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고쳐쓸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맹신하는 사람과는 대화하기가 힘들다. 그 중에는 아예 말이 안 되는 논리를 갖고서 고집을 피우는 사람도 있다. 자존심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에, 격해진 감정으로 인해 이성이 마비된 걸까. 본인이 틀렸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위의 두 가지 이유때문에 고집을 부리는 사람은 그나마 설득이 쉽다.
참고로 위 두 종류의 사람에게는 이성과 논리가 아닌 감성과 공감으로 다가가서 달래야 한다. 그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회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목에도 적어놨듯이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단언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확증편향이다. 위의 두 종류와 확증편향이 합쳐진다면 설득을 꿈꾸지 말고 피하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이롭다.
확증편향은 본인이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듣고 싶은 것 만을 들으려는 성향을 뜻한다. 이러한 성향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자신이 한 선택과 추론을 통해 찾아낸 답이 절대적 진리라고 믿고, 신념으로써 간직하는 사람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설득의 심리학이라는 책에서는 이를 일관성의 원칙이라고도 표현했다. 또한 이 책에서 소개한 흥미로운 예시가 하나 있다.
결혼을 앞둔 여자가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한다. 그녀의 지인들이 그녀를 위해 헤어질 것을 권고하고, 이 여자도 오랫동안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남자를 설득하기로 다짐한다.
이 남자는 그녀의 진심어린 말을 듣고 사과한다. 그리고 다시는 폭력을 행하지 않겠다며 다짐하고 약속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 약속은 오래가지 못했고, 그는 이전의 폭력남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쩌면 이 남자도 '화를 나게 했으니까 때리는 게 당연하다'라는 확증편향을 갖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서 특히 더 흥미로웠던 부분은 남자가 아닌 이 설득이 끝난 후의 그녀다. 주변 지인들이 그녀를 도와주려 해도, 그녀가 스스로 그것을 거절했다. 그리고 남자가 변하려고 노력한다며 주변에 말하고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둘은 결혼했고, 남자는 변하지 않았으며 여자도 변하지 않았다.
이 사례만 봐도 알겠지만, 단순한 고집, 자존심과 감정의 영역은 아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진심으로 남자가 바뀌고 있다고 믿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확증평향은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그 결과에 맞춰서 이유와 과정을 맞추는 퍼즐과 같기 때문이다.
사람이 신념을 갖기 위해 필요한 과정은 지각과 추론과 기억이라고 한다.
우리가 정보를 얻는 뉴스, 책이나 영화등의 매체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뿌린다. 우리는 이 것들을 의심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자각하지 못 하는 사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정보를 신뢰성 높은 논문에서 얻었는지, 만화책에서 얻었는 지를 기억하지 못 한다.
우리가 추론하는 뇌는 불완전 하며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인 사고방식은 최근에서야 만들어졌다. 우리는 정확치도 않은 정보를 모아 불완전한 뇌로 추론한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나온 답을 기억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훼손된다. 당신은 리모콘을 어디에 뒀는 지 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그녀가 잘못된 결혼을 하게 된 이유는 본인이 지각하고 추론한 답이, 틀렸다는 전제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구들을 통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사람이 실수하고,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과연 그 중에서 자신의 오류를 발견하고 바뀐 사람은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