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청간막국수 3탄
뭐든 완벽한 맛집을 찾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군다나 그렇게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식당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청간막국수는 보쌈과 막국수까진 완벽했다. 막국수는 면을 직접 뽑은지라 탱글탱글하고 식감이 쫄깃했다. 국물이 싱거운 편이었지만 그건 이북스타일을 추구한 까닭 같다. 회냉면도 맛있었다. 지나치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회의 삭힘 정도도 나쁘지 않았다. 평양냉면은 먹어보지 못했지만 같이 간 사람은 무난한 스타일이었다고 전했다.
동치미의 칼칼함과 깊은 국물맛이 있는 이 막국수는 보쌈과도 꽤나 잘 어울렸다. 국수 한 젓가락을 들어서 보쌈에 싸서 먹고, 명태회를 같이 얹어 먹으면 담백함과 짭짤함이 같이 느껴졌다. 이렇게 먹은 한입은 입안을 가득하게 한다. 점심에 한 그릇만 따로 먹기에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은근히 양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바로 이 도가니 수육이다.
우선 이 도가니수육은 도가니가 아니다. 아마도 도가니 근처에 있는 부위를 잘라다 쓴 것 같다. 겉으로 보면 얼핏 도가니 같지만 자세히 봤을 때 도가니 특유의 모양을 띤 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부위가 도가니가 아니더라도 식감이나 맛이 도가니면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이 집 도가니수육은 식감이 최악이었다. 일단 도가니 특유의 쫀득함이 단 하나도 없었다. 흐물흐물해서 도가니를 먹는다는 느낌보다는 젤리를 먹는 느낌이었다.
맛은 또 어떠한가. 꼬릿함이 잔뜩 나는 맛이었다. 이걸 아무렇지 않게 먹는 사람들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소의 누릿함이 가득 났다. 속된 말로 소의 변 냄새가 한가득 났다. 왜 도가니에서 이런 냄새가 나지? 싶을 정도로 정말 별로인 맛이었다. 가격도 꽤 나갔는데, 이 가격에 이 퀄리티의 도가니를 먹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지경이었다.
보쌈과 막국수로 행복했던 입이 도가니로 인해 불행해질 정도로 이 집의 도가니수육은 정말 0점짜리였다.
그래도 한우사골로 우린 이 국물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나 소주와 함께 먹기엔 적당했다. 담백하고 깊은 국물의 맛이 속을 든든하게 만들어줬다.
잔뜩 먹고 길거리로 나오면 강남 한복판이다. 2차를 어디로 갈지는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수많은 식당들이 있기 때문이다.
청간막국수는 최근 SNS를 중심으로 하이볼을 싸게 파는 곳이라고 소문이 나고 있다. 보쌈이나 막국수를 하이볼이랑 먹는 건 좀 신선하지만, 어쨌든 나쁘지 않게 요리를 하는 곳 같다. 청류벽과도 연관이 있으니 그런 재미를 찾는 즐거움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도가니수육은 정말 비추천한다. 차라리 그 금액으로 보쌈을 한 그릇 더 시키는 건 어떨지.
남은 건 보쌈뿐이었던 집, 청간막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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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의 맛이 살아있는 보쌈" https://brunch.co.kr/@redlyy/82 (청간막국수 2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