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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Aug 17. 2016

메주고리예, 보스니아

메주고리예는 성모가 발현했다는 가톨릭 성지이다.

일행 중 유일한 가톨릭인 나는 마침 일요일을 맞이하여 메주고리예를 가고 싶었다.

메주고리예를 가기로 한 아침은 마침 일요일이었다. 아침에 모스타르를 산책하며 본 시가지는 전날 더울 때와 많이 달랐다. 더운 낮에 정신없이 보았던 다리나 시가지가 좀 더 자세히 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이슬람 구역 번화가에 머무른 관계로 새벽에 한번 돌아다니고 점심 먹으러 들어와서 좀 쉬다가 4시 넘어 선선해지면 또 나가 돌아다녔다.

메주고리예 성당

모스타르 곳곳에는 이처럼 공동묘지가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한날한시에 죽은 사람들이 많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죽은 이들이다.

우리들의 운전사인 밀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전쟁을 내전이라고 하지만

자기네들 입장에서는 내전이 아니라 독립전쟁이라고

침을 튀기며 이야기했다.


티토라는 독재자가 소련을 등에 업고 동유럽 국가들을

유고연방으로 묶어서 지배하다가 죽었다.

이후 한 민족씩 독립을 하면서 전쟁은 필연적이었다.

최근의 전쟁이 보스니아 내전이고

이전에는 밀리의 나라인 크로아티아도 전쟁을 겪었다.

밀리가 한 네댓 살 때였다고 한다.

전쟁 전에는 평화롭게 살던 다리 양쪽의 사람들이

전쟁을 통해 권력을 취하려는 자들 돈을 취하려는 자들의

획책에 따라 원수가 되고 죽었다.

모스타르를 가로지르는 강

   

어미인 나는

마음이 아팠다.

바로 전에 곰브리치의 세계사를 읽었는데

인류의 역사에 전쟁은 끊이지 않았고

그 바람에 많은 아들들이 죽었다.

그들에게는 어머니가 있었을 것이고

아들의 비석을 세우는 어미의 마음을 생각하니

마음이 어두워졌다,

그래서 더 미사에 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모스타르 곳곳에 있는 공동묘지

 

고양이는 어디에나 있다

딸아이가 고양이를 좋아해서

어디 가나 고양이를 찍어서 카톡으로 보내준다.           

         

제발 나 혼자 있고 싶었는데

일행들이 굳이 자기네들도 성당 구경을 한단다.

미사를 보기 전에 고백성사를 하려고

고해소를 찾아갔더니 이런 모습이다!

문을 열면 신부님이 책상 하나를 앞에 두고

정면으로 앉아 있다.

익명성이 없다.

나는 코리안 신부님이 하는 고해소를 찾았으나 없었다.

영어로 고해하기에는 지은 죄가 너무 많고

내 영어가 너무 짧다.

그래서 고백성사는 못 봤다.

메주고리예 성당의 각 언어별 고해소

미사는 많은 위로를 주었다.

어제 본 총탄과 포탄 자국을

이겨낼 만큼

영어는 아니고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를 미사에서

다양한 인종이 사람들이

평화의 인사를 나누었다.

미사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같은 방식을 진행되기

때문에 말을 몰라도 참례할 수 있어서 좋다.

메주고리예에서 미사를 마치고

사라예보를 가려고 했는데

밀리가 거긴 좀 무섭다고 말린다.

아마 지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것 같다.

밀리를 처음 만났을 때 살이 엄청 찐 걸 보고 놀랐다.

일 리터짜리 콜라 한 병을 운전석 옆에 두고 수시로 마셨다.

첫날 한국 음식을 먹였더니 혀에서

불이 나는 거 같다고 했다.

그러고 설사와 복통에

시달렸다. 그러는 바람에 살이 눈에 띄게 빠졌는데

집 가까이 오니 더 아픈 모양이었다.

우리는 사라예보는 포기하고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근처 갈만한 곳을 하나 물색해서

놀러 갔다.

어딘지 이름도 생각이 안 나는데

현지인들이 물놀이를 하러 와서 놀고 있었다.

우리도 물에 발 좀 담갔다.                    

또 가는 길에 오래된 성채도 올라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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