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경주 예술의 전당에서는 다이앤 앤스가 인간의 외로움에 관해 깊이 있는 강연을 펼쳤다. 전날에는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 조지프 헨릭의 강연도 있었으나, 나의 마음을 오래 붙잡아둔 것은 앤스의 외로움에 관한 사유였다.
그녀는 외로움을 단순히 한 개인의 내면적 감정으로 한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은 사회적 관계망이 해체될 때 비로소 드러나는 시대적 징후라고 보았다.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위로 고립된 개인은 자유를 얻는 대신, 그 대가로 외로움이라는 짐을 지게 된다. 따라서 외로움은 철저히 사회가 낳은 산물이며, 개인을 넘어선 공적 문제라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앤스는 외로움을 공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회적 장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예컨대 1인 가구를 위한 공동 식사 프로그램, 혹은 공동체적 삶을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 등이 그것이다. 만약 이러한 체계가 부재하다면, 외로움은 불안과 우울, 나아가 자살로까지 이어지며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연 중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질문 시간에 나왔다. 한 청중이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면, 그것은 외로운 것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앤스는 단호히 “그것은 외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사회자가 “외롭지 않은데 이런 강의를 듣고 나니, 왠지 내가 외로워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 그것은 외로운 것인가?”라고 묻자, 그녀는 “그렇다면 외로운 것”이라고 답했다. 외로움은 본질적으로 주관적 체험이지만, 그 해결은 반드시 객관적이고 구조적인 사회적 틀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순간이었다.
강연장을 나서며 나는 생각했다. 외로움이란 한 개인이 짊어져야 할 고독의 그림자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시대의 과제일지도 모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