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일상에 대하여

—— 작은 회복의 시간들을 바라보며

by 시우

엄마는 올해 봄부터 관절염으로 고생했다.
앉고 서는 일이 불편했고,
걷는 건 늘 조심스러웠다.
무릎은 자주 부었고,
하루의 리듬은 조금씩 느려졌다.


어제 엄마가 전화를 걸어와 말했다.
“집 뒤에 햇살이 좋아서 잠깐 걸었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멀리 있던 시간이 다시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그동안 멀어져 있던 일상의 빛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몇 달 동안 택시로 병원을 오가며
햇살이든 바람이든,
세상의 모든 것이 멀어져 있었으니까.

다시 바깥의 빛을 이야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놓였다.

일상이란 대단한 게 아니다.
그저 걷고, 밥을 짓고,
햇살이 좋은 날엔 잠시 밖으로 나가는 일.
하지만 그런 평범한 동작들이
다시 가능해지는 순간을 마주하면,
그동안의 시간이 얼마나 길고 깊었는지 알게 된다.


거창한 회복의 신호는 아니었다.
그저 다시 주방 불을 켜고,
냄비에 물을 올리고,
한 손으로 젓가락을 들어
소금 간을 보는 일상.
아픈 사람의 손끝이 다시 움직인다는 건
아무 일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자체로 삶의 기적에 가깝다.


저녁에 엄마가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새로 산 겨울 털실내화를 신고 있었다.
바닥에 닿은 발끝이 따뜻해 보였다.
나는 그 사진을 오래 바라봤다.
뽀송한 슬리퍼, 미약한 불빛,
의자 위의 TV 리모컨.

아무것도 특별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는 다시 돌아온 하루의 표정이 있었다.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건
예전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몸이 허락하는 만큼 천천히 움직이며,
잠깐 앉았다가, 다시 일어나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는 일이다.

그 느린 속도 속에서
하루의 모양이 조금씩 만들어진다.


병은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통증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 새겨진 시간의 무늬다.
손가락의 굳은 마디, 천천히 굽어지는 걸음,
그 속에는 아파서 멈췄던 날들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순간들이 함께 들어 있다.


그 변화를 지켜보며 배운다.
삶은 갑자기 나아지지 않고,
아주 작은 움직임들이 모여
조용히 이어진다는 것을.


아직 완전히 돌아온 건 아니다.
계단을 오르다 멈출 수도 있고,
밤이면 무릎이 다시 부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하루의 리듬을
조금씩 되찾아가는 그 모습을 보면
무언가 회복된 건 몸이 아니라,
그 시간을 견뎌낸 마음이라는 걸 느낀다.
‘괜찮아진다’는 말이
하루의 끝에서 가장 작고 깊은 위로처럼
새삼 참 고마운 하루다.



글/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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