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리버모어, 시장에서 사유하다
“A종목을 시세추종을 생각하며 22,500원에 추격 매수했다. 그리고 5분 후 21,000원까지 밀렸다. 좀처럼 반등을 하지 못하고 20,500원 종가에 손절을 하고 말았다”,
나는 한동안 주식시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호가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침 9시 장이 열리기 전부터 나는 MTS에 매몰되어 있었다, 장이 끝나는 3시 반까지는 주변 동료의 눈치를 보며 호가창만 노려 보았다. 당연히 업무의 속도는 더디어졌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지 못했다. 호가창에서 위쪽으로 한 호가가 올라가면 희망이 솟구
쳤고, 아래쪽으로 한 호가가 내려가면 기분이 내려앉았다. 시세의 작은 파동 하나하나에 나의 하루 전체가 흔들렸다.
“희망을 품는 것” 그리고 “두려움을 품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다. 어떤 날은 이익이 조금만 나도 서둘러 팔아치웠고, 어떤 날은 손실이 쌓여가는데도 더 사들였다.
“이제 반등하겠지”라는 기대와 “이번에는 잃으면 안 된다”라는 두려움이 뒤 섞였다. 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서로 뒤섞이면서 큰 혼란을 겪었다. 호가창은 단순한 숫자의 집합이 아니라, 나의 심리를 비추는 심연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호가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호가창이 나를 삼켜버린 것일까? 마치 내가 응시하는 시세의 심연이 거꾸로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다. 수익률과 손실률은 내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 되었고, 나는 그 거울 속에 갇혀 허우적거렸다.
가치투자와 모멘텀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도 있지만, 매일 혹은 매주 매매에 나선다고 해서 그때마다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의 흐름과 세상을 모르는 무모한 사람만이 매매를 할 때마다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이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네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네 안으로 들어가 너를 들여다본다.
이 문장은 마치 주식시장을 설명하기 위해 쓰인 듯하다. 주가라는 괴물과 싸우다 보면, 결국 우리는 괴물과 닮아간다. 시장을 이기려 들다 보면, 시장의 심연 속에 빨려 들어가 버린다. 내가 잃은 것은 단순히 돈이 아니었다. 나는 괴물처럼 변해가는 나 자신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야~ 절대로 아닐 거야 ~ 그럴 수 없지 ~ ’ 하면서 가격등락에 자신을 변호한다. 자기 생각을 변호하기에 급급했다.
호가창을 들여다보는 순간순간은 작은 심연이고, 손실과 두려움, 기대와 욕망이 소용돌이치는 그 밑바닥은 인간의 본능적 심리를 나타낸다. 시장은 투자자의 본능적 나약함, 탐욕과 공포를 겨냥한다. 인간 그대로의 심리 상태로는 시장의 파도 앞에서 쉽게 무너지게 된다. 시장은 끝없이 요동치지만, 투자자는 그 심연 위에 다리를 놓고 건너야 한다. 그 다리는 기술적 분석이나 뉴스가 아니라, 자신의 심리를 제어하는 힘이다.
“사람에게 있어 사랑받을 만한 것은 그가 하나의 오르막이요 내리막이라는 것”
투자자의 삶은 언제나 오르막과 내리막이 교차한다. 수익이 나서 심장이 뛰는 순간은 오르막이고, 손실이 쌓여 바닥을 기는 순간은 내리막이다.
많은 사람들은 오르막만을 원하고 내리막은 지워버리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시장은 결코 일직선의 계단이 아니라, 끊임없이 굽이치는 길이다. 주식용어로 보면 파동이 계속 일어난다. 시장과 기업에 관련된 어떤 소식이 발표됐을 때 이 소식이 시장과 기업에 미치는 영향으로 주가의 파동이 일어난다. 주가의 파동으로 일어나는 기술적 물결에 동참하여 수익도
낼 수 있지만 해당 뉴스가 자신의 예상만큼이나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경우 손실은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
한 번의 이익이나 한 번의 손실이 투자 기간을 놓고 보면 전체를 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가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함께 겪으며, 그 속에서 개인의 의견은 묻어두고 오직 시장 자체의 움직임에만 주목해 보자.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는 작은 수익에 안도하며 급히 매도했다가 후회하고, 또 다른 날은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추격 매수를 반복하다가 더 깊은 내리막을 겪는다. 이 모습은 단순히 실패라기보다, 우리가 주식시장에 참여했기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 시장에서 동참하는 증거이다. 중요한 것은 그 오르막과 내리막을 통해 내 안의 탐욕과 두려움이라는 심연을 직면하고 극복하는 것이다. 시장 참여에 따른 주가의 굴곡을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시장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다. 니체가 인간을 오르막내리막이 있는 “과정”이라 했듯, 투자자 또한 늘 미완이며, 그 미완성의 곡선을 긍정할 때 진정한 힘이 된다.
