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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앱 Mar 05. 2021

어느 '연뮤덕' 개발자의 스타트업 창업기

[인터뷰] 연극・뮤지컬 공연실황 OTT 레드컬튼 이상진 대표 (1)


‘연뮤덕’이란 말이 있다. 연극・뮤지컬 공연 관극에 유독 열정적인 마니아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하루에도 두세 편씩 공연을 보거나, 한 작품을 공연기간 동안 몇 번이나 반복해 보기도 한다. 특정 작품에 빠져 공연기간 내내 헤어나오지 못하는(;;) ‘회전문 관객’이란 표현이 하나의 고유명사처럼 된 것도 이들 덕분이다.



이런 연뮤덕 사이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바로 ‘플앱’이다. 공연 티켓 포토 다이어리 앱 ‘PL@Y’(플레이) 시리즈는 관극 기록을 중요시하는 연뮤덕 사이에서 필수 앱이나 다름없다.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트위터 상에서는 ‘플앱’이란 애칭으로 불리며 시시각각 ‘관극기록’ ‘관극정산’ ‘플앱인증’이란 해시태그의 포스팅이 올라온다.


레드컬튼 이상진 대표는 바로 이 ‘플앱’ 개발자이자 공연실황 OTT 서비스를 운영 중인 스타트업 사업가다. 실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연뮤덕인 그는 연극, 뮤지컬 공연 매니아들이 원하는 서비스로 3만 명 이상의 이용자와 함께하고 있다. 지금은 월정액 공연실황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으로 또다시 연뮤덕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중이다. 지난 3일 만난 이 대표는 '플앱'과 레드컬튼에 대한 애정과 확신으로 똘똘 뭉친, 영락없는 연뮤덕 개발자였다.


레드컬튼 이상진 대표. 평소에는 이런 자본주의 미소를 잘 띠지 않는다..;; (사진=이슈메이커 김남근 기자)


원래 연극, 뮤지컬을 좋아하셨나요?


"처음 뮤지컬을 본 건 고3 수능 끝나고 대학로 체험학습을 통해서였어요. 사실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죠. 왜 굳이 대사를 노래로 하는 걸까 싶었어요. 진정한 ‘연뮤덕’이 된 건 2013년~2014년 즈음이에요. 소프트웨어 특화 교육기관 NHN 넥스트에서 앱 개발을 공부하다가 자체 사업도 운영하면서 꽤 수익이 났던 시기인데, 뮤지컬 ‘위키드’ 티켓값이 영화 티켓의 10배 이상이어서 ‘뭐가 그렇게 좋길래 이렇게 비싸지?’ 싶은 마음이었죠. 운좋게 맨 앞줄 중앙 좌석을 예매해서 봤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더라고요."


"그때부터 본격적인 연뮤덕 라이프가 시작됐어요. 공연 보는데 한 달에 수백만원을 쓰기도 했죠. 사업이 잘 돼서 한 달에 몇 천만원을 벌 때니까 가능한 일이었어요. ‘프랑켄슈타인’ 초연도 보고, 웬만한 대극장 작품은 거의 다 봤어요. 괜찮았던 작품은 3~4번을 보기도 했고, 어머니가 뮤지컬을 좋아하셔서 같이 보러 다닌 적도 많아요."


그러다가 갑자기 ‘플앱’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요?


"공연을 워낙 많이 보다 보니 나중엔 언제 어디서 무슨 작품을 봤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엑셀로 관극 기록을 정리하다가 너무 불편해서 앱으로 만들기로 한 거죠. 마침 NHN 넥스트 iOS 앱 개발 수업에서 각자 만들고 싶은 앱을 만드는 과제가 있어서 딱 맞아떨어진 거예요. 그렇게 2014년 ‘플앱1’(PL@Y1)이 탄생했어요."


디지틀조선일보의 '모바일어워드코리아 2016' 공연전시 부문 대상을 수상한 5년 전의 이상진 대표. 지금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이는 건 단지 정장차림 때문일까. (사진=조선일보


그렇게 만든 앱이 공연 매니아들 사이에서 ‘대박’이 난 거군요.


