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머무는 자리

—— 머물고 싶은 마음의 거리를 마주하며

by 시우


12월의 공기에는 묘한 균형이 있다.

끝과 시작이 서로를 밀어내지도

온전히 맞닿지도 못한 채

긴 호흡으로 서로를 바라본다.

가야 할 길과 머물고 싶은 마음이

잠시 같은 자리에 머물러

천천히 자신의 온도를 낮춘다.


잃은 것과 남은 것이

서로를 다그치지 않고

나란히 앉아 천천히 식어가는

시간의 틈.


무엇을 이루기보다

어떻게 남겨둘지 묻고

닫히는 문 앞에서도

서두르지 않고 숨을 고르며,

멈춤을 정지로 오해하지 않는 시간.


그렇게 삶의 속도가 잠시 느려질 때,

그 틈에서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끝내 마침표를 찍지 못한 문장,

잘한 일보다 버텨낸 날들,

이루지 못한 일들 사이에 남은 마음,

그럼에도 견뎌낸 시간의 무게.


끝내 완성하지 못한 문장 속에서도

한 해를 버텨온 흔적이 남아 있고,

이루지 못한 일들 사이에도

흘려보낸 마음의 온기가 있다.

그 조용한 잔열이 올해를 다독이며

이 계절의 온도를 만든다.


어쩌면 12월은

한 해의 끝자락에서만 허락되는

가장 인간적인 감각일지도 모른다.

잠시 멈추어도 괜찮다는 확신,

조금 비워도 괜찮다는 안도,

아직 다 쓰지 못한 문장에도

그만하면 충분하다는 수락.


무언가를 더 쌓기보다

내려놓음으로써 완성되는 시간.

너무 멀리 와서 잃어버린 리듬을

다시 제자리로 되돌리는 계절.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멈춘 것이 아니라,

잠시 어디쯤 와 있는지

조용히 확인하기 위해 서 있는

쉼표의 자리.


끝이라는 말은 단호해 보이지만

그 모서리를 들여다보면

언제나 흐릿한 선이 남아 있다.

멈춤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미세한 움직임이 있다.

모든 끝은 완전한 닫힘이 아니라

다음 문장을 준비하는 여백으로 남는다.

그래서 12월은

끝이 다음 문장을 품은 채

잠시 머무는 자리다.


돌이켜보면

시간은 언제나 한 박자 늦게

의미를 드러낸다.

그때는 보이지 않던 감정들이

겨울의 빛 속에서 천천히 그 얼굴을 드러내고,

지나온 날들의 균열이

이제야 하나의 결로 엮인다.

그 틈에서 12월은

스스로를 덜어내며 더 깊어지는

시간의 또 다른 얼굴이 된다.



글/시우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