“사람들의 의견은 종종 빗나가기도 하지만 시장은 결코 틀린 적이 없다. “
미국의 전설의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Jesse Livermore)도 이 심연 속을 걸었던 사람이다. 그는 월스트리트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자자로 손꼽히고 있다. 14세 어린 나이에 단돈 5달러를 들고 가출한 그는 우연한 기회에 보스턴의 증권회사 시세판 담당자로 주식과 첫 인연을 맺었다. 하루 종일 시세판 앞에서 시세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당시 그는 “시세판의 소년(보이 플런저)”이라 불리며 번번이 시장을 맞히는 천재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그의 승리 뒤에는 언제나 심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세판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며 그는 점점 더 탐욕에 사로잡히고, 두려움에 흔들렸다. 작은 변동에도 흔들리며 잘못된 매매를 반복했다. 심연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희망을 품는 것과 두려움을 품는 것이다. 희망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개입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커다란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서로 뒤섞이면서 심연 속의 괴물이 나를 삼킬 수 있다.
리버모어는 네 번의 파산과 다섯 번의 재기를 반복했다. 그때마다 그는 심연을 응시하다가 괴물이 되었고, 괴물이 된 자신과 다시 싸우며 재기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그 심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했다.
나의 경험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주가(株價)가 하락하면 나는 오히려 해당 주식을 더 많이 사들였다. 물타기를 하면 평균 단가가 낮아져 언젠가는 반등할 것이라 믿었고, 평균 단가에 오면 매도할 생각을 했다. 주식량을 늘이는 이유가 단지, 본전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반등과 평균 단가에는 오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결국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계좌는 녹았다. 나는 시장을 이기려 했지만, 사실은 내 안의 욕망과 두려움에 무너진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호가창은 단순히 주가를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라, 내 내면의 거울이다. 그 속에는 탐욕이, 두려움이, 그리고 공허하고 낙관적인 희망이 투영된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결국 그 심연은 나를 들여다본다. 나는 호가창 속에서 주가를 본 것이 아니라, 내 안의 괴물을 본 것이다. 호가창(괴물)은 나를 집어삼켜 버렸다.
리버모어의 삶은 이 점에서 나에게 하나의 경고이자 거울이다. 그는 1907년 공황, 1929년 대폭락을 맞아 천문학적인 이익을 올렸다. 월가의 영웅이 되었다. 그러나 같은 사람, 같은 머리가 몇 년 후에는 모든 것을 잃었다. 왜일까? 시장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서 끊임없이 싸워야 했던 자기 자신, 즉 심연 속 괴물 때문이었다.
나의 손실은 단순히 지식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시장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문제는 내 내면에 있었다. 공포와 탐욕이 엇갈리며, 호가창을 오래 들여다본 끝에 나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 니체는 심연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한 적이 없다. 그는 오히려 심연을 응시하되, 괴물이 되지 말라고 했다. 즉 문제는 심연이 아니라, 심연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다. 리버모어는 반복된 실패 속에서 규율을 세우며 괴물과 싸우려 했다. 비록 그는 마지막에 패배했지만, 그의 말은 여전히 살아 있다. 시장은 잘못이 없다. 잘못은 언제나 인간에게 있고, 이 싸움에서 나는 아직 완전히 승리하지 못했다. 최소한 이제는 심연을 응시하면서도 괴물이 되지 않으려 한다.
나는 그 후로 호가창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려 했다. 예전처럼 숫자에 매달려 하루를 허비하지 않으려 했다. 괴물(호가)이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시가 확인을 위해 오전 9시 30분쯤 한 번, 종가 확인을 위해 2시 50분쯤 한 번만 주식창을 확인하기로 했다. 일 마감을 하면 투자 종목의 수급 확인을 위해 한 번 더 MTS에 접속한다. 호가창을 일과 중에 궁금해하지 않도록 순간 거래량이 높은 종목과 호가창이 빠르게 움직이는 종목은 종목 선정에서 피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