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림의 자리

—— 변화 속에서 균형을 배우는 일에 대하여

by 시우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놓아 본다.
몸이 미세하게 기울고, 균형이 흔들린다.
그 짧은 틈에 발끝이 바닥의 단단함을 기억한다.
균형은 멈춤의 결과가 아니라,
무너짐과 회복이 이어지는 리듬 속에서 태어난다.
몸이 먼저 그 진리를 알고 있는 듯하다.


꽃은 피어나는 순간부터 시듦을 향해 걷는다.
사라짐의 자리에 다음 계절이 자란다.
바다는 잠시도 고요하지 않다.
끊임없이 흔들리며, 그 흔들림으로 스스로의 형태를 지켜낸다.
살아 있다는 건 그런 일이다.
흩어지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흔들리면서도 부서지지 않는 법을 배우는 일.


직업도, 관계도, 믿음도

시간의 결을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변하지 않는 나’를 붙잡으려는 일은
흐르는 강물에 발을 고정하려는 일과 닮았다.
정체성은 완성된 중심이 아니라,
흔들림이 지나간 자리에서 남는 결이다.


누군가의 말투에 스며들고,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며,
다시 제 리듬으로 돌아오는 그 왕복의 진동,
그 미세한 떨림들이 한 사람의 얼굴을 만든다.
사람은 자신이 흔들린 만큼 깊어진다.


삶은 그렇게 스스로를 조율하며 흘러간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며,
소리를 잃었다가 다시 울린다.
균형은 완성의 이름이 아니라,
계속 고쳐 쓰이는 생의 문장이다.


여행을 떠날 때면 언제나 그랬다.
도착보다 길 위의 시간이 더 깊었다.
창가를 스치는 빛,
흔들리는 차창의 그림자,
낯선 도시의 이름이 서서히 가까워질 때
그 모든 순간 속에서 이상하게 마음이 고요해졌다.
아직 어디에도 닿지 않았지만,
그 길 위에서 이미 충분히 머무르고 있었다.


창문 밖으로 바람이 스쳐 지나가고,
도시의 불빛이 천천히 뒤로 밀려난다.
차창에 비친 얼굴은 낯설었다가 다시 나로 돌아온다.
길은 계속 움직이고, 나는 그 위에 서 있었다.
멈춘 듯 보여도 세상은 단 한순간도 정지하지 않았다.
흔들림은 불안이 아니라,
모든 존재가 숨 쉬는 방식이었다.


도착은 언제나 짧고,
그보다 오래 남는 건 가는 동안의 시간들이다.
창가에 스치던 빛의 온기,
창문에 머물던 이름 모를 풍경,
그 사이를 지나던 마음의 속도
그 모든 것이 목적지보다 더 깊게 남았다.


삶도 그렇다.

한 사람의 얼굴은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수없이 스쳐 간 순간들의 결로 이루어진다.
누군가의 목소리에 물들고,
어떤 시선에 머물렀다가,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일.
그 흐름이 한 존재를 빚는다.


모든 만남은 잠시의 정차이고,
모든 이별은 또 다른 출발의 예고다.
삶은 다만 그 흔들림 속에서
자신의 속도를 배워갈 뿐이다.

수많은 움직임 속에서

변화의 결을 따라가며.


글/시우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