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사람들

by 발광머리 앤

나는 중소도시 출신이다.

어디 가면

고향이 청주예요!

라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발음하기도 좋고, 선비의 고향, 교육의 도시

그리고 그 중앙을 흐르는 무심천 등 떠오르는 모든 것들이 좋다.


19살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살다가 거의 20년을 광역시에 살다 보니

중소도시 사람들의 특징을 잃어버렸나 보다.

거기다 경주는 중소도시 쁘라스 경상도 아닌가?


내일이 이사 가는 날이라

남편보고 경주 집에 가 보라고 했다. 이삿짐을 잘 싸고 있는지.

그랬더니 남편 왈

이삿짐은 안 싸고 있고, 잔금 치르고 한 달을 더 살게 해 달라는데!!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내가 자주 가는 아줌마 사이트 82cook에 물어봐도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란다.

그런 말을 잔금 당일날 하려고 했단다. 만약 집도 확인 안 하고 법무사로 바로 갔으면

어쩔 뻔했나?


하나 이런 요구를 큰일이 아닌 것처럼 한다.

그 이후로도 아는 사람끼리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서로 믿고(믿어줘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큰) 해야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이외에도 서로 알음알음, 한 다리 건너면 두 다리로 아는 사람인 곳에서는

광역시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이미 광역시 사람인 나는,

더구나 아직 경주 사람도 아닌 나는,

경주에 주소를 옮겨도 이방인일 나는,

어쩌나?


뱀다리:

그래서 계약당일 잔금을 다 치르고

전주인이 살고 싶어 하는 기간을 2주로 줄이고

그 기간동안 무료로 단기 임대를 하는 서류를 만들었다.

다행히 2주후에 깨끗하게 집을 비워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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