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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위바위보쌈 Apr 25. 2024

강남 한복판에 숨은 가성비 보쌈집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진식당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진식당

강남, 여의도, 광화문. 이 세 지역은 11시 20분부터 주변이 시끄러워진다. 점심을 먹기 위해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수많은 직장인들은 다들 어디로 향할까. 숨어있는 식당들이 이때부터 활기를 띤다. 지하상가에 있는 식당들이다. 광화문이나 강남, 여의도는 각 빌딩마다 맛집들이 지하에 숨어있다. 돈가스, 라멘, 김치찌개, 제육볶음, 주꾸미볶음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부터 거나하게 먹는 것까지. 옹기종기 식당들이 붙어있다.


직장인들이 점심에 찾는 맛집의 조건은 여러 가지겠지만, 필수조건은 바로 가성비. 적당한 가격에 맛도 있고 빠르게 먹을 수 있으면 그것만큼 달콤한 점심은 없다. 빨리, 싸게 먹고 휴식을 취해야 오후 업무를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오늘 소개할 집은 직장인들이 싫어하려고 해도 싫어할 수 없는 강남 한복판에서 찾기 힘든 가성비 보쌈 맛집이다.


강남역 3번 출구를 나와서 쭉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삼성세무서가 나온다. 삼성세무서를 끼고 오른쪽으로 꺾어서 걷다 보면 역삼까치공원이 나오는데, 그 앞에 있는 디오빌플러스 건물 지하 1층으로 내려오면 식당가들이 쭉 등장한다.


식당가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이곳은 '서진식당'이다. 이곳을 처음 찾은 것은 약 4년 전. 아무 생각 없이 보쌈을 검색하다가 강남 한복판에 보쌈집, 그것도 아주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이 집은 보쌈맛집으로 내 뇌에 저장돼 있었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면 11시 30분인데도 이미 직장인들이 가득 차있다. 5~10분만 늦으면 바로 웨이팅을 해야 한다. 상당히 인기 있는 곳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까지 줄서서 먹지는 않았는데, 요즘은 고물가 시대라 그런지 더더욱 인기가 많아진 듯하다.


자리 구성은 심플하다. 8~9개 정도의 자리가 있고, 앉아서 메뉴를 시키면 된다. 그런데 메뉴판을 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대부분의 음식들이 만원 언저리이기 때문이다. 아니 지금 같이 고물가 시대에 만 원대 점심이라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의심을 가득 안은 채로 보쌈정식을 시킨다. 보쌈정식은 비빔밥과 된장찌개가 같이 나온다. 된장이 싫다면 김치찌개+보쌈이나 순두부찌개+보쌈을 시키면 된다. 가격은 오히려 싸다.


앉아서 기다리면 밑반찬들이 깔린다. 감자볶음, 콩자반, 깻잎무침, 약간 싱거운 김치부침개가 반찬으로 나온다. 3인 이상이 왔을 때는 달걀찜도 서비스로 나온다. 그리고 된장찌개와 밥, 고기와 김치가 나온다.


이제부터 고기와 김치의 시간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진식당 보쌈정식

이 집의 고기는 평범하다.


평범하다는 표현을 쓴 이유는 부위부터 맛까지 무난하기 때문이다. 이 집 고기의 부위는 삼겹살인데, 얇게 썰려 나온 삼겹살 고기다. 만 원짜리 보쌈 정식에 고기는 6조각이 제공된다.


6조각? 적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만원인 정식에 찌개, 비빔밥용 채소까지 제공되기 때문이다.


고기가 다소 퍽퍽해 보이지만 전혀 퍽퍽하지 않다. 오히려 신기하게도 부드러운 편이다. 점심 장사 특성상 회전이 빨라야 해서 미리 고기를 썰어놓은 것 같다. 그런데도 고기가 겉면은 말랐지만 안에는 육즙이 있다. 얇게 썰었는데도 고기가 이 정도면 갓 삶아 나온 고기는 더 맛있을 것 같다.


양념을 아예 안 넣은 맛은 아니다. 고기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달달한 걸 첨가한 맛이 미묘하게 있다. 하지만 고기 자체의 맛을 침범하지는 않는다.


평범한데 왜 보쌈 맛집일까. 가성비다. 만원이라는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고기를 내놓는 것은 정말 감탄스러운 부분이다. 맛없고 퍽퍽한 고기도 아니고, 삼겹살 부위를 부드럽게 잘 삶아서 행복한 점심 반찬으로 내놓는다는 사실은 맛집 자격을 부여받을만하다.


김치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김치가 단순히 무말랭이 얇은 거 몇 개 나왔으면 아쉬움이 남았을 테다. 하지만 이 집은 김치마저도 진심이다. 보쌈김치가 그대로 나온다.


우선 배추김치는 마치 간장을 넣어서 양념한 듯 짭조름한 맛이 난다. 아마도 김치 양념에 젓갈이 들어간 것 같다. 처음 느껴보는 김치의 맛이라 어떤 양념일지 추측하긴 어렵지만, 굳이 비유하자면 진간장의 맛이다.


무말랭이는 평범하다. 쓴맛이 나거나 풀향이 나거나 하지 않고 배추김치와는 다른 양념을 통해 만든 평범한 김치다. 그래서 고기 맛을 방해하지도 않는다.


평범한 고기와 그 고기를 보좌하는 김치. 이를 밥, 된장찌개와 매우 저렴한 가격에 강남 한복판에서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진식당 밑반찬과 밥

이 집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함이다. 메뉴의 다양함도 있고 반찬의 다양함도 있고, 보쌈과 함께 먹을 수 있는 비빔밥과 된장찌개가 기본으로 나온다는 것이 매력이다.


맛은 역시 평범하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이 정도 퀄리티의 맛을 만원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추가로 시킬 수 있는 달걀 프라이나 스팸을 반찬으로 먹어도 만 원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 집을 안 갈 이유가 없다.


아쉬운 점은 요리로 보쌈을 팔지 않는다는 점. 만약에 요리로 보쌈을 먹을 수 있다면 좀 더 퀄리티가 높은 보쌈을 즐길 거라는 확신이 든다. 겉표면이 말랐는데도, 대충 만들어 내놓는 것 같은데도 이 정도의 맛이라면 제대로 갓 만든 보쌈의 맛은 더욱 훌륭하지 않을까.


이 집이 오래오래 가성비를 유지하며 자리했으면 좋겠다. 강남의 직장인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점심에 배가 고플 때 보쌈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집으로.


강남역 한복판에서 찾은 가성비 보쌈집, 서진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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