"처음엔 돈을 벌려고 한 게 아니고, 그냥 제가 필요해서 만든 앱이었어요. 앱 출시 이후에도 거의 방치하고 운영만 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다가 앱 다운로드 수를 주기적으로 메일로 보고받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몇백 건이 다운로드 됐어요. 알고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가 영업(?)을 했다고 하죠. 홍보가 되면서 입소문이 난 거예요. 그분들도 저처럼 액셀이나 포토캘린더, 포털 캘린더 같은 걸로 관극 기록을 하면서 불편함을 느끼셨던 거죠. 커뮤니티에선 “우리같은 덕후가 만들 만한 앱이다”라며 퍼졌어요."


"그렇게 ‘플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수천 건까지 올라갔는데, 아카데미 다니며 군 문제도 해결해야 해서 거의 방치 상태였어요. 그러다가 NHN 넥스트 졸업 후 취직 전까지 시간이 좀 남았는데, 마침 안드로이드 버전 개발 요청이 많아서 급하게 개발했죠. iOS 말고 안드로이드 앱 개발은 전혀 몰랐는데 무작정 “한달 후 앱이 나온다”고 커뮤니티에 알리고는 진짜 한 달 만에 개발해 출시했어요."

"이후엔 회사에 취직해 일하면서 ‘플앱’은 다시 방치됐는데, 어느날 갑자기 디지틀조선일보에서 ‘모바일어워드코리아 2016’ 공연전시 부분 대상을 수상했다고 하더라고요. 수익은 없고 서버비만 나가니 앱은 계속 적자였는데, 이를 계기로 플앱을 계속 운영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그렇게 회사 다니면서 ‘플앱2’를 개발해 유료 앱으로 출시했는데, 당시 애플 앱스토어에서 전체 유료 앱 랭킹 2위, 카테고리 내 1위를 기록하기도 했어요. 다행히 서버비는 충당할 수 있는 정도가 됐죠."


그러다 ‘레드컬튼’이란 회사를 창업하게 된 과정은 어땠나요?


‘플앱’ 유료 다운로드는 꾸준히 이어졌지만 점점 줄어들었어요. 이 와중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때가 됐고 개발자로서 여러 옵션이 있기도 했어요. 하지만 오랜 친구같은 플앱을 비즈니스적으로 풀어보고 싶어서 2019년 11월부터 창업을 준비했죠. 그러다가 코로나가 터졌고, 공연계가 셧다운 되면서 플앱 사용자가 30% 이상 줄었어요. 반대로 이미지 파일이 1000만 건 가까이 되다 보니 서버 비용은 갈수록 높아졌어요.


‘플앱’만으론 답이 보이지 않게 되면서 공연 특화 OTT 서비스를 기획하게 됐어요. 코로나 상황의 영향이 컸죠. 그렇게 지난해 7월 창업진흥원 예비창업패키지에 지원해 합격했어요. 덕분에 평균 대비 1.5배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초기 운영자금을 해결한 거예요. 이후 함께 할 동료들을 모아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 오고 있어요.



창업 아이템으로 공연 특화 OTT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요?

원래 콘텐츠 비즈니스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중학생 때부터 블로그 운영하며 광고를 달기도 했고, 고2 겨울방학 때는 국내 콘텐츠 관련 웹사이트를 만든 적도 있어요. 해외 한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걸 보고 이게 돈이 되는구나 싶었고, 그때 처음 콘텐츠의 힘을 느꼈어요.

지금 플앱 상황에서는 콘텐츠 비즈니스 모델이 불분명하고, 어떡할까 하다 OTT를 생각했어요. 당연히 공연은 오프라인이 중심이고, VR이든 AR이든 오프라인의 감성을 절대 대체할 수 없어요. 하지만 보완재로는 기능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언제나 공연은 보고나면 휘발되어 버리니까요. 공연을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영상이 많이 남는것도 아니잖아요. 팬들 사이에서는 작품을 ‘박제’해 달란 요청이 많아요. 영상클립 하나만 올라와도 엄청 좋아하죠.


레드컬튼 이상진 대표 인터뷰는 2편으로 이어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국내 공연실황 스트리밍 서비스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심도깊은 이야기들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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