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말로만 듣던 걔가 나야, 제니(JENNIE) : 임보일기 3
어느덧 다섯 번째 임시보호. 이제는 새 임보아이가 오기 전 크게 걱정되거나 긴장하지 않는다. 아이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도 최소화 한다. 우리 가족이 임시보호의 달인이 되어서 그런 걸까? 절대 아니다. 미리 큰 준비를 해놓지 않는 이유는 '그래봤자' 임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통 강아지의 평균을 생각해서 준비를 해 놓으면 아이도, 우리도 편하겠지? 의 마음으로 이것저것 준비를 해놨었다. 하지만 막상 임보견이 오고 나면, 각자의 개성과 성향을 가지고 있기에 우리 가족이 예상하고 준비한 세팅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준비를 많이 해봤자 다시 바꿔야 한다는 걸 알았기에, 집안의 구조 변화도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물품만, 그것도 조금만 구입해 두었다. (물론 우리 집엔 이미 반려견 무늬가 있기에 사용하는 용품이나 사료, 영양제 등은 이미 있기에 당장 강아지 친구 하나가 늘어도 큰 타격은 없는 상태이긴 하다.)
다섯 번째 임보견 제니가 왔다. 역시 사람 by 사람처럼 개 by 개였다. 제니는 앞선 임보친구들과 또 다른 성향을 가진 아이였으니. 앞선 글에서 밝혔던 우선 제니는 우리 집의 어느 곳에서나 잘 눕고 잘 잤다. 첫날밤에는 현관과 화장실 사이에 깔린 얇고 동그란 러그에서 잠을 자던 게 잠자기 전 본 마지막 모습이었고, 아침에 깨어나 보니 안방 문 앞 바닥에서 꼬리를 치며 반기고 있었다. 기실 개는 폭신하고 포근한 잠자리를 좋아하지 않았던가?라는 나의 가설은 제니로 인해 또 뒤집히고 말았다.
아무거나 잘 먹고 편식을 하지 않는 제니. 그런데 유독 아침밥을 남기는 일이 종종 있었다. 처음엔 사료가 입에 안 맞나 싶어서, 습식이나 동결건조 다른 맛으로 조금 바꿔줘 봤지만 그때뿐이었다. 전에 잘 먹던 사료였는데 다음날 아침이 되자 또 조금 남기는 것이었다.
"혹시 제니는 아침에 입맛이 없는 거 아닐까?"
남편의 한 마디가 귀에 박혀, 다음날 작정하고 아침에는 밥을 원래 먹던 량의 2/3 정도만 주었다. 그랬더니 한 그릇 뚝딱! 그날 저녁 원래 먹던 양에 더해 아침에 안 먹은 1/3의 양을 보태 주었다. 역시 너무 잘 먹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니와 무늬(우리 집 반려견. 경력직 임보반장)는 둘 다 아침과 저녁 하루 2회 밥을 먹는데, 제니는 아침과 저녁에 같은 양을 주지 않고 아침을 조금, 저녁을 조금 더 양을 분산해 주기로 했다. 아직까지는 남기지 않고 잘 먹고 있다. 그걸 보면 제니는 아침에는 소식을, 저녁에는 대식을 하는 강아지인 것으로 보인다.
심장사상충 치료의 마무리로 병원 제조약을 먹어야 하는 제니는 약 때문인지 물을 많이 마셨다. 많이 마신만큼 소변도 자주 눴다. 구조자님의 댁에서 함께 산 동거견 언니들에게 배운 게 있는지 우리 집에 와서도 금세 배변패드를 찾아 배변을 했다. 하지만 처음엔 모든 아이들이 그렇듯 배변패드를 찾기 위한 약간의 시행착오를 겪었다. 배변패드라는 정답을 찾기 위해 제니가 몸소 거쳐간 화려한 오답 노트는 1. 침실의 침대 2. 옷방의 러그 3. 서재의 카펫 4. 주방의 발매트 5. 현관 입구의 발매트였다.
그중에서도 서재의 카펫은 가장 매력적인 오답이었는지, 여러 차례 실수를 했다. 왜 그럴까 싶어서 다른 매트들과 서재의 카펫을 비교해 봤다. 다른 러그들보다 감촉이 조금 까슬하고 색이 연둣빛인 것이 혹시 자주 가는 공원의 잔디들과 비슷하게 느껴지나? 색깔 구분도 인간과 다르게 하고 모든 걸 냄새로 파악하는 아이들인데 그럴 린 없겠지만 혹시나 싶어 서재의 카펫을 치웠다. 그리고 평화가 찾아왔다. 이젠 100% 배변패드를 찾아 주저앉고는 시원한 표정을 하는 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