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컬튼 개관작] 연극 '싸나이 로맨스' 리뷰
‘신파’의 마력은 실로 엄청나다. 철지난 ‘어르신’ 음악 장르로 여겨졌던 트로트가 다시 황금기를 맞은 것도,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세계적 흥행을 이뤄낸 것도 신파 코드 덕분이다. 과장된 연출과 억지스런 스토리로 비판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이런 신파적 서사가 관객을 강력하게 빨아들인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연극 ‘싸나이 로만스’는 코미디와 로맨스, 신파를 적절히 버무린 작품이다. 전라도 ‘싸나이’ 상욱과 맹원이 서울에 올라와 푸드트럭 운영을 시작하고, 마침 근처에 카페를 연 채윤이 상욱과 연인 관계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큰 줄기다. 무뚝뚝한 전라도 남자 상욱과 서울 여자 채윤이 삐걱대면서도 사랑을 키워가는데, 상욱이 갑작스레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채윤에 대한 순애보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전라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소화하는 상욱과 맹원이 ‘서울여자’ 채윤과 코믹하게 소통하는 초중반 전개는 유쾌하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나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친근한 대사와 액션 역시 달콤한 로맨스를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시한부’라는 비극적 설정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중반 이후에도 풋풋한 상욱 채윤 커플의 로맨스가 어색하지 않게 이어지는 이유다.
“너 인성 문제있어?”라며 ‘가짜사나이’의 유행어를 쏟아내거나 비의 ‘깡’ 안무를 소화하는 맹원 캐릭터는 코믹 요소의 정점이다. 괴짜 승려에서 채윤 친구 샛별, 맹원 친구 시남 등 1인 다역을 소화하는 배우 심우선은 그야말로 패러디와 애드립의 향연으로 극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종종 객석과도 소통하며 분위기를 달구는 그는 소극장 공연 특유의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사랑하니까 헤어진다’는 식의 논리에 겉으론 무뚝뚝해도 속정 깊은 ‘츤데레 남자친구’, 시한부 연인의 절절한 사랑까지. 그야말로 클리셰로 가득한 ‘싸나이 로만스’는 일견 너무 익숙해서 뻔한 작품으로 읽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뻔함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연기 덕에 신선한 웃음을 자아내는 데 성공한다. 대학로에서 신파 정서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 연극이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작, 연출: 박도윤
출연배우: 강진철, 김채윤, 심우선
제작: 무대그리고나
공연일시: 2020년 9월 8일~13일
공연장소: 대학로 후암스테이지 1관
*연극 '싸나이 로만스'는 연극, 뮤지컬 실황영상 OTT 서비스 레드컬튼 개관작입니다. 레드컬튼 앱 출시 후 스트리밍으로 시청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