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망상력
꼬꼬마 시절에는 엄마 아빠가 문방구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문방구에 있는 반짝반짝한 스티커, 세일러문 다이어리, 새콤달콤한 불량식품을 둘러보면 이게 다 우리 집 꺼면 바랄 게 없겠다 싶었다. 물론 간혹,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생각하며 슈퍼를 하는 게 더 나은가 고민해보기도 했다.
좀 더 나이가 들어 중학교 무렵에 친구들과 이런 얘기를 하면, 이왕 몽상할 거면 슈퍼보다 이마트 정도가 좋지 않겠냐 말하며 깔깔 웃었다.
그리고 이제, 스스로 일어서야 할 20대가 되어서는 롯데백화점... 이 아니고
스타벅스 회장을 구해주는 걸 상상해 보곤 한다.
어느 날 스타벅스 회장이 횡단보도에서 차에 치일 뻔할 찰나, 그를 딱! 구하고(내가 경기도에 사는 건 함정이다)
"Oh, you just saved my life! I owe u everything. Take Starbucks as your own home! you will always be welcomed as my savor" (내 생명의 은인! 스타벅스를 평생 내 집처럼 이용해도 좋아요!)라는 소리를 듣고 언제나 스타벅스에서 무료 음료를 먹는 상상을 하곤 하는 거다.
이런 상상은 집에서 역 근처 카페에 갈 때 주로 하는 상상인데, 가는 길에 노인분들이 많이 사는 소형 아파트 단지를 지날 때는 또 다른 상상을 한다.
아파트 앞 벤치에 홀로 앉아 햇볕을 쪼이고 있는 노인분과 우연히 대화를 하게 되는 게 시작이다. 이후 몇 번 더 마주치며 말벗이 되기도 하고 도움을 드리기도 하는 거다. 그러다 그분이 세상을 뜨실 때, "사실 나는 세상에 아무 연고도 없단다... 네가 내 마지막을 따뜻하게 함께 해주었구나. 고맙다. 내 집이 네가 살아가는 데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상상을 해보곤 하는 거다. 날로 먹으려는 심보가 날다람쥐가 따로 없다.
망상을 하는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어 입모양을 이상하게 씰룩거리며 웃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길에서 이상한 상상하고 웃음 참다가 중학교 때는 욕먹은 적도 있었다. 뭘 쳐 웃어라고. 물론 나는 빠르게 도망갔다.
사람들은 누구나 좀 이상하니 이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얼마 전엔 밤늦게 저 길을 되걸어 집에 가는데 어떤 아저씨가 길 가운데 서있었다. 아내분 기다리시나... 로맨틱하군 생각하며 지나가는데, 내가 지나가는 방향에 맞춰 몸을 트는 게 이상해 나도 그에 맞춰 돌아봤다. 아저씨의 입은 아- 벌어져 있고 눈도 풀려있었다. 아저씨의 손을 따라 바지춤으로 시선을 내려보니 아저씨의 손이 굉장히 바빴다. 아..? 아??? 일종의 바바리맨이 확실한 데 별로 눈에 띄는 게 없었다. 물건이 보여야 바바리맨이라는 게 확실한데, 어둠에 맞서 집요하게 찾아봐도 별로 눈에 띄는 게 없었다. 만지고 있는 게 분명한데... 어디에... 그 순간 실소가 터졌고, 정적이 흘렀다. 혹시 아저씨한테 칼 맞을까 봐 빠르게 도도도 걸으며 생각했다.
저 길에서 이상한 생각하는 게 나뿐이 아니군. 다들 멀쩡한 얼굴로 걸으며 별별 생각을 다 하고 있잖아. 음 바바리맨이랑 비교하는 건 좀 아닌가. 그래서 하워드 슐츠 지금 좌표가... 어디... 구해주고 싶습니다만?