집단으로 상정되는 이 남자들은 자신들이 여자를 선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반대로 대다수 여자는 선택하기보다 받아왔다. 소수의 여자만 남자를 선택했다. 선택하는 여자들은 어떤 여자들인가? 당연히 ‘있는’ 여자들이다. 시대가 원하는 자원을 가진 여자들. 돈이 있건, 학벌이 있건, 권력이 있건. 특히 가장 중요한 외모가 있건. 탈코르셋 운동으로 유명한 베리나는 그의 책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예쁜 외모는 권력이고 최고의 자산이다”.
남자들은 이런 말을 듣지 않는다.
여자들이 거울 앞에서 얼굴과 몸매를 가꿀 때
남자들은 책상 앞에서 미래를 설계한다.
배리나의 말은 ‘얼굴이 이쁘면 고시 3관왕이다’라는 외모 이데올로기를 확실히 보여준다. 여성이 가진 모든 자원 중 가장 으뜸은 ‘외모’라고. ‘못생긴’ 여자들은 사회에서 차별받고 또래 집단에서 소외되고 사회생활에서 도태된다. 젤 심각한 것은 연애다. 사회니 직장생활은 이른바 그래도 공적영역이다. 능력이 좋은 한 대놓고 ‘차별’을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연애는 다르다. 까놓고 말한다. ‘거울 좀 봐봐’, ‘어떤 남자가 널 만나겠어’. 뚱뚱하고 못 생긴 여자는 선택받지 못한다. 기회조차 없다. 남자가 연애를 못(안)하면 모태솔로인데, 여자는 ‘연애불구’가 된다. 왜냐 진짜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선천적 ‘장애’, 못생긴 외모를 극복하고 그녀들은 남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
영상 속의 ‘왕간다’는 이 젠더 고정관념을 한 번에 깨버린다. 감히, ‘못생기고 뚱뚱하기까지 한’ 여자가, 평생 ‘오빠’에게 ‘선택받지 못할 것 같은’ 여자가, 튀어나온 뱃살을 감추어도 모자란 판에, 대 놓고 배꼽티를 입고 나와 묻는다.
오빠, 오빠, 오빠 돈 많아? 오빠, 오빠, 오빠 차 있어? 오빠, 오빠, 오빠 집 어디야? 오빠, 오빠, 오빠 나 비싸~
자신은 지배담론이 원하는 자원, ‘외모’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빠는’ 있냐고 되려 묻는 왕간다. 도둑이 되려 몽둥이를 든다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이다. 왕간다는 몽둥이를 들어 외모지상주위를 가뿐히 후려친다. 뚱뚱하고 못생긴 여자도 남자를 선택할 뿐 아니라, 남자의 조건 또한 따질 수 있다고.
왕간다의 당당한 주장을 사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보기에 왕간다의 외모와 그녀 스스로 상정하는 자신의 외모는 다르다.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예쁘고 날씬한’ 기준, 너네 기준에 내가 ‘못생겼다고 해서’ 내가 ‘못생긴 건 아니다’란 말이다. 나는 다른 기준에서 아름답다. 그래서 나는 당당히 남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너는 뭐 있는데?’ 왕간다, 그녀의 당당한 요구에 찬